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포스팅 기억하세요? 아이의 기질을 블록으로 비유해서 배워보았어요. 유형이 아니라 특성으로 보면 아이를 조금 더 자세히 이해할 수 있죠. :0 (기억이 안나시면 #5를 읽어주세요^^)
그런데 아이의 기질을 알았다고 해도, 그걸 매일매일 봐야하는 부모의 마음은 정말 답답해요. 아이의 기질이 나와 비슷해도 속터지고, 반대로 달라도 이해가 안되어서 답답하죠.
그렇기에 아이의 기질에 따라 촤라락~ 멋지게 육아하고 아이의 기질을 좋은 성격으로 잘 만든다는 것은 결코 쉬운일이 아니예요. 그래서 아이의 타고난 기질을 다루는 데 있어 중요한 다섯가지를 우선 정리해서 이야기를 나누어 보려고해요.
타고난 기질을 비난하는 말을 하지 않도록 노력해봐요
기질은 아이가 선택할 수도, 우리가 선택할 수도 없는 것이예요. 아이가 어떤 기질을 가졌든 사실 다 아이의 단점처럼 보이기가 쉬워요. 산만해서 걱정, 겁이 많아서 걱정, 예민해서 걱정, 답답해서 걱정이죠. 그러다보니 아이를 가르치고 더 나은 방향으로 가도록 도와주려고 하다면 자칫 아이에게 "너는 왜 그러냐" 라는 비난을 하게 될 수 있어요.
이를테면, 우리는 불안이 많은 아이가 느끼는 두려움이 <진짜>임에도 불구하고, "뭐가 무섭다 그래" "괜찮아 별거 아니라니까" "넌 항상 이렇게 쉽게 하는게 없더라" 라고 축소하거나 비난하기 쉬워요. 또 실제로 모든 것이 느껴져서 예민한 아이에게 "왜 이렇게 유난을 떨어, 예민하게 굴어" 라고 비난하기가 쉽고요.
그런데 기질로 인해 당연하게 나오는 반응을 비난하면 자존감이 상할 수 있어요. 타고난 모습이라 쉽게 바꿀 수도 없는데 이걸 왜 가지고 왔냐고 비난을 받으면 얼마나 무기력한 마음이 들겠어요. 그래서 우리는 아이가 기질로 인한 행동에 너무 지나치게 비난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해요. 사실 어른인 우리도 타고난 모습을 잘 고치지 못하잖아요. 우리도 타고난 모습을 때에 따라 잘 감추고 생활하는 것을 배웠을 뿐이죠.
기질의 단점이 아닌 장점을 생각해보는 것도 필요해요!
에너지가 많은 아이들은 산만해서 걱정이고, 불안이 높은 아이들은 겁이 많고 소극적이라 참 걱정스러워요. 예민하다는 것은 별로 좋은 느낌이 아니기에 많은 어른들도 자신의 예민함을 숨기며 살기도 하고요, 너무 자기것에 깊이 몰입하면 사회성이 부족해보이고 느려보이기도해요. 기질은 단점과 장점.. 양면을 가지고 있는데 우리는 아무래도 단점을 더 많이 보게 되고, 어떻게 하면 고쳐줄 수 있을까 주로 고민하곤 하죠.
하지만 살짝 반대로 생각해보면 아이들이 가진 고유한 기질의 특성은 아이의 강점과 재능을 알려주는 싸인이 되기도 해요. 에너지 많은 아이들은 적극적이라서 무엇이든 빠르고 힘있게 도전하지요. 불안함이 많은 아이들은 신중해서 좀처럼 실수하거나 위험한 행동을 하지 않아요. 오감각이 예민한 아이들은 세상에 없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있는 창의력을 가진 멋진 재능의 소유자고요, 순응적인 아이들은 대신 착하고 인기가 많아요. 몰두하는 아이들은 집중력이 좋고 성취를 잘 해내고요. 아이의 타고난 기질에는 걱정스러운 부분만 있는 것이 아님을 기억하면 엄마의 마음에 아주 조금이라도 여유가 생길 수 있어요.
기대했던 모습이 보였을 때, 놓치지 말고 표현해보세요
"왜 이렇게 부산스럽고 산만하니 ㅠㅠ"
"왜 이렇게 겁이 많아"
"왜 이렇게 예민하니"
"왜 이렇게 반응이 없어"
아이에게 우리가 바라는 모습에 대해서는 많이 이야기를 하지만, 정작 아이가 기대했던 모습을 보이는 순간을 우리는 흘려보내버리는 경우가 많아요. 사실은 정말 적극적인 반응이 필요한 지점인데 말이예요.
이를테면, 새로운 자극을 좋아해서 에너지가 넘치고 다소 산만해 보이는 아이가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이 아이라고 24시간 내내 그러는 것은 아니예요.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발견한 순간에는 멈추어 집중하고 몰두하는 모습이 나타나요. 아주 사소한 것이라고 해도 반드시 있어요.
그런데 사실 이런 모습이 나타나도 모르거나, 혹은 알지만 그냥 모른 척 할 때가 많아요 (다시 흥분해서 날뛸까봐요 ㅎㅎ)
하지만 이때야말로 아이에게 반응해줄 수 있는 정말 좋은 타이밍이예요. 아이들 스스로도 본인이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잘 모르거든요. 그런데 누군가가 알아채주고 격려해줌으로써 자신이 어떤 모습인지 자각하고 배워갈 수 있어요.
예전에 상담할 때 어떤 아이가 올때마다 치료실을 다 뒤집어 놓을 만큼 산만한 행동을 보이는 친구가 있었어요. 그런데 어느날은 아이가 가만히 앉아서 입체 동물 블럭을 조립하고 있더라고요. 놓치지 않고 아이에게 "**아 너 이렇게 집중해서 열심히 하는 아이구나?" 라고 이야기 해주었지요. 그러자 아이가 저를 보며 "네~ 저 열심히 하는 아이예요" 라고 해맑게 말하며 웃었던 기억이 나요. 아이들은 우리가 주고자 하는 애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고 흡수해주는 존재라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경험이었어요
없는 것을 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시간이 엄청 필요해요
기질이 아무리 타고난 것이라 해도 마냥 내버려둘 수 많은 없어요.
경우에 따라서는 가만히 있어야 하고, 용기를 내야하고, 예민함을 참아야 하고, 자신의 집중을 깨트릴 수 있어야 하지요. 하지만 아이의 기질로 인한 부분들이 잘 기능해 나가도록 가르치는데 있어 꼭 기억해야하는 것은 바로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 이예요.
애석하게도 절대로 손바닥 뒤집듯 바꿀 수 없어요. 무리하게 하다보면 1번의 실수처럼 <비난>을 하게 되고 <자존감>과 <관계>만 상하게 될 수 있거든요. 타고난 기질이 성격의 재료가 되어 만들어지는 과정 자체도 단 몇년이 아닌 영유아기 전체를 통해 이루어지는 일이잖아요. 그러기에 시간이 필요하고 자꾸 시도하고 알려주는 과정이 필요해요.
개인적으로 저는 불안이 높은 '파란블럭'과 다른 사람의 감정에 민감한 '노란블럭'을 아주 많이 가지고 있는 아들을 키우고 있는데요, 미끄럼틀, 그네 하나를 타게 하고 새로운 무언가를 하게 하기까지 다른 엄마보다 정말 긴 과정과 오랜 시간을 들인답니다. 다행히 도전하기 까지 걸리는 시간이 점점 짧아지고(여전히 길지만), 다른 사람 눈치를 덜보고 자기 주장을 하는 것도 점점 많아지고 있어요. 시간이 필요한 문제라는 것을 기억하니 몸에서는 사리가 나올지언정, 그래도 조금은 여유를 가질 수 있는 것 같아요.
아이의 기질과 같지 않아도 괜찮아요! 미안해말아요~
종종 강의 후에 엄마들이 이런 질문을 주세요. 나와 아이가 기질이 너무 반대라서 이해하거나 맞춰주기가 힘들다고요. 같았으면 아이를 잘 이해할 수 있을텐데 미안하다고요. 특히 에너지가 많은 아이를 키우는 내향적인 엄마들이 이런 이야기를 주로 하시곤 해요. 그 마음 이해해요. 반대의 경우이긴 하지만 저의 경우에도 에너지가 넘치고 겁이 없는 제가 내향적이고 겁이 많은 아이를 이해하고 기다리는것이 너무 버거울 때가 있거든요. 물론 기질이 비슷하다면 아이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을지는 몰라요. 하지만 같고 다른 것이 꼭 그렇게 중요한 것만은 아니예요.
예를 들어 엄마와 아이가 둘다 새로운 자극을 추구하는 기질특징이 높은 경우, 엄마와 아이가 매번 새로운 것을 같이 찾아 다니게 될 수 있어요. 아이 뿐만 아니라 엄마도 새로운 것이 좋고, 자꾸 가면 지루하니 계속 새로운 장난감을 찾고 새로운 장소를 데려가게 되는 거죠. 그러다보니, 오히려 아이가 진득하게 같은 것을 반복해서 하는 것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적어질 수 있어요. 또, 엄마와 아이가 둘다 위험하다고 느끼면 피하려고 하는 기질특징이 높으면, 엄마가 아이의 불안을 공감해줄 수 있는 장점은 있지만 반면에 안정감있게 아이를 지지해주긴 어려울 수도 있어요. 엄마도 몹시~ 싫고 불안할테니까요.
그래서 내가 아이와 기질이 너무 달라서 맞춰주지 못한다고 많이 미안해하거나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같고 다름에 상관없이 함께 살아가고 맞춰가는것이 인간관계잖아요. 엄마와 아이도 다르지 않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