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동네로 가면. 단편소설책들이 있는 카페를 찾아내곤 했다. 대학교 대학원을 다닐때도, 임신 한 후에도, 돌쟁이 아가를 키울 때도.. 옮겨다니는 동네마다 그런 카페를 찾아 마음속으로 아지트 삼곤 했다. 기분전환이 필요할 때 잠깐 머물며 짧은 단편 한두개씩 읽고 다시 꽂아두는 것이 좋았다. 다시 찾아왔을 때, 그 동안 아무도 만지지 않은 채로 그대로인 것을 발견할 때면 괜히 기분이 몇 배로 좋아지는 것이었다.
그런 나만의 의식은 참 유용했다. 짧은 시간에 어떻게 하면 단방에 내 기분을 좋게 하고 평안하게 할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아는 것은 참 좋은 나만의 아이템이다. 비상시에 사용하는 무기처럼말이다.
특히 아이를 낳고 키우는 동안, 나만의 시간은 좀처럼 찾아오지 않았고 늘 하는 일이 크게 없어도 허덕이며 분주하게 살았다. 그러다 정말 행운 처럼 짧은 쉬는 시간이 찾아올 때 재빨리 어디에서 무엇을 할지 쉽게 떠올릴 곳이 있다는 것은 괜한 마음의 안도감을 주기도 했다.
어제도 그런 날이었다. 예약제인 동네 미용실에서 커트를 하고 밤이라서 드라이를 거절하고 나니 10분만에 이발을 마쳤다. 아이를 남편에게 두고 나온 시간을 10분만에 끝내는 것이 아까워 그곳으로 갔다.
자몽티를 시키고 책장에서 지난번에 읽던 책을 꺼냈다. 역시 나 말고는 아무도 손대지 않았다. 단편 두개를 읽어내리고 나니 찻잔도 비워졌다. 선선한 초 가을 바람을 느끼며 다시 집으로 가는 마음이 참 가벼웠다. 20분.. 잠시 느낀 그 가벼움으로 오늘까지 넉넉하게 버텼다
내 마음을 돌볼 수 있는 오랜 무기가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밤 바람이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