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것을 해석하지 않기
"어른들은 혼자서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한다. 언제나 모든 것에 대해 일일이 설명해 주어야 하니, 어린 나에게는 여간 벅찬일이 아니다. 어른들에게는 언제나 자세히 설명해주어야 한다" -어린왕자-
어린왕자 다들 읽어보셨죠? 읽을때마다 다른 느낌과 생각을 주는 그런 책 같아요. 얼마전 다시 살펴본 어린왕자에서 제 마음에 깊이 와 닿는 부분이 있었어요.
어른들에게 그림을 보여주며 내 그림이 무섭지 않냐고 묻는 장면이었어요. 그러자 어른들은 "모자가 뭐가 무섭니?" 라고 대답하죠.
사실 그 그림은 모자가 아니라 -코끼리를 통채로 삼킨 보아뱀 그림- 이었는데 말이예요.
이 때 어린왕자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치료실 안에서 아이들과 함께할때, 또는 우리 아이와 놀아줄때, 아이의 반응을 기다리다 보면 정말 놀랄때가 많아요. 나는 정말 생각할 수 없는 기발한 방법으로 놀거나 자기만의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을 발견하게 되거든요.
하지만 반면에 엄마와 아이가 함께 노는 장면을 볼때면, 일반적으로 가장 눈에 띄는 장면은 아이에게 무언가를 해석해서 말해주는 장면이예요.
아~ 이거 기차구나
우리 이거 네모에다가 맞추어 볼까?
버스가 어디로 가고 있네?
이런 엄마의 반응이요.
그런데 사실은 기차가 아니라 우주선이고, 맞추려는 게 아니라 쌓으려는 것이고, 버스는 어디로 가는게 아니라 춤을 추고 있는 것일 수도 있거든요.
우리가 많이 하는 이런 방식의 반응은, 그냥 보았을때는 엄마가 아이에게 관심을 쏟고 대화를 나누며 무언가를 알려주는 것 같기에 굉장히 좋은 육아방법으로 보여질 수 있지만, 이런 방식이 반복되면 아이의 생각이나 주도권을 은근히 빼앗는 방식이 될 수도 있어요.
그렇다면 우리는 이게 왜 어려울까요?
부모인 우리도 정해진 방식에 너무 익숙해서 아이만의 생각이 있다는 것 조차 잊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아니면 부모의 속도가 너무 빠르다보니 아이가 생각한걸 표현해 내기전에 부모반응이 더 빨리 나와버린경우도 있구요. 또는, 아이에게 무언가를 알려주고 싶고 가르쳐주고 싶은 생각이 부모에게 은근히 영향을 주었을 수도 있어요.
처음에는 낯설고 어렵게 느껴지는 방법일거예요. 아이에게 너무 반응해주지 않고 놀이를 확장해 주지 못하는 것 같은 불안한 마음이 들 수도 있어요.
하지만 아이가 이야기하기전에 내가 먼저 해석하려고 하지않고 기다려 준다면, 놀이나 그림에서 만큼은 아이의 방식대로 따라가준다면, 무언가를 가르치고 끌고가려고 하지 않는다면!
아이는 더 재미를 느끼고 자꾸만 반복하고 싶어하고. 그러면서 더 많은 잠재력이 발휘되어 사회성도 인지도 언어도 아이만의 방식으로 성장해나가게 될거예요.
아이를 , 아이만의 세계를, 아이만의 방식을 믿어주세요!
아이의 말이나 행동을 해석하기 보다는 아이가 움직이는 대로 함께 따라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요. 우우~~ 아이가 내는 소리를 따라해주기도 하면서, 아이와 "같은 방식"으로 놀아보세요.
통안에 모양을 맞추어 넣기 보다는,쌓아올리고 발로 뻥 차는 것이 민후의 놀이방식. 꼭 모양을 제대로 맞추어 넣으라고 이야기하지 않아도 되요. 어떻게든 아이의 방식으로 놀게 하고 거기에 함께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