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이 끝나고 나면 많은 엄마들이 질문을 한다. 그 엄마와 아이에 대한 정보가 없으니 한계는 있으나, 가능한 모든 질문을 듣고 대답해드리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똑같이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입장에서 엄마들에게 그 순간이 얼마나 간절한지 공감하기 때문에 하나의 질문도 대충 넘어갈 수가 없다.
그런데 분명하게 문제가 되는 행동이나 어떤 상황에 대한 질문도 많지만, 사실 이야기를 한참 듣다보면 그저 막연한 불안과 걱정일 때가 많다. 꼬리의 꼬리를 무는 질문 속에서 특정 상황이 아닌 그냥 엄마로 살고 있는 삶 전반에 대한 묵직한 불안함들이 고스란히 나에게 전해져 올 때가 있다.
사실 얼마전에는 불안한 질문이 계속 이어지는 엄마에게 “모든 상황이 괜찮아요. 그리 나쁘지 않아요. 그런데 많이 불안해보여요. 무엇이 그렇게 불안하게 만들고 있는 거예요?” 라고 물었다.
그러자 엄마는 “괜찮은 것을 사실 알아요. 그런데 혹시라도 내가 중요한 것을 놓칠까봐. 그래서 아이에게 해줘야할 것을 못하고 있을까봐 걱정이예요” 라고 말했다.
그리고 나는 다시 이렇게 대답했다. “당연히 놓쳐요. 절대 안놓칠 수 없어요. 아무리 배우고 노력해도 놓칠 수 밖에 없어요. 다 알지만 저도 많이 놓쳤어요. 실수 했어요”
순간 엄마의 눈을 스쳐가는 안도함을 나는 느낄 수 있었다. 정말 잘해야한다는 그 부담을 가지고 얼마나 힘들었을까, 실수 하면 안된다는 생각에 얼마나 속이 시끄러웠을까 생각하니 마음이 아렸다.
<엄마가 놓쳐서는 안될 몇가지 땡땡땡> 제목만 봐도 머리가 지끈 거린다. 콘텐츠를 쓰는 입장에서도 죄책감이나 초조함을 주기 싫어 늘 신경쓰지만 쉽지 않다. 그런데 우리는 잘 알고 노력하면 정말 놓치지 않을까?
아니, 우리는 당연히 놓친다. 아이의 모든 중요한 순간을 제 아무리 민감한 엄마라 해도 놓칠 수 있다. 알아챘지만 엄마의 속사정에 버럭해버릴 수도 있고, 아이에게 위로나 배움이 되는 좋은 챤스를 놓쳐버리기도 할 것이다. 엄마는 결코 아무리 노력해도 놓치지 않을 수 없다.
놓친다는 것을, 우리는 그럴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한다. 줄여나가는 노력이 기특한 것이지 우리는 결코 놓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아이와의 관계도 내가 아닌 누군가(타인)와 맺는 관계일 뿐이다. 우리가 어떻게 타인과의 관계맺기에서 상대를 완벽하게 알고 놓치지 않을 수 있단말인가.
왜 우리는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걸까. 우리는 왜 이렇게 불안한걸까. 집에 오는 내내- 나의 속이 시끄러웠다. 내 인생에서 엄마라는 역할로 살아가는 것이고, 여전히 나는 나임을. 내 인생이 실수투성이듯 당연히 엄마로서의 역할도 때때로 그럴 수 밖에 없음을.. 우리는 어떻게해야 완전히 받아들일 수 있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