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놀이,
외국어를 배워야 하는 일과 같다.
"아이와 잘 놀아주세요?"
이 질문에 "네, 저는 아이와 정말 잘 놀아요" 라고 대답하는 엄마는 거의 보지 못했다.
아이랑 놀이를 한다는 것은 정말 힘들고 어려운 일이다. 가장 솔직한 이유로, 아이들의 놀이가 우리에겐 별로 재미있지 않기 때문이다. 비슷한 이야기를 반복하고 오늘도 내일도 비슷하게 놀이하는 아이들.. 우리가 이해하기 어려운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아이와 함께 놀이하는 것은 여간 곤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아이들은 우리와 정말 놀고 싶어한다. 아이에게 놀이는 곧 대화이고 의사소통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아이가 우리에게 놀자~ 라고 하는 것은 <우리와 대화하고 싶다는 뜻> 이다. 아이의 놀이를 미루거나 거절하는 것, 혹은 옆에는 앉아있지만 휴대폰을 보느라 단 1분도 집중을 하지 않는 것은, 아이와의 대화를 거절 하는 것과 사실 같다.
그래도 엄마들의 고충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한다. 아이들과 놀이를 하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직업인 나 조차도, 아이와 놀이하는 것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들에게 놀이에 대해서 자꾸만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만약 엄마가 놀이를 '잘' 사용할 수만 있게 된다면, 이것이 엄마를 더 편안하게 만들어주고 아이도 건강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외국어를 잘 하면 참 좋다. 어느 곳에 여행을 갔을 때, 그 나라의 언어를 할 수 있으면 여행의 퀄리티 자체가 달라진다. 그곳의 사람들과 대화할 수 있고 문화를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여행이 더욱 풍성해진다. 느낄 수 있는 것이 많아진다. 놀이도 마찬가지이다. 놀이는 아이의 언어이기 때문에, 놀이를 이해하고 구사할 수 있다면 아이를 더 편안하게 이해할 수 있다. 아이가 더 많은 것을 자체적으로 해소하도록 도와줄 수 있다.
놀이의 정석이 벌써 아홉번째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쯤되면, 처음 이 글을 읽으면 시작했던 엄마들의 마음이 많이 지쳐있을 것 같다. 아이와의 놀이가 힘든 것도 당연하고, 잘해보려고 으쌰으쌰 했지만 이쯤되어 지치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이왕이면 더욱 행복한 마더후드를 보내기 위해, 아이와 좀 더 편안하게 지내기 위해, 놀이라는 언어를 다시금 힘내어 배워보자고 격려하고 싶다.
평소에 하기 어려운 것을
놀이에서 시도해보자!
육아서나 인터넷을 보면, 엄마가 아이에게 해주면 좋을 많은 대화법, 육아법이 있다.
"우리 ~가 이렇게 느끼는구나" "우리~는 이렇게 하고 싶었구나" 등등등
틀린 이야기는 아니지만, 엄마라면 다 알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그렇게 아이에게 말하기란 정말 낯간지럽다. 글로 읽을 때는, 그래 이렇게 말하면 되는구나! 싶지만, 실제로는 매번 타이밍을 놓치게 된다.
놀이라는 상황과 장면은 참으로 특별하다.
24시간 중에 내내 하는 것 보다, 10분의 놀이안에서 하는 엄마의 집중과 반응이 훨씬 파워풀하다. 엄마도 놀이안에서는 더 유연해지고, 아이도 놀이에서는 보다 자유롭다. 그래서 놀이가 엄마에게 주는 이점 중에 하나는 바로, 평소에 하기 어려운 것을 시도할 수 있는 장이 된다는 것이다.
그중에 하나가 바로 칭찬이다!
놀이에서 칭찬하라!
1. 반응해주는 것이 곧 칭찬이다.
엄마가 하면서도 어색하고 억지스러운 칭찬을 하기가 어렵듯이, 아이도 낯간지러운 칭찬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아이가 원하는 칭찬이란 것은 뭘까? 나의 어린시절을 돌아보자. 내가 무언가를 해냈을 때, 혹은 열심히 하고 있는 과정에서 내가 부모님에게 원했던 칭찬은 무엇이었을까?
아이가 원하는 칭찬은 "알아채주는 것" 그 자체이다. 아이가 원하는 것은 내가 지금 얼마나 노력하는지, 내가 얼마나 멋진것을 했는지, 알아주기를 원하는 것이다. 그래서 꼭 엄마가 "~를 잘했구나, 정말 멋지다, 정말 훌륭하다" 라는 말을 반복할 필요는 없다. 이런 의미에서 바라본다면, 아이가 무언가를 하고 있는 과정에서 혹은 해낸 후에, 엄마가 그것에 대해 반응해주는 것 자체가 승인이며 칭찬이 될 수 있다.
여기에는 그냥 있는 그대로 읽어주는 반응도 포함된다. 꼭 ~를 잘했네 라고 이야기 하지 않아도, "지금 블록을 차곡차곡 올리고 있네" "파란색 물감을 멋지게 칠하네" 라고 있는 그대로를 반영하여 말해준다면 내가 하는 것을 알아준다. 내가 하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그 느낌 자체가 아이에게는 칭찬과 같은 의미로 다가오게 된다.
놀이에서는 아이에게 주도권을 주고 지켜볼 수 있기 때문에, 아이의 시도와 노력에 대해 이야기해줄 것이 일상보다 훨씬 더 많다. 그래서 아이의 놀이를 통해 우리는 더 많이 아이를 격려할 수 있다.
2. 잘하는 것은 반드시 일반화 시켜주자
상담을 하다보면, 엄마들이 아이의 잘못에 대해서는 일반화 하여 말하는 것을 많이 보게 된다. 아이가 아침에 꾸물거리면, "너는 왜 매일 그렇게 꾸물거리니" 라고 이야기하고, 아이가 집중을 못하고 돌아다니면 "네가 그렇게 맨날 돌아다니니 선생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는 거야" 라고 이야기 한다. 아이의 현재보이는 문제행동을 확대해서 마치 너는 항상 이렇다. 라는 메세지를 주곤 한다. 엄마의 진짜 마음은 그렇지 않겠지만 듣는 아이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렇게 들릴 수 있다.
그런데 칭찬받을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그 반대이다. 아이가 레고로 어떤 것을 만들었을 때, 우리는 그것을 보고 "정말 멋지다" "정말 잘 만들었다" 라고 그 활동 자체를 칭찬해준다. 이 칭찬이 틀린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장면은 좀 더 아이의 자존감을 높여줄 수 있는 말을 할 기회이기도 하다.
만약 "너는 뭐든지 특별하게 표현하는 것 같아" "너는 너의 생각을 모양으로 잘 만들어내는 것 같아" 라고 이야기를 한다면 어떨까? 비슷해보이지만 이것은 아이의 행동 뿐 아니라 능력을 격려하는 말이 된다. 아이가 놀이 안에서 무심코 보여준 작은 능력을 아이가 가진 달란트로 일반화 시켜주는 좋은 엄마의 반응방법이다.
3.너의 생각이 멋지다. 라고 말해주자
놀이를 하다보면 아이는 아이만이 할 수 있는 생각을 쏟아낼 때가 있다.전혀 다른 물건으로도 무언가를 상상하고 놀이할 수 있는 것은 아이만이 가질 수 있는 능력이다. 이 능력은 아이마다 정도는 다르지만 많이 격려받을 수록 더 오래, 더 깊이 발휘 될 수 있다. 간혹, 엄마 이거는 어떻게 하는 거야? 이건 뭐야? 라고 정답을 더 많이 물어보는 아이들이 있는데, 이러한 경우마저도 한번이라도 더 아이에게 기회를 주는 연습이 필요하다.
"너는 어떻게 생각하는데?"
"네가 보기엔 뭐인것 같아?"
아이에게 기회를 주고 아이의 표현에 대해서 " 네 생각도 정말 멋지다" "네 말도 맞는 것 같아" 라고 반응해주면 아이는 놀이를 통해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표현하고 그것을 인정받는 경험을 하게 된다. 조금 천천히 아이에게 기회를 주고 반응해보는 노력을 해보면 처음에 어색하지만 점차 자신감을 갖는 아이를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