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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로잉맘 이다랑 Mar 31. 2017

40대에 아름다운 여자

        


"여보, 요즘 나, 날마다 못생김을 갱신하는 것 같아"

얼마전에 남편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었다.

처음에는 나도 육아를 하고 또 상담과 치료일을 하면서 

버거운 순간이 한두번이 아니기에 그러한 일상을 나누고 싶었고, 

그렇게 하면 누군가는, 아니 적어도 한명은 힘을 얻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혼자 블로그와 sns에 글을 끄적이기 시작했다.

조금 더 일이커져서 부모교육을 본격적으로 하게 되었고, 이게 상담보다 주된 일이 되었다.
피상적인 이야기 말고 좀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죄책감을 주기보다는 도움이 되는 명료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연구하다가 모임도 커지고, 워크북도 만들게 되었고, 

딱딱한 글 말고 다른 것은 없을까.. 질알노트도 만들고, 팟캐스트도 하고. 

그렇게 정신 없이 시간이 흘러갔다.

아이에게 때때로 미안하고, 또 어떤날은 자랑스럽고.

하루에도 몇번씩 오락가락 하지만, 

그래도 보람되고 행복하기에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정신없이 나온 내 몰골을 마주할 때,

늘 밤낮없이 시간을 쪼개 일하느라 잠이 부족해서 쾡한 내 얼굴을 마주할 때,
강의하면서 립스틱을 다 빨아먹어 내 입술은 빛깔하나 없이 초췌한데 

인스타그램에서 곱디고운 엄마들의 모습을 마주할 때,

날씨에서 봄이 갑자기 느껴져도, 마땅히 입을 봄옷이 없을때 (쇼핑할 시간이 없다 ㅠㅠ) 

솔직히 가끔씩 내 자신이 초라하고 볼품없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던 중 탄핵결정이 있던 날 아침,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머리에 구르프 두개를 달고 출근하던 사진.

이분이 여느 여성과 마찬가지로 일하는 엄마로 살면서 고군분투하고, 

오히려 부산고등법원 부장판사로 승진했지만, 

중학생 아이를 위해서 사표를 냈어야 했던 건 아닌가 고민했었다는, 

그리고 늘 보따리를 지고 다니며 아이가 자면 일하고 

새벽에 다시 일어나 일하며 잠을 짬잠히 잤다는  내용이 담긴 기사를 읽으며, 

사실 나는 정말 정신이 번쩍 나는 기분이었다.

20대에 막연히, 나는 40대에 아름다운 여자가 되고싶다는 그런 꿈을 꾸었었다.
40대의 아름다움은 피부의 탱탱함이나 윤기나는 머리결, 

그리고 예쁜 몸매와 옷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40대에 아름답기란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40대에 아름다우려면, 스스로를 이겨본 경험, 

소중한 다른 이를 위해 희생하고 사랑한 경험, 

그리고 스스로를 세우고 달래면서 보내온 모든 시간과 

그 안에서 만들어온 인격이 묻어나야 하기 때문이다.

막연히 40대에 더 아름다운 여자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자꾸만 흔들리고 쪼그라지는 마음...

그것이 연약하다고 스스로를 탓하고 싶지는 않다. 

지금 예쁘고 싶은 마음이 있다는 것은 잘못이 아니니까. 

하지만, 다시한번, 그저 가볍게 다짐해본다. 

내 인격과 열정으로 인해 '아름다워 보이는' ,

 그리고 지금보다 나중에 더 아름다울, 그런 여자가 되고 싶다고.  

 엄마로 여자로 딸로 며느리로 사는 삶이 때때로 너무 버겁지만 이 시간들을 기꺼이 넘기다 보면 그것또한 나를 만드는 일부가 되겠지. 힘을 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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