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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로잉맘 이다랑 Jun 04. 2018

아이와 매일 이별하다.

남편이 늦는다 하여 아이와 집앞 작은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마주보고 앉아 유치원 이야기도 하고, 말도 안되는 말장난에 맞장구 치면서 음식을 기다렸다.

순간, 왜 그랬을까. 아이를 보고 있는데 가만히 누워서 옹알이를 하던, 아가였던 아이의 모습이 겹쳐졌다.
도대체 언제 이렇게 자라버린걸까.  나도 모르는 사이 소름끼치게 시간이 빨리 지나버렸고  아이는 그렇게 훌쩍 자라버렸음이  온 몸으로 와닿는 순간이었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참 고되구나 싶어, 언제쯤 이 육아에서 벗어나게 될까 하는 날들이 있었고, 앞으로는 또 얼마나 많은 고민의 시간이 기다릴까 싶어 두려운 마음이 앞서는 날도 있었다. 엄마가 되지 않았다면 이렇게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데. 마음이 무너지는 날도 있었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 아이는 이렇게 훌쩍 자라버렸다.

깨달았다. 나는 아이와 매일 이별을 하고 있었다.
내려놓기가 무섭게 등센서가 울리던 그 조그맣던 민후와, 온 얼굴에 이유식을 발라가며 서툰 수저질을 하던 그 민후와, 크레용을 들고 첫 동그라미를 그리던 그 민후와 나는 매일 이별을 하고 있었다.

왜 소중한 줄 몰랐을까. 왜 더 감사할 수 없었을까.
미안한 마음, 속상한 마음, 이 시간을 붙들어 두고 싶은 간절함이 밀려왔다.

오늘은 담아두어야지, 라는 마음으로 아이의 이야기를 열심히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휴대폰을 잠시 넣어두고 아이의 눈을 바라보았다.

지금 내 앞에서 재잘거리며 유치원이야기를 하는 6살, 오늘의 민후와도 나는 오늘 또 이별을 하게 될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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