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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로잉맘 이다랑 Mar 31. 2017

엄마의 감정은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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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박육아 중
결국 폭발하다. 


남편은 거의 매일 늦는다. 아이 둘을 독박육아 하고 있고 둘 중 한명만 어린이집을 가고 있기 때문에 두돌이 안된 둘째는 한시도 떨어지지않고 함께한다. 둘째는 에너지가 넘쳐서 여기저기 늘 파헤치고 다니고, 하지말라고 엄하게 이야기 해도 전혀 소용이 없을만큼 고집스럽다. 오늘 따라 생리를 하려는 건지 컨디션이 좋지 않다. 그런데 아이들은 저녁 내내 소리를 지르며 놀고, 혹시나 아랫층에서 올라올까봐 조마조마하기만 하다. 아이둘을 간신히 씻겨서 재우려고 하는데, 첫째가 징징거리며 재워달라고 붙는다. 그와중에 둘째는 다시 장난감 상자를 뒤집고.. 하루종일 참고 참았는데, 갑자기 가슴속에서 뜨거운 것이 솓구친다. 나도 모르게 아이들에게 버럭 소리를 지르며 감정을 다 쏟아낸다. 결국 소리를 지르고 아이들을 울려서 재운 후 주방에 나와 맥주한캔을 따는데 후회스러워서 눈물이 난다. 왜 오늘 또 이렇게 아이들에게 짜증과 화를 낸걸까, 왜 또 울려서 재웠을까.



누가 이 엄마에게
돌을 던질 수 있나


이 이야기를 내 이야기가 아니라, 다른 엄마의 이야기라고 생각하면서 읽으면, 이 엄마가 짜증과 화를 내며 아이들에게 소리를 지른것이 어떻게 느껴질지 궁금하다. 나는 이 엄마가 너무 이해가 된다. 누가 이 엄마의 일상을 보며 엄마가 너무했다 라고 손가락질 할 수 있을까? 누구라도 이러한 상황에서 매일매일을 산다면 짜증도 나고 화도 날 수 밖에 없다. 참으려고 하다보니 결국은 폭발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짜증과 화를 느낀 것, 그 자체가 잘못인걸까?



감정은 맞지만
행동이 틀린 것


그래도 아리쏭 하면 아이 입장에서 생각해볼 수 있다. 아이가 무언가를 만들고 있는데 동생이 와서 망가트려버렸다. 아이는 화가나서 블럭으로 동생의 머리를 때렸다. 동생이 우는 것을 보고 달려온 엄마는 아이에게 동생에게 '그래서는 안된다' 라고 혼을 낼 수 있다. 물론 블럭으로 동생의 머리를 때린 <행동>은 잘못된 행동이고 훈육이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동생이 망가트려서 화가난 <감정>이 잘못된걸까? 누구라도 그 상황에서는 화가 날 것이다. 행동이 잘못된 거지 감정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래서 아이에게 너의 감정은 맞지만 행동은 잘못된 것이라고 훈육해야, 아이는 공감받는 기분을 느끼고 이해해준다는 신뢰때문에 행동을 조절할 힘이 생긴다.



너의 감정은 옳다


아이의 입장에서 이야기하면 대부분의 엄마가 끄덕인다. 비로소 이해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엄마인 나의 감정에 대해서는 그토록 야박하게 구는 걸까. 엄마가 엄마로서의 삶에 짜증을 느끼는 날이 있는것, 때론 행복하면서도 우울한 기분을 느끼는 것. 그것은 사실 틀린 것이 아니다. 그러한 상황에서는 그러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것이 맞기 때문이다. 반성하더라도 내가 그런 감정을 느낀것이 잘못이 아니라 그것을 드러내고 표현하는 <행동>에 대해 생각해야하는 것은 아닐까? 

말장난을 하는 것 같지만, 사실 감정조절을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내가 느끼는 감정을 인정하는 것이다. 인정하지 않고 나쁘다고 미뤄두거나 깊숙하게 박아두는 감정이 꼭 문제를 일으키기 떄문이다. 인정하지 않으면 당연히 해소할 방법을 찾을 길이 없다. 감추거나 멀리 미뤄둔 감정은 갑자기 어딘가에서 훅 올라워서 터져버린다. 눈치를 살피다가 틈이 생기고 기회가 좋으면 폭발하듯 올라오는 것이다. 



엄마인 나 자신을
공감해주자


엄마로 사는 것이 행복하다고? 물론 행복하다. 하지만 어떻게 엄마라는 삶에 행복이라는 감정만 있을까? 사람이 살아내는 모든 장면에는 모든 감정이 당연히 녹아있기 마련이다. 엄마가 행복만 느끼는게 아니라 우울도 분노도 짜증도 슬픔도 질투도 느끼는것은 너무 당연한 것이다. 엄마의 감정을 옳다. 아이의 감정에만 공감해주려고 하지말고, 우선 그렇게 밖에 느낄 수 없는 나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해주자. 연민이 아니라 인정이고 이해이다. 공감받아야 건강하게 표현할 방법을 찾을 힘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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