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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로잉맘 이다랑 Nov 19. 2015

"이거 모자 아닌데요?"

아이의 것을 해석하지 않기

"어른들은 혼자서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한다. 언제나 모든 것에 대해 일일이 설명해 주어야 하니, 어린 나에게는 여간 벅찬일이 아니다. 어른들에게는 언제나 자세히 설명해주어야 한다" -어린왕자-

어린왕자 다들 읽어보셨죠? 읽을때마다 다른 느낌과 생각을 주는 그런 책 같아요. 얼마전 다시 살펴본 어린왕자에서 제 마음에 깊이 와 닿는 부분이 있었어요.


어른들에게 그림을 보여주며 내 그림이 무섭지 않냐고 묻는 장면이었어요. 그러자 어른들은 "모자가 뭐가 무섭니?" 라고 대답하죠.


사실 그 그림은 모자가 아니라 -코끼리를 통채로 삼킨 보아뱀 그림- 이었는데 말이예요.


이 때 어린왕자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치료실 안에서 아이들과 함께할때, 또는 우리 아이와 놀아줄때, 아이의 반응을 기다리다 보면 정말 놀랄때가 많아요. 나는 정말 생각할 수 없는 기발한 방법으로 놀거나 자기만의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을 발견하게 되거든요.

하지만 반면에 엄마와 아이가 함께 노는 장면을 볼때면, 일반적으로 가장 눈에 띄는 장면은 아이에게 무언가를 해석해서 말해주는 장면이예요.

아~ 이거 기차구나

우리 이거 네모에다가 맞추어 볼까?

버스가 어디로 가고 있네?


이런 엄마의 반응이요.

그런데 사실은 기차가 아니라 우주선이고, 맞추려는 게 아니라 쌓으려는 것이고, 버스는 어디로 가는게 아니라 춤을 추고 있는 것일 수도 있거든요.


우리가 많이 하는 이런 방식의 반응은, 그냥 보았을때는 엄마가 아이에게 관심을 쏟고 대화를 나누며 무언가를 알려주는 것 같기에 굉장히 좋은 육아방법으로 보여질 수 있지만, 이런 방식이 반복되면 아이의 생각이나 주도권을 은근히 빼앗는 방식이 될 수도 있어요.


아이들은 같은 색깔에 대해서도 이렇게 각각 다르게 느낀다.           -청소년 집단 상담에서-

그렇다면 우리는 이게 왜 어려울까요?


부모인 우리도 정해진 방식에 너무 익숙해서 아이만의 생각이 있다는 것 조차 잊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아니면 부모의 속도가 너무 빠르다보니 아이가 생각한걸 표현해 내기전에 부모반응이 더 빨리 나와버린경우도 있구요. 또는, 아이에게 무언가를 알려주고 싶고 가르쳐주고 싶은 생각이 부모에게 은근히 영향을 주었을 수도 있어요.

처음에는 낯설고 어렵게 느껴지는 방법일거예요. 아이에게 너무 반응해주지 않고 놀이를 확장해 주지 못하는 것 같은 불안한 마음이 들 수도 있어요.

하지만 아이가 이야기하기전에 내가 먼저 해석하려고 하지않고 기다려 준다면, 놀이나 그림에서 만큼은 아이의 방식대로 따라가준다면, 무언가를 가르치고 끌고가려고 하지 않는다면!


아이는 더 재미를 느끼고 자꾸만 반복하고 싶어하고. 그러면서 더 많은 잠재력이 발휘되어 사회성도 인지도 언어도 아이만의 방식으로 성장해나가게 될거예요.


아이를 , 아이만의 세계를, 아이만의 방식을 믿어주세요!

아이의 말이나 행동을 해석하기 보다는 아이가 움직이는 대로 함께 따라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요. 우우~~ 아이가 내는 소리를 따라해주기도 하면서, 아이와 "같은 방식"으로 놀아보세요.
통안에 모양을 맞추어 넣기 보다는,쌓아올리고 발로 뻥 차는 것이 민후의 놀이방식. 꼭 모양을 제대로 맞추어 넣으라고 이야기하지 않아도 되요. 어떻게든 아이의 방식으로 놀게 하고 거기에 함께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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