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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로잉맘 이다랑 Sep 25. 2015

아이에게 신뢰를 선물하기

상담에필로그..



제가 상담했던 초등학생 아이가 있어요. 엄마는 시간개념이나 예의도 하나도 없고, 생활관리가 전혀안되며 산만하고 충동적이고 데리고 오셨죠. 아이는 첫날부터 저에게 꽤나 빡빡하게 굴었어요. 넌 어떤놈이냐 나를 견주어 보는 것 같았죠. 그래서 나는 무조건 아이에게 선택권을 주었어요. 나와 함께 하는 시간만큼은 아이가 무엇이든 선택할 수 있고 간섭받지 않게 해줬죠. 그러자 아이는 오히려 자꾸만 나의 눈치를 보고 머뭇거렸어요. 엄마나 학교선생님이 보고한 문제와는 너무 다른 모습이었죠.

욕구가 채워지지 않았던 아이의 이야기..

그렇게 별 성과 없이 상담을 몇 회기 보낸 후 엄마를 만났어요. 엄마는 인상을 찌뿌리며 한참동안 아이에 대한 불만을 늘어놓으셨어요. 아이는 태어날때부터 유독 까다로운 아이었어요. 젖병거부부터 시작해서 가리는게 많았어요. 이유식부터 어린이집 적응 무엇하나 쉬운게 없었다고 했어요. 그런데 엄마도 첫째에 비해 너무 까탈스러운 아이가 힘들었고, 마침 개인적인 어려움도 많으셨던 터라 아이의 어릴때를 생각하며 힘든 기억만 많다고 하셨어요. 아이가 어릴때 울어도 배고파서 인지 잘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런것 같았다는 이야기를 하셨어요.

듣다보니 아이는 어릴때나 지금이나 매우 까다로운 아이였는데, 결정적으로 이 아이는 까다로운 그 본인에 욕구가 한번도 민감하게 채워진적이 없는 것 같았어요. 아주 어린 아가일때부터 채워지지 않고 매번 거부되고 좌절되는 욕구.. 아이에게 느껴진 세상은 얼마나 불안하고 신뢰롭지 못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이 아이를 다시 보니, 아이는 무언가를 시도하거나 다른 사람의 감정, 해야할일에 관심을 기울이기엔 마음의 자원이 너무 부족한 상태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가 보이는 행동문제는, 채워진적 없는 욕구로 인한 수동적인 공격 혹은 아무것도 신경쓰고 싶지 않은 무기력같다고 느껴졌어요. 그런데 아이의 행동문제는 엄마를 비롯한 주변사람이 이 아이에게 더 비난하고 재촉하게 만들어 왔고, 그러다 보니 이 아이는 비어있는 마음을 채울 기회로부터 점점 멀어져 온것 같았어요. 계속된 악순환이죠.  그러고 보니 다른 사람과 다르게 대하며 허용하고 기다려주는 제 모습 앞에서 오히려 머뭇거리며 수동적으로 행동하던 아이의 모습도 이해가 되기 시작했답니다.

아이의 삶에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 신뢰.

아이들의 행동문제, 학습문제, 생활습관 문제를 다루다 보면, 한참을 거슬러 올라가 신뢰의 문제와 만나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엄마가 아기에게 주어야 하는 가장 중요한 것이 신뢰임을 이제 많은 엄마들이 애착이라는 이름으로 알고는 있지만, 실제로 이 신뢰가 이후에 아이들에게 지속적으로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서는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실제로 많은 엄마들이 초,중고 자녀의 문제가 아주 예전부터 시작되어온 일임을 깨닫는 순간 많이 놀라시곤 합니다.

신뢰라는 것은, 아이의 삶의 시작점에서 부모가 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자원이예요. 내 욕구를 알아주고 채워주는 부모는 결국 세상으로 나아가게 하는 자신감, 나와 타인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힘, 새로운 것을 배우는 능력 모든것에 영향을 주게되요. 그래서 정서적으로 구멍이 난 아이들은 다른 것을 위에 쌓아올리는 것이 어려워져요.

아이에게 신뢰를 준다는 것은, 부모가 아이에게 무조건 다 맞추어 주고 모든 욕구를 다 채워주라는 의미가 아니랍니다. 아이의 욕구는 당연히 때에 따라 좌절될 수 있지만 그 욕구 자체를 알아주고 바라봐주고 알고 있다고 이해해주는 타인이 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요.

아이의 문제행동만 보면 아이가 이해되지 않아요. 엄마 스스로 아이의 문제를 제대로 보기 어렵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것도 좋답니다. 엄마도 사람이라서, 많이 어렵고 힘들었어서 아이에게 이미 채워주지 못한 부분이 있을 수 있어요.


그래도 그것을 빨리 알아챈다면 채워나갈 수 있어요. 시간은 걸리지만 채워나갈 수 있답니다. 시작하는 것이 변화의 시작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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