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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로잉맘 이다랑 Sep 25. 2015

아이에게 나쁜 감정을 줘야만 하는 순간.

엄마성장에세이

아이가 외할머니 품에 안겨 울면서 안돼! 안돼! 라고 하는 모습을 뒤로 한채 집을 나왔다. 적어도 아침시간은 여유롭게 있어주고 등원은 내가 시켜주려고, 분야까지 바꿔서 프리랜서로 옮겨탔지만 오늘처럼 이른 새벽에 집을 나와야하는 날들이 있다. 엘레베이터 문이 닫히는 순간, 눈에 눈물이 고인다.

아이에게 나쁜감정을 주었다는 생각에 마음이 괴롭다.지금의 순간이 아이에게 상처로 남으면 어쩌지 고민이 된다.  실은 나쁜 감정도 아이가 겪어야 하고 배워야한다는 것을 나는 이미 알고 있다. 내가 세상의 모든 나쁜 감정으로부터 아이를 언제나 지켜줄 수 있는것은 아니기에. 하지만 머리로 아는것과 어미로서 느끼는 감정에는 어쩔 수 없는 간극이 있다.

그래서 늘 고민하게 된다. 아이에게 나가야하는 사실을 알려줄까 아니면 몰래 나갈까. 전날밤 미리 이야기해줄까. 아니면 내가 나간 뒤 깨어서 알게 하는게 좋을까.


미리 이야기해준다면 아이는 불안할 것이고, 이야기해주지 않으면 배신감을 느낄 것이다. 무엇이 더 해로운 감정일까? 우리아이는 둘 중에 무엇을 더 잘 견딜 수 있을까? 생각하고 생각한다. 보통 결론은 나는 불안을 택한다. 배신은 신뢰의 문제라서 아이에게 거짓말쟁이가 될 수 있고 더 상처받는 감정이라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아이에게 배신감 대신 불안을 주기로 결정했을때 내가 감당할 몫은 더 커진다. 모르는 척 나간 후 아이가 느끼는 배신감은 내가 안 보고 지나갈 수 있지만, 이야기를 미리한 후 느끼는 불안은 내가 함께 보며 견뎌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쁜 감정을 느끼는 순간은 아이에게 감정에 대해 가르쳐줄 수 있는 기회라고 믿어본다.  불안은 그렇게 너에게 언제고 찾아올 수 있는 감정이라고. 그 순간을 엄마가 같이 견뎌줄거라고. 그리고 엄마는 꼭 약속한 시간에 돌아올거고 우리의 관계도 더 탄탄해 질 수 있다고.

그러한 믿음으로 아이를 대해줄 수 있게,  오늘도 내 감정을 더욱 살피겠노라고, 강한 엄마가 되어주겠노라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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