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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로잉맘 이다랑 Sep 25. 2015

"괜찮아, 무서운거 아니야"

작은 말습관, 큰차이



우리는 하루종일 아이와 많은 대화를 나눠요. 아이들은 엄마가 하는 말을 그대로 따라하며 말을 배우기 때문에, 아이앞에서 말조심해야겠다 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지요. 그런데 말에는 말하는 사람의 생각이 담겨있기에, 사실은 아이들이 우리의 말 자체를 흉내내는 정도로만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라, 생각이나 감정에도 영향을 받곤해요.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이다 보니 여기에 대해 깊이 고려하지 못하곤하지요.

아주 어린 아기부터 초등학생까지 아이들은 모두다 무언가를 무서워하는 감정을 느껴요. 아기들은 낯선사람을, 엄마와 떨어지는 것 등을 무서워하고, 더 자라면 큰 소리나 무섭게 생긴 물건, 어둠 등을 무서워하죠. 우리는 아이가 무서움을 표현하며 울거나 떼를 쓰며 그러한 감정을 표현할때 달래주려고 노력하면서 이런말을 하는 경우가 많아요. "괜찮아 괜찮아~ 무서운거 아니야" 라고요.

우리가 이렇게 이야기하게 되는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어요. 일단 아이를 빨리 달래서 이 무서움에라 벗어나게 해주고 싶기도 하구요, 또 한편으론 우리 입장에서 봤을땐 별로 무서워할만한 것이 아니기에 아이에게 사실을 알려주려는 의도도 있어요.

그러나 우리가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 만으로, 아이는 절대로 괜찮아 지지 않아요. 오히려 그러한 말은 아이의 걱정을 더 키울뿐이예요. 입장바꾸어 생각해보면 우리도 우리가 불안을 느낄때 누가 "괜찮아 별거아니야 그거" 라고 말해준다고 해서 정말 괜찮아 지는것은 아니듯이요^^

게다가 이런 말을 하고 있는 부모의 마음을 깊이 들여다 보면, 부모자체가 공포, 불안, 분노와 같은 나쁜 감정들을 느끼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갖는 경우가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나도 그 감정을 느끼고 싶지않고, 아이도 그러한 감정에 오래 머물게 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게 되요.

하지만 우리가 건강하게 심리적 기능을 하고 살려면 이 모든 감정을 다 느끼고 소화할 수 있어야 해요. 어느한쪽을 억눌러버리면 그것은 마치 다리 한짝이 없는 의자와 같아서 제 기능을 하기 어려워요. 나의 감정을 제대로 느끼고 아는것이 감정을 조절하게 하는 힘이 되거든요. 그런데 괜찮다 라는 말로 아이가 느끼는 감정을 별거아니게 축소해 버리거나 억눌러버리면, 아이는 내가 느끼는 감정이 나쁘거나 틀렸다고 생각하기 쉬워요. 그러면 서 점점 절름발이 처럼 기우뚱거리는 의자가 되어버리죠.

괜찮아 별거아니야, 라고 말하기보다는 그냥 아이의 감정을 다시한번 먼저 읽어주는것은 어떨까요? 민후가 무섭구나, 엄마가 가버릴까봐 걱정이되는구나, 형아가 뺏아가서 화가 많이 나는구나. 이렇게요. 사실이나 해결에 대해서는 그 다음에 천천히 이어서 이야기해주어도 늦지 않거든요. 작은 차이지만, 순서에 이거 하나만 넣어줘도 아이에게 감정에 대한 중요한 것들을 가르치는 기회를 갖게 될거예요.

그리고 엄마자신의 감정도 때때로 인정하고 제대로 느껴보세요. 처음에는 안전하다고 느끼고 감당할 수 있을 만큼 부터요. 감정은 억누른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어딘가에 꼭꼭 숨어있다가 모양을 바꿔 느닷없이 폭발할 수 있는 그런 녀석 이거든요.

내 마음도 돌보고, 아이의 감정도 인정해 줄 수 있는 그러한 모습으로 우리 한번 노력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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