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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로잉맘 이다랑 Feb 18. 2018

HOT, 엄마 안의 소녀를 소환하다.


SNS가 뜨겁다. 오빠들이 돌아왔기 때문.
비록 응모는 떨어졌지만 나도 오늘 방송을 손꼽아 기다렸다. 아이를 일찍 재우기 위해 낮부터 빅픽쳐를 그렸다. 낮잠을 조금만 재우고 저녁내내 조카들과 놀게 하고 재빨리 씻긴 후 제발 빨리 잠들어주기를 바라며 만발의 준비를 했다.

사실 그 시절 좋아했던 오빠들의 모습은  분명 아니었다. 눈가에 자글자글한 주름, 푸근하고 후덕해진 모습들. 하지만 그냥 함께 모여있고, 그 시절 내가 좋아했던 노래를 들려주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했다. 이 시간만큼은 나도 그 시절 오빠들을 좋아하는 소녀가 된 기분이었다.

은행앞에서 줄을 서고, 엄마에게 원숭이처럼 생긴 애를 좋아한다며 구박당하면서도 용돈을 모아 앨범과 굿즈를 모으고,  콘서트 보내달라고 바락바락 대들던,천리안으로 접속해 젝키팬들과 싸우고,  사서함을 들으며 오빠들 소식을 기다리던 그때 그 소녀가 내 안에 가득 차있는 그런기분이었다.

어쩌면 내가 기다렸던건, 오빠들의 모습 너머에 있는 그 시절 내 모습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생활비나 집값을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아이를 육아하며 끙끙거리지 않는 그때의 나. 순수하고 즐거웠던 그 시절의 내 모습 말이다.

SNS에서 그로잉맘과 소통하는 엄마들의 피드를 보니 많은 엄마들이 소녀였던 나를 만난 것 같다. 아이와 함께 있는 지금이 행복하고 감사하지만,오늘만큼은 HOT 오빠들을 핑계삼아  현실을 둘러싼 고민과 무거움을 내려놓고, 아주 잠시라도 가볍고 철없고 싶은 그마음.  우리 모두 그런 마음이 아니었을까?

우리.. 가끔 이렇게 내 안의 소녀를 소환할 수 있다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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