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로잉맘 이다랑 Sep 27. 2015

아무도 돌보지 않는 하루를 갖고 싶다.

엄마가받고싶은선물



어제는 나의 생일이었다.

나는 아이를 낳고 나서부터 미역국이 싫어졌다.
조리원에서, 그리고 조리원을 나와서
안나오는 모유양을 늘리기 위해 억지로 매끼니
미역국을 먹은 후로 부터 미역국이 싫어졌다.
그냥 미역국, 홍합미역국, 소고기미역국,

성게미역국 어떤 미역국을 봐도 속이 미식거린다.

생일선물로 무엇을 갖고 싶냐는 말에
뭐 별거없다. 하긴 했지만,
실은 진짜 내가 원하는 것이 있었다.

하루종일 완전히 혼자가 되는 것.
혼자 아무말도 안하고 아무것도 안하고 있는 것.
아무것도 꼭 해야할 일이 없는것.
아무도 돌보지 않아도 되는 것.
밤늦도록 혼자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다가
스르르 잠들고 아침에 저절로 눈이 떠질때 까지
조용히 푸욱 자보는것.
나는 실은 정말 그것을 원했다.

분명히 이야기를 한다면, 남편은 어떻게든
기회를 만들어 주기야 할 것이다.
그런데 또 많은 짐을 남편이나 친정엄마에게 주고,
누군가를 수고하게 하면서

그걸 누린다는 것 자체가
그렇게 편하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기에.
말하나 마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아쉽다.
난 솔직히 가방이나 화장품이나, 멋진 저녁식사나
그런것 보다는 아무것도 안할수 있는 시간을
선물받고 싶다.

엄마로 아내로 딸로 그리고 상담사로 사는 일상이
불행한 것은 아니지만 (그리고 감사하지만)
행복하게만 느껴지지는 않는, 그런 날이 있다.


하루쯤은 모든 의무감에서 벗어나고 싶다.
아내도 아내가 필요하다 라는  문구를 보았는데,
나는 나를 돌보아줄 아내까지는 필요하지 않다.
그저 혼자 좀 있어보았으면.... ㅎㅎ


그 사이, 아이가 나를 찾는다.
핸드폰을 내려놓고
빨리 거실로 나가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이에게 나쁜 감정을 줘야만 하는 순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