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에는 아이를 잘 놀게 하는 엄마가 되기 위해 가장 기본적으로 필요한 엄마의 태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별 것 아니고 사소한 듯 보이지만, 그 기본적인 엄마의 태도가 하루에 5분씩만 반복되도 아이와의 관계에서 상당히 많은 것을 바꾸는 시작이 되기도 한다.
긴 시간 하다가 포기하기 보다는, 신경써서 하루에 5분씩 이라도 매일 반복하면서 아이에게 민감해지는 엄마의 '몸'을 만들면 좋겠다:)
오늘은 또 하나의 기본적인 워밍업으로, <아이가 잘 노는 공간>에 대해 이야기 하려고 한다.
어떤 공간에서 아이는 잘 놀까?
SNS에서 #아이방꾸미기 등으로 검색을 해보면, 정말 예쁜 아이방을 볼 수 있다.정말 예쁜 인테리어도 많고, 특이한 장난감이나 소품도 많다. 아이의 방을 예쁘게 꾸며주고 싶은 것은 엄마의 당연한 마음일 수 있지만 자칫 지나치면, 아이가 편안한 공간보다는, 엄마만 만족하는 공간으로 꾸미고 끝날 수 있다.
특히, 아주 아기일때는 크게 상관이 없지만, 아이가 돌이 지나 움직이고 여러가지를 스스로 탐색하면서 놀이를 시작하게 되면 아이의 놀이를 위한 공간이 슬슬 필요해지기 시작한다.
본격적으로 아이가 상상놀이를 하고 어지르면 신나게 놀이할 수 있는 나이가 되면 더 설명할 필요도 없이, 공간은 매우 중요해진다.
이 과정에서.. 공간을 예쁘게, 크게, 화려하게 꾸미는 것이 중요한것이 아니라 정말 아이가 풍성하게 잘 놀게 할 수 있는 공간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우리가 좋은 음악이 흐르는 예쁜공간에 가면 마음이 편안해지듯, 아이에게도 공간이 갖는 힘이 있기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공간이 아이를 잘 놀게하는 공간인지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자 한다 :)
전부다 정답은 아니고, 중요한 내용만 참고하여, 우리집 상황과 아이의 성향에 맞추어적용하는데 참고하는 정도면 충분할 것 같다.
1. 놀이하는 장소는
따로 만들기
가능하다면 놀이를 위한 공간이 따로 있는것이 좋다. 아이와 엄마 모두를 위해서.
사실 이전 집에는 아이에게 놀이방을 따로 줄 정도로 공간이 넉넉하지는 않았는데 그때도 베란다를 이용하거나 자투리 공간을 이용해서 놀이를 위한 공간을 따로 만들려고 노력했다.
여러번 이야기 했지만 놀이는 아이만의 세계이다. 그런데 특정공간이 없이 어디서나 놀게 되면 그만큼 침범당할 일도 많아지게 된다. 이를 테면 장난감을 끌고 나와 거실에서 놀이를 하면 엄마들에게는 인내심의 한계가 있게 되고, 아이에게 치우라고 닥달할 확률도 높아지게 된다.
또한 공간이 분리되면, 아이에게 놀이안에서는 마음껏 해도 되지만, 이 이상은 안된다는 명확한 규칙과 경계를 주는 효과도 있다. 그래서 가능하다면 공간을 주는것이 여러모로 좋다.
+장난감을 정리하는 문제에 대하여.
한 종류의 장난감을 놀고난 후 다른 장난감으로 옮겨가면 "노리야~ 이건 치우고 다음것을 놀아야지" 라고 이야기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나에게 어떤것이 더 좋냐고 물으신다면, 나는 모든 놀이가 다 끝난 후 치우게 할 것을 권한다.
왜냐하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한 놀이가 완전히 끝나면 다음 놀이로 가는 것이 아니라 아이는 흥미가 왔다갔다 하기도 하고, 또 이것과 저것을 연결하여 놀이하기도 하기 떄문이다.
그래서 하나를 마치고 너무 정리를 하게 되면 아이의 놀이가 매우 단조롭고 건조해지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놀이가 전부다 끝난 후 식사전 혹은 자기전 과 같은 시간에 그냥 함께 치우도록 하는 것이 더 아이의 놀이를 풍성하게 하는 측면에 있어서는 좋다. 사실 나는 떄때로 아이가 완성한 길을 내일도 이어서 놀고 싶다고 하면, 그 부분을 치우지 않고 놔두기도 한다.
정리와 관련된 문제를 원만하게 허용하기 위해서라도, 놀이를 위한 공간이 있으면 좋다.
2. 아이를 잘 놀게 하는
장난감 배치법
크지 않은 공간이라고 해도, 그 안에서 장난감을 비슷한 영역끼리 구분하여 함께 배치해주면 놀이를 하는데 도움이 된다. 이를테면 언어공간에는 책, 단어포스터, 단어카드, 화이트보드 등을, 블럭영역에는 종이블럭, 레고, 기차길 등 무언가를 구성할 수 있는 장난감들 끼리, 그리고 스토리를 만들 수 있는 작은 피규어나 동물모형등은 같은 영역으로 묶어주면 좋다.
개인적으로 우리집은 놀이치료실 처럼, 작은 피규어나 자동차등은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소재가 되기 때문에 언제든지 바로 가져와 이야기를 만드는데 활용할 수 있도록, 담아두지 않고 펼쳐서 진열해 주고 있다. 이렇게 하면 아이의 역할놀이나 상상놀이가 훨씬 더 풍요로워 진다. 이런 작은 피규어들은 모래, 책 읽기, 레고, 기차길, 소꿉놀이 어디든지 활용할 수 있는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또한, 만약에 공간이 허용한다면 그림을 위한 영역을 만들어주면 좋다.
아이의 언어가 두가지가 있는데, 놀이와 미술이다. 이 둘은 참 비슷하다. 어떤 아이는 두개를 다 활용하고 어떤아이는 한쪽의 언어를 더 많이 선호하기도 한다. 이왕이면 여러가지를 활용하거나 접하도록 익숙하게 늘 둘 수 있다면 좋다.
처음에는 베란다에다가 작게 만들어주고, 물감은 감당이 잘 안되서 늘 책상에 펼쳐놓은 종이와 함께끄적일 수 있는 색연필이나 싸인펜, 그리고 작게 잘라놓은 여러가지 스티커, 풀 등을 늘 놔두었다. 아이가 오가면서 언제든 끄적일 수 있게. 그리고 이번 집에서는 따로 공간을 만들어 비닐도 붙이고 좀더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무리하지 말고 엄마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 또 아이가 규칙을 지키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제공해주면 좋다.
덧붙여 책과 관련해서는 아이들은 책장에 빼곡하게 책이 꽂혀있으면 잘 읽지 않는것 같다.
개인적으로 어린 아이들일 수록 오픈형 책장이 좋고, 전집이더라도 쭉 꽂아두긴 보다는 눈에 보이는 메인 책장에는 아이가 지금 가장 좋아하는 주제나 흥미에 맞는 것으로 뽑아서 꽂아주고 교체해주는 방식을 추천드리고 싶다.
또한, 아이들이 책을 좋아하게 하고 싶다면, 책만큼은 집 이곳저곳에 조금씩 놔두는 것을 권한다. 거실쇼파옆에 몇 권, 잠자는 방에 몇 권, 이런식으로 나누어져 있는 것이 아이가 책을 가까이 하고 자주보게 하는데 도움이 된다.
또한, 놀이하는 공간 안에 책이 있으면 개인적으로 참 유용하다고 생각한다.책을 꼭 읽어야지만 가까워지는 것이 아니기때문이다. 아이에게 책은 장난감처럼 똑같이 재미있는 도구여야 한다. 그래야 가까워지기 때문.
놀이하는 공간안에 책이 있으면 아이는 책으로도 장난감처럼 집을 만들거나 밟으며 놀이하기도 하고 혹은 책을 읽은 후, 그 스토리를 활용하여 바로 놀이를 하기도 한다. :)
3. 장난감 종류의
균형을 생각하기
아이가 잘 노는 장난감은 사실 아이가 좋아하는 장난감이다. 너무 당연하게도.
이렇게 당연한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장난감을 고르는 기준이 엄마에게 있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물론 보여주고 권유는 할 수 있다. 하지만 상담하면 보면 엄마위주로만 장난감을 고르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 아이가 놀이에 흥미를 잘 보이지 않는다.
아이의 흥미와 관심이 가장 중요한 기준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놀이감을 고르는 것에 있어 고려해야할 것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자면 가장 중요한 것은 장난감 종류의 균형이다.
요즘은 소리가 나거나 자동으로 무언가가 되는 장난감이 많은데 너무 그런 장난감만 많으면 아이가 저절로 나오는 자극에만 익숙해지고밋밋한 장난감안에서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이야기를 끌어내는 힘을 가질 기회가 없다. 그래서 자동적으로 되는 장난감 뿐만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구성할 수 있는 장난감이 있는지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작게는 레고나, 블럭 류가 해당되고, 좀 더 큰 장난감으로는 종이블럭이나 텐트 등이 있다.
특히 종이블럭의 경우, 아이가 처음에는 대근육 발달에 필요한 여러 놀이를 하게 도와줄 수도 있고 더 자라서는 역할놀이를 하는데 사용하거나 (가게만들기, 집만들기, 기차길 만들기 등등)
혹은 높게 쌓은 후 쓰러트리면서 안전하게 공격성을 표출하게끔 도와주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매우 만능인 장난감이라고 생각한다.
높이 높이 쌓아서 신나게 발로 뻐~엉! 무너트리기
또한, 안전한 장난감 칼이나, 총, 쓰러트리는 종이블럭, 로보트, 펀치, 글로브, 볼링핀, 공룡피규어 등은 성별과 상관없이 있으면 좋은 '공격형 장난감'이다. 흔히 이런 장난감을 사주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는데 아이가 상상놀이 안에서 자유롭고 건강하게 공격성을 표현하는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이러한 여러 종류의 장난감이 가능한 골고루 제공된다면 놀이를 더 풍성하게 만들 수 있다.
4. 때때로 위치를 바꾸어 주기
엄마가 아이의 놀이공간을 위해 해야할 일은,
사실 예쁘게 꾸며주고 정리해주는 것 보다는 아이가 어떤 것을 가지고 주로 노는지 관찰하면서 때때로 장난감들의 위치나 높이를 바꾸어 주는데 있다.
우리 아이만 해도 계속 놀이하는 것을 보고 있으면 아래 칸에 있거나, 손이 쉽게 닿거나, 눈에 보이는 것을 더 주로 가지고 논다.
수납바구니 안에 들어있는 장난감들도 바구니의 높낮이를 아래 위로 바꿔 끼워주거나 아이가 가지고 놀아봤으면 하는 장난감을 눈에 잘 보이게 배치를 가끔씩 바꿔주면 의외로 나의 특별한 제안이나 지시없이도 자연스럽게 가지고 노는 것으로 연결되곤 한다.
그래서, 아이의 흥미를 고려 하되 적절하게 배치를 바꾸어주는 것도 아이의 놀이를 풍성하게 하는데 도움이 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가정의 상황과 여건에 따라서 전부 적용할 수는 없을 수 있다.
하지만, 가능한 것들을 적용해본다면
아이에게 책 읽으라고 지시하는 것을,
장난감 정리하라고 잔소리하는 것을,
이것도 좀 가지고 놀아보라고
자꾸만 제안하는 것을,
공간이 가진 힘으로 조금은 줄일 수 있을 것이다 :)
다음 시간엔 놀이할때 아이에게 주도권을 주는 엄마의 방법으로 찾아올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