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로잉맘 이다랑 Oct 23. 2016

#2. 너 정말 '놀고' 있니?

                                                                                                                                                                                                                                                                                                                                                        


아이를 키우다보면 참 고민이 많다.

그래서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다 잘 안되면

결국 육아상담을 신청한다.
또, 치료센터에서는 여러 문제를 묵히고 묵히다가 결국 어떠한 '증상' 때문에  뒤늦게 상담을 신청하기도 한다.

이유야 어찌되었건, 상담을 시작하기전 나는 항상 아이의 놀이를 본다.
그리고 엄마와 아이가 함께 놀이하는 장면을 꼭 본다

엄마의 말은 사실 거의 왜곡 되어있다
애써 자신이나 아이의 문제를 숨기려 하기도 하고
때론 너무 힘들다고 누군가에게 소리치고 싶은 마음에 실제보다 더 크게 이야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이와 엄마의 놀이에는 왜곡이 없다
짧은 놀이장면안에서도 아이가 지금 어떠한지
그리고 엄마는 평소에 아이랑 어떻게 지내는지 거의 대부분이 잡힌다.
(무섭지요 ㅎㅎ )
그래서 아이와 관련하여 일하는 교사나 치료사들은
아이에게 놀이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잘 알고 있다


그래, 사실 요즘은

엄마들도 놀이가 중요한 것은 잘 안다
그런데,
때문에 놀이에 대한 엄마들의 열망을 이용한 참 많은 것들이 판을 친다.
물건을 팔거나 엄마들을 모으기 위한 놀이정보들. 수학'놀이'  영어'놀이' 한글'놀이' 그런 상품들.
놀이라는 말이 너무 흔하고 너무 만만한 단어가 되어버렸다.


잘노는 아이가 없다

직업병이 너무나 심각한 나는 어딜가든 피곤하게 자꾸 아이를 찾아본다.
아들과 함께 가는 놀이터, 키즈가페, 쇼핑몰 아이가 눈에 보이면 유심히 관찰하게 된다.
그렇게 내가 보는 대부분의 아이들이 정말 슬프게도 즐겁게 놀지 않는다.
정말 놀이답게, 놀이처럼 노는 아이가 없다

나는 학기 중 몇번씩 초등학교 놀이상담 수업을 가는데 그때마다 내가 수업 중 꼭 하는 것이 소리를 지르면서 미치도록 뛰어다니며 땀을 뻘뻘흘리며 노는 시간이다.
요즘 초딩들이 참 산만하고 에너지가 많은데 막상 이렇게 판을 깔아주면 아무도 제대로 놀지 못한다.
고딩의 무게를 지고 사는 듯한 초딩들의 모습에 때때로 억장이 무너진다..

더 이상 슬픈 초딩을 만들지 않기 위해 더 이상 놀지 못하는 어른을 만들지 않기 위해
우리는 아이를  놀게 해야한다.
우리는 이제부터 아이랑 잘 놀아주는 엄마가 아니라
아이를 잘 놀게 하는 엄마가 될거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먼저, 놀이가 뭔지 생각 해봐야 한다.


아이는 놀이로 말한다


아이가 말을 어른만큼 제대로 하기 까지는 꽤 시간이 걸린다
7살 아이의 말도 여전히 어설프고, 자기 생각을 제대로 전달하기엔 부족하니까.
그래서 신이 아이에게 대신 준것이 놀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아이는 놀이로 거의 모든 이야기를 한다
어린이집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난 요즘 상태가 어떤지
난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난 요즘 아빠에게 불만이 있다든지.

아이의 놀이를 방해하지 않고, 아이가 충분히 논다면
우리는 놀이안에서 거의 모든 것을 알아낼 수 있다.
난 아닌데? 라는 생각이 든다면 둘 중 하나,

아이 놀이를 끝까지 두고본적이 없든지, 아이가 잘 안놀든지.


생각해보자, 만약 누군가가 당신이 말을 못하도록 계속 막고,
자기 이야기만 한다면 뭐라고 말하겠는가?
" 나도 말좀 하자 " 라고 할 것이다.
어쩌면 우리 아이도 이따금씩 우리에게 이렇게 이야기 할지도 모른다
"엄마, 나도 말 좀 합시다!"

아이는 놀이로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아이들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자기 마음대로 다 되는게 아닌데 이해를 할 수 있는 능력은 없고
어린이집 같은 곳에서 오는 적응 스트레스도 적지 않다
아이들은 놀면서 그 감정을 분출한다. 던지기도 하고 때려부수기도 한다
일상생활에서 그러면 훈육이 필요할 수도 있겠지만
놀이할 때마저도 답정너 처럼 콱 막힐 필요는 사실 없다
큰 규칙은 필요하지만 놀이에서도 마음 껏 못하면
그 스트레스를 다 어떻게 하는가?

아이가 감당하기엔 너무 벅차다
그래서 공격성을 비롯,  정서적인 어려움 때문에 오는 아이들의 놀이는 대부분 자유롭지 못하다.

놀이로 배우는 것이
진짜 오래 남는다


예전에 다큐에서 이런 실험을 보았다.
유치원 아이들을 지능수준이 비슷하게 두 그룹으로 나누어서 실험을 했다.
한쪽은 텐트와 캠핑용품이 가득한 곳에서 실컷 놀게 했고
한쪽은 아이들에게 캠핑에서 필요한 물건들에 대해 가르쳤다
일주일의 시간이 흐른 후,
아이들에게 캠핑에 필요한 물건에 대하여 대답해보게 했다.
결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었다.
거의 10배가까이 놀이를 통해 배운 아이들이 더 많은 것을 기억하고 이야기 해냈다.

아이가 진짜 놀이를 하게 될때 가르쳐주지 않아도 아이는 배우게 된다.
그런의미에서 수학을 하는 놀이라든가, 영어를 하는 놀이 따위란 사실 없는거다
놀이를 하다보니 영어를 알게 된거지 반대는 존재하지 않는다,
(차라리 놀이말고 학습이라고 쿨하게 말해다오.......ㅠㅠ)

아이들이
왜 잘 놀지 못하고 있을까?


이쯤되면 드는 생각은, 왜 우리는 최선을 다했으나 아이가 놀이답게 놀고 있지 못하냐는 것이다.

정답은 아니고,  엄마들을 상담하면서 들었던 생각은
우선, 우리 엄마들도  놀이가 뭔지 잘 모른다는 것.
그래서 아이가 지금 잘 놀고 있는지에 대해 한번도 생각해 본적이 없다는 점이다.
놀이에 대해서 단 한번도 심각하게 생각해본적 없는 엄마들도 많고
생각한다 한들, 뭐 별거 있겠냐 라는 마음이 대부분인것 같다.

그리고 두번째는,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마음 아닐까 싶다.
엄마와 아이의 놀이를 10쌍정도 본다면 2-3명은 너무 아이에게 반응이 없고
에너지가 축 쳐진 엄마이고 7-8명은 반대로 말과 행동이 너무 많고  빠른 스타일이다.
그런데 알고 보면 엄마도 죽도록 힘든데도  그렇게 하고 있는 것.
이유가 뭘까? 아이에게 알려주고 싶고, 잘 놀게 하고 싶고 잘 해주고 싶은 그 마음 때문이다.
사실 나쁜 마음으로 그러는 엄마는 거의 없다.
하지만, 아이는 그 순간에도 표정으로 뒷통수로 말하고 있다
"엄마 나 좀 제발 놀게 해줘"

아이는 놀 수 있는 능력을
이미 가지고 있다


우리도  더이상 이렇게 힘든 방식으로 아이와 놀 수는 없다.
아이가 그렇게 즐거워 하지도 않는 데 우리가 이렇게 고생만 하는 것은 너무 비효율적이다.

우리는 일단 이렇게 믿어야 시작할 수 있다. 아이는 놀 수 있는 능력을 이미 가지고 있다라고.
그렇게 믿어야 아이를 기다릴 수 있고 아이가 잃어버린 놀이능력을 다시 찾도록 도울 수 있다.

이글을 끝까지 읽어주셨다면 (정말 감사..ㅠㅠ)
한번 생각해보자.


우리 아이, 지금 잘 놀고 있는 걸까?
                                                  

작가의 이전글 #1. 놀아주는게 아니라, 아이를 놀게 하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