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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로잉맘 이다랑 Sep 25. 2015

0% 만 아니면 되요

내 이름이 없어질까 두려운 엄마들에게.


엄마로서의 역할은 많은 기쁨을 주지만, 때때로 나는 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닐까 그런 불안감을 많이 느꼈어요. 특히 아이를 임신하면서 일을 못하게 되고 출산하고 집에 있으면서 나만 뒤쳐지는 느낌, 나만 다른세상에 홀로 갖힌 기분이 많이 들었어요. 반면에 다른 엄마들은 엄마역할에 잘 집중하는 것 같은데 나혼자 딴생각을 하며 방황하는 것 같아서 아이에게 미안함을 느끼기도 했구요.

또 다시 일을 시작하고 나서부터는 무언가 묵직함 미안함과 죄책감 같은 것을 항상 안고 다니는 기분이었어요. 그토록 다시 하고싶었던 일이었지만 너무나 일상은 분주했고, 때때로 아이가 아프기라도 할때면 그런 무거움은 배가 되어 나를 짖눌렀죠.

그런데 저 뿐 아니라 많은 엄마들이, 자신을 잃는 것 같은 답답함과 불안함 그리고 아이에 대해 책임을 완전히
다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라는 죄책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알게되었어요.  결국 엄마로 산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든 완전하게 행복할수도 완전히 자유로울 수도 없는 그런 의미인건가? 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구요.

그러던 중 치료분야에서 아주 훌륭한 전문가 이자 두 아이의 엄마이신 분이 제게  "한쪽이 완전히 0으로만 떨어지지 않으면 된다" 라고 조언을 해주셨어요. 처음에 들을땐 크게 와닿는 이야기가 아니었는데, 아이와 매일 집순이로 지낼때도, 또 일을 시작하면서 갈등이 오는 매 순간에도 그 말이 제게 큰 기준과 힘이 되어주고 있어요. 한쪽이 완전히 없어지지 않게 하라는 말은, 이전에 타인이나 내 스스로가 나에게 요구하던 그 어떤 기준보다도 훨씬 편안하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전업맘인데 엄마로만 사는것에 때때로 우울함이 느껴지나요? 단 1%로라도 어떻게든 마음에 품은 것을 이어나가보는건 어떨까요. 1%에는 나를 위한 책한장, 자격증을 위한 문제 5개, 스쿼트 10개 뭐든지 가능해요. 나를 엄마가 아닌 나로 준비할 수 있게 하는 무언가라면요. 중요한것은 나를 위한 비율을 확보하고 지켜가는 것 같아요.

워킹맘이라 늘 정신없고 미안함을 느끼나요? 마음속에 늘 비율을 생각하며 지내보면 어떨까요. 꼭 아이에게 100%가 가지 않아도 된다고 때때로는 스스로를 위로하고 너무 조금 가고 있는것은 아닌가 가끔씩 뒤돌아보기도 해보아요. 일과 육아로 뒤범벅된 일상에서 나를 위한 공간이 0%인것은 아닌가 체크한다면 보다 마음을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해요.

아마 이것이 '균형' 이 아닐까해요.  똑같은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무게는 어느쪽으로든 이동할 수 있지만 한쪽이 완전히 사라져 버리지 않는 것이요.


완전히 멈춘것 같아서 초조하고 불안한, 때로는 미안힘에 늘 짖눌리는 그러한 이름, 엄마. 걱정하지 말아요. 완전히 멈추지 않았어요. 포기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가고있는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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