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로잉맘 이다랑 Nov 18. 2016

너도 언젠가 수능을 보겠지

                                                                                                                                                                                                                                                                                                                                                                                                                                                                                                                                         

수능날 치고는 날씨가 꽤 따뜻해서, 수능인 것을 잠시 잊을 뻔 했다.  아이를 등원시키고 잠시 앉아  인터넷 기사들을 보다가, 아이를 시험장 앞에서 꼭 안아 준 후  들여보내는 엄마의 사진을 보게 되었다.

수능을 본지가 너무나 오래전 일이라, 언젠가 부터는 별로 관심없는 일이었는데.. 생각해보니 지나간 시간 만큼만 더 지나면,  나의 아이도 수능을 보게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잠들기 전에 여전히 내 머리카락을 만지고 나를 찾는, 이렇게 아직은 아가 같은 아이인데 그렇게 생각을 해보니 곧 아이가 어른이 되어버릴 것만 같아서 서운한 마음이 밀려온다.

내가 수능을 보던 날이 생각난다. 아빠가 나를 시험장 앞에 내려주었고, 나는 처음으로 내가 완전히 혼자라는 생각을 했다. 아무도 나 대신 해줄 수 없는정말 오로지 내 힘으로만 버텨야 하는 전쟁터 안으로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나중에 아빠가 이야기 하시기를, 돌아가는 길이 하필 내가 어릴때 살던 동네였는데 네 살 어린 꼬마였던 내가 잔디에서 뛰놀던 모습이 생각나서 너무 안쓰러웠다고, 내가 대신 해줄 수 있다면 이라는  마음이 들었다고 하셨다.

그때는 들으며 피식- 거렸던 그 마음을, 이제서야 조금 알겠다. 아이의 짐을 내가 대신 짊어지고 싶고,  

가능하다면 세상에 모든 문턱을 쉽게 넘어가게 해주고 싶은 그 마음을.

하지만 그것이 건강한 사랑이 아니라는 것을 또한 안다. 나의 부모가, 나의 모든것을 대신 해주었다면 나는 혼자서는 절대로 설 수가 없었을 것이다.

반면에, 나를 안정감있게 안아주는 그 사랑이 없다면, 또 나는 자신이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부모는 결국 아이에게 두가지를 동시에 주어야 한다. 기울지 않게 두 개다 주어야 한다.
다른 곳에서는 채울 수 없는 절대적인 안정감을 주어야 하고 때로는 대신해주고 싶은 마음을 참아내며 뒤에서 지켜보며 견뎌주어야 한다.

가끔, 아이를 언제 다 키우나.. 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도 이렇게 매순간 어려운데 이 아이를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키우며.. 사춘기를 견딜 생각을 하면 두렵다. 내가 잘한다고 모든 것으로부터 지켜지는게 아닌데.. 내가 어디까지 해야할까 막막하기만 한다.

하지만, 또 다시 생각해 보면 너무 조금남았다.
이 아이에게 평생 갖고 살 마음의 자원을 쌓아줄 수 있는 시간이, 너무 조금 남았다. 내 머리카락을 쥐고 잠든 이 아이가, 이렇게 내 품에 파고들 날도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

더 사랑해주어야겠다.
아이를 들쳐 업고 모든 문턱을 뛰어넘어가는 엄마가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넘어가도록 함께 걸어가는 그런 엄마가 되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브런치북. 감사합니다. ^^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