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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로잉맘 이다랑 Oct 06. 2016

이 죽일놈의 애착.

엄마를 아프게 하는, 애착절대주의

                                                                                                                                                                                                                                                                                                                                                                                                                 

복직하는 엄마의 눈물



"여보, 이거 한번 들어봐"

아이를 재우고 한숨 돌리며 앉아있는데, 며칠전 했던 아침 라디오 방송을 남편이 들려준다. 매일 사연을 신청한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주는 코너였다. 이 날의 주인공은  어린 아가를 두고 오랜만에 복직하는 간호사 엄마였다. 노홍철은 유쾌했고 엄마는 씩씩했다. 통화를 마무리할 무렵, 디제이 노홍철이 이런 질문을 한다. 

"나는 아이엄마가 아니라 잘 모르겠는데, 아이를 두고 복직하는 첫날 일을 하게 되는 설레임이 더 큰가요, 아니면 두고 나온 아이에 대한 마음이 더 큰가요?" 

갑자기 전화기 너머 엄마의 울컥 하는 소리가 들린다. 딴짓을 하며 무심하게 듯던 내 눈에도 금새 눈물이 차올랐다. 대답을 듣지 않아도 그 대답이 뭔지, 지금 이 엄마의 마음이 어떨지 나는 알 것 같았다. 

일이 하고 싶었고 해야해서 나왔지만 아직도 잘한 선택인지 고민이 되고 아이에게 미안하고 마음이 복잡하다는 엄마의 대답이 이어지고, 방송을 듣고 있던 엄마들의 공감과 위로의 메세지가 실시간으로 올라왔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저절로 무겁다


아무도 엄마에게 뭐라고 하지 않아도, 엄마는 그렇다. 엄마로 태어나 일년 가까운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어느샌가 엄마가 된다. 아이를 잘 보살펴야한다는, 나는 엄마이기에 노력하고 희생해야한다는 어느정도의 수위높은 부담감을 저절로 안고 살게 된다. 

그래서 아이에게 짜증이 날 때, 모유수유를 못하게 되었을 때, 아이를 두고 일을 하러 나올 수 밖에 없을 때, 아이를 두고 잦은 외출을 해야할 때 엄마들은 부담을 느낀다.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이만큼의 부담감도 충분히 낯설고 무겁다. 이전에는 가져본적 없는 종류의 부담감을 처음으로 갖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저기에서 이 부담을 더 가중시킨다. 엄마가 아이와 함께 해야한다고, 그래도 엄마가 아이를 콱~ 끼고 있어야 한다고, 무조건 엄마가 최소 3년은 아이랑 붙어있어야 한다고. 



이 죽일놈의 애착, 애착절대주의



애착절대주의, 10년 넘게 이 분야에 있으면서 들었던 그 중요한 '애착'이 지나치면 엄마들에게 폭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내가 엄마가 되면서 알게 되었다. 

맞다, 사실 애착은 너무 중요하다. 골든타임에 만들어지지 못한 아이마음속 신뢰감은, 평생 왜곡된 성격으로 살게 하는 원인이다. 

하지만 애착은 아이에게 세상이 신뢰롭고 따뜻하며 너는 가치있는 존재이다 라고 느끼게 해주는 일이지, 엄마의 존재를 다 버려 희생해야하는 행동 그 자체가 아니다. 애착은 단순히 엄마가 아이와 24시간, 최소3년을 붙어 있어야 한다는 조건 그 자체가 아니다. 아이의 모든 행동 하나하나를 애착으로만 원인을 돌리는 애착절대주의는 엄마의 마음을 병들게 한다. 

애착이 곧 길이요 진리요 오로지 하나뿐인 답이라고 하는 이야기들은 엄마와 아이사이의 건강한 균형을 깨트린다.  엄마마음에 과도한 죄책감을 줄 뿐만 아니라  지나칠 경우, 내가 다 해줘야해, 혹은 내가 너에게 어떻게 했는데.. 라는 왜곡된 관계를 만들기도 한다. 

없어도 문제지만
많아도 문제였다


 때때로 나는 치료현장에서 정말 애착에 문제가 있는 아이들을 만났었다. 꽤나 심각하다. 하지만 그 숫자 만큼이나 애착에 대한 과도한 부담감으로 인해 건강한 육아를 하지 못하는 엄마들도 많이 만났다. 없어도 문제지만 지나쳐도 문제인 것이다. 


쉽지 않다. 이 모든 이야기로부터 의연해지는 것..  훅 들어오는 주변사람들의 훈수나  어른들의 태클, 애착에 대한 수많은 글들이 우리 마음을 긁고 나갈때가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엄마는 정말 잘하고 있다. 그정도면 정말 충분하다.  우리 관계의 주인은 나와 아이이다. 나는 엄마고, 나는 아이를 사랑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의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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