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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로잉맘 이다랑 Mar 05. 2018

아날로그 육아가 필요해

유행하는 사진 어플이 있다.
필름카메라 처럼 생겼는데, 한 롤을 다 찍고 72시간이 지나야 사진을 볼 수 있다. 어릴때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필름을 맡겨 사진을 현상했던 기억이 있는데 어느샌가 내 손엔 디지털카메라가 있었고,  지금은 휴대폰으로 언제든 몇 백장씩 찍고 지울 수 있게 되었다. 사진이 너무 쉽고 흔하고 빨라졌기에,  오히려 소중하게 찍고 오래 기다리는 컨셉의 어플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것은 아닌가 싶다.

오늘 지난번 눈이 내리던 날 필름카메라 앱으로 찍었던 사진을 받아보았다. 그날 아이가 집에 들어오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려서 무척 힘들었고 아이를 다그쳤던 기억이 있는데 사진속의 아이는 너무 해맑고 귀여웠다.

사진을 보는 순간, 피식- 웃음이 나면서 별것도 아닌걸로 아이를 닥달했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 순간에는, '지금도 이러면 사춘기땐 오죽할까' 싶어  세상심각했었는데  시간이 조금 흘러 그 장면을 다시 보니 나의 불안과 조급함이 지나쳤단 생각엔 웃음이 났다.

부모상담이나 교육을 하면서 때론 내 마음도 참 버겁고 지칠때가 있다.

꼭 이렇게 급히 해결해야하나, 이렇게 해야만 한다고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을까..많은 갈등이 내 마음에서 맴돈다. 어느 순간 부터 우리에겐 아이와 관련된 문제를 가능한 빠르게 없애고 해결하는것,  그리고 아이를 가능한 빨리 원하는 모양으로 만드는것이 당연한 속도가 되어버린것 같다. 그런 속도전 육아가 우리를 자꾸만 숨가쁘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물론 빨리 해결해야 하고 조언을 받아야 하는 문제도 있다.  하지만 빨리 해결하는데 급급하다보니 문제를 잠시 품고 있는 능력이 자꾸만 약해지는 듯하다.
문제에 대해, 아이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힘을 자꾸만 잃어가는 것 같다.

우리가 경험하는 육아의 문제 중 어느것은 전문가를 통해 해결해야하지만, 상당 수는 엄마가 발견하고 해결할 수 있음을 나는 종종 보곤한다. 그런데 우리는 해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자꾸만 잊게 된다.

육아도 아날로그 카메라처럼 잠시 묶어두었다가 꺼내볼 수 있다면  조금은 다른 의미로 다가올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빠르고 정확한 세상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조금 더 느리게 머물러 생각해볼 수 있는 힘이 아닐까 싶다.

조금만 느리게 가고싶다.
그리고 그런 육아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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