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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로잉맘 이다랑 Nov 25. 2015

너에게 정말 좋은 것만 주고 싶은데..

엄마의 성장키워드 5. 지혜

저는 결혼하고 일년 정도 아프리카 에디오피아에서 남편과 지냈었어요. 에디오피아에 지어진 아동센터 안에서 유치원을 운영하면서 부모교육도 하고 심리치료도 하고 그랬었죠. 에디오피아로 출발할때 한두벌 정도의 좋은 옷을 제외하고는 거의 버릴옷만 챙겼고, 메니큐어 한 개, 귀걸이도 2개. 신발 두컬레. 그렇게 챙겨갔었어요.

처음엔 너무 뭐가 없으니 무척 불편했는데 나중에는 익숙해지다 못해 너무나 행복해지더라구요. 무엇을 입을까 고민하거나 남과 비교해야하는 것에 에너지를 쏟지 않아도 되니, 꼭 필요한것, 꼭 중요한 것만 생각하면서 살 수 있었어요. 기름기를 싹 빼니 삶이 담백해지면서, 매 순간 나 자신과 우리가정에게 중요한 것 들을 고려하며 선택할 수 있게 되더라구요. 그때 알게 되었어요. 너무 많은 선택속에서 중요한것을 최우선으로 삼으며 살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요


선택할 것이 많지 않아서 행복했던, 에디오피아에서의 삶

그런데 한국으로 다시 돌아오고, 아이를 출산하여 키우다보다 다시 저는 이 마음에서 멀어지고 갈등하고 있는 저를 발견하게 되었어요. 인스타그램 같은 SNS만 보고 있어도 아이에게 해줄 것도 너무 많고 화려하고 예쁜것은 또 어찌나 많은지요. 나도 아이에게 더 넓고 좋은 세상 보여주고 싶고, 이런옷, 이런 교구도 사주고 싶고, 또 이런 유치원도 보내고 싶고.. 그런 마음이 들더라구요. 그러다보면 뭐가 맞는지 헷갈리기도 하고, 마음과 달리 충분히 다 해줄 수 만은 없는 현실에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고, 또 속상하기도 하구요.

물론 아이에게 더 좋고 비싼것을 많이 해줄 수 있다면 좋겠지요. 하지만 그것이 그렇게 본질적이고 중요한것인지에 대해 생각해본다면.. 미안한 마음은 어쩔 수 없겠지만 속상하거나 자책하게 되지는 않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좋은 곳을 여행한 것은 아이의 기억에 남지않을 수 있어요. 하지만 엄마아빠와 함께한 시간에서 느낀 행복한 정서가 아이 마음에 켜켜히 쌓여 남게 되어요.

아이에게 좋은 장난감을 사준 것은 오래 기억되지는 않아요. 하지만 엄마아빠가 내가 좋아하는것을 바라봐주고 반응해준 그 시간이 아이에게 사라지지 않는 선물로 남게 되어요.

좋은 프로그램이 많은 유치원, 어린시절에 배운 영어.. 전부다 좋은 경험이 될 수 는 있어요. 하지만 그보다는 아이의 좋은 점을 알아주고 인정해주는 선생님, 아이가 스스로 배워갈 수 있다고 믿는 그러한 교육철학이 아이가 평생 무언가를 배우기 위해 필요한 진짜 자원이 되어 줄 수 있어요.


좋아보이는 것들만 쫓기보다는, 그러한 것을 해줄 수 없다고 미안해하기 보다는.. 내 아이에게 지금 이 순간 가장 필요한 것.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본다면.. 쉽게흔들리지 않는 지혜로운 육아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아이에게 가장 좋은 것을 주고 싶은 엄마가 있다는 것 만으로도 이미 우리 아이들은 행복한 시작을 한거랍니다!



*그로잉맘 에세이는 큐스패밀리(by꾸빠) 일러스트와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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