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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로잉맘 이다랑 Oct 25. 2017

당연하지 않아, 그럴수도 있어

                                                                                                                                                                         

집 근처에 나무공방 겸 까페가 있다. 
가끔 아이와 산책을 하다가 들려 빵한조각을 나누어 먹으며 커피로 충전도 하는 그런 고마운 곳이다. 사장님이 나무로 이런저런 것들을 만드시는 분인데, 자주 드나들면서 가까워지고 그러면서 나무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듣게 된다.

오랜만에 카페를 가니 아주 길고 멋진 장미목이 하나 세워져 있었는데 가운데 있는 구멍들이 참 예쁘고 매력적이었다.

그런데 이 매력적인 구멍은 다름아닌 나무가 가지 하나를 뽑아내기 위해 몸통 깊숙한 곳 부터 처절하게 견딘 흔적이었다.

그저 나무몸통에는 당연히 나뭇가지들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가지가 밖으로 뻗어나고 그곳에 잎과,꽃과 열매가 맺히는 것이 당연하니까. 그 당연한 '성장'을 위해 몸통 깊은 곳에서 부터 견딤이 있었을 줄이야. 수많은 곳에서 나무의 속을 보았으면서도 이전엔 한번도 깨닫지 못한 것이었다.

그뿐인가, 원래 나무는 얼마나 컸을까 가늠조차 안되는 이 엄청난 크기의 나무단면은 두개의 가지로 나누어지기 위해 얼마나 오랜전부터 이 나무의 흐름이 두개로 쪼개지며 준비를 해왔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여길까? 여기가 맞을까? 서툴게 고군분투한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내 안에서 무언가를 키워낸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자라게 한다는 것은 이토록 오랜 준비가 필요하고 나를 쪼개고 쪼개는 아픔이 수반되는 것이었다.


이야기를 듣는 내내,  나무에게 애틋한 마음이 갔다. 어쩌면 엄마라는 삶과 참 닮았다는 생각을 해서인지도 모르겠다.

나무는 자라야 한다고, 누군가에게 괜찮은 존재가 되어야 한다고, 가지가 생기고 열매를 맺어야 한다고, 그렇게 기대받는 것이 나무의 삶이지만 그것은 결코 당연하지 않다. 그것은 엄마라는 나무에게도 마찬가지다.  당연하게 잘하는 것은 없다. 엄마라는 나무가 아이라는 가지를 밖으로 뻗어내기까지는 고통이 있고 무엇보다 서툴게 부딪히며 성장하는 오랜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누구도 당연히 그래야한다고만 하지, 그럴 수 있다고 이야기해주지 않았다. 아이라는  또 다른 존재를 자라게 하는 일은 나무가 가지를 내는 일 처럼 아프다는 것을 말이다. 당연한 건데 내가 못하는 것이 아니라, 그럴 수도 있는 거라는 말을 스스로에게 진심으로 이야기해줄 수 있게 되면서 내 육아도 조금은 편안해졌던 것 같다. 그래서 발달도 육아법도 중요하지만 '그럴수 있다'는 감정을 그렇게 공유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를 닮은 나무를 보니 안쓰러워 
표면을 자꾸만 쓰다듬는다.

네가 해냈으니 나도 해낼 수 있지 않을까. 
네가 시간이 걸렸으니, 나도 지금은 좀 서툴러도 되는 것 아닐까.
그런 희망이 나도 모르게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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