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좋았는데...
오랜만에 아무일도 없는 오프데이였어요. 머리할겸 미용실에 갈까, 연말인데 네일좀 할까 하다가.. 여름방학이후로 하루종일 아이랑 놀아준적이 없는 것 같아서 과감하게 어린이집에 안보내고 데리고 나갔어요. 시작은 좋았으나 하루종일 데리고 있으니 정말 힘들었어요. 아이는 롯데몰 바닥에 한두번씩 드러누웠고 저는 뚜껑이 열리고 ㅎㅎ
아이가 떼쓰는걸 남편에게 보여주고 생색내려고 사진을 찍었다가 인스타그램에 올렸어요. 심리치료사엄마의 아들도 이러고 별거 없으니 엄마들 힘내시라는 농담반진담반 멘트와 함께요. 사실 몇 시간 후에 열어보고 깜짝놀랐어요. 그 사진와 글로 인해 정말 위로 받았다는 엄마들이 너무 많아서요.
나만 이렇게 서툰걸까?
그리고 그러한 답글을 읽고 있자니 마음 한켠이 찌릿 아려왔어요. 그 말에 위로를 받을 수 있었다는 것은, 나만 아이에게 화내고 그래서 우리아이만 이렇게 떼쓰는 것 같고, 누군가는 정말 잘할것 같고 완벽한 정답이 있을 것 같은.. 그런 생각이 엄마들 마음에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았거든요.
그런것 같아요. 생각해 보니 엄마들은 그런 이야기를 많이 했었던 것 같아요. 내가 잘 못해서 아이가 더 이런것 같다고, 다들 잘하는 것 같은데 나만 왜 이렇게 힘들고 버거운지 모르겠다고. 정말 잘하고 싶고 좋은 엄마가 되고 싶다고. 그런 엄마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었어요.
완벽한 엄마는 없어요
그런데 이런 마음의 이면에는 어쩌면 완벽한 엄마가 존재할거라는 환상이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완벽하게 기능하는 엄마가 있을 거라고. 아님 저처럼 이런일을 하면서 엄마들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뭔가 좀 더 다르겠지, 감정조절도 잘 하겠지. 그런거 말이예요.
하지만 다른 전문가는 모르겠고 저는 정말 그렇지 않아요. 우리 애도 떼쓰고 소리지르고 다른 친구를 때리는 문제행동을 할때도 있었고, 저역시도 화도 나고 뚜껑도 열리구요.
다만, 전 보통엄마보다 엄마들을 더 많이 만나니까요, 더 솔직한 장면에서 만나니까요. 나만 이런게 아니고 내 아이만 이런게 아니라는 것은 분명히 알고 있어요. 그래서 저 자신을 덜 자책하게 되고 아이에게도 좀더 여유를 부릴 수 있는 것 같아요. 완벽한 엄마가 없다는 것을 뼛속까지 깊이 믿고 있는것, 그게 제가 엄마로서 그나마 잘 기능하게 하는 힘 인 것 같다는 생각이드네요.
장담하건대, 완벽한 엄마는 없어요. 나만큼 화내는 엄마도 많고 우리애만큼 늦거나 우리애만큼 까다로운 아이도 많답니다. 이런 글을 끝까지 읽는다는 것 자체가, 이런 고민을 해본적이 있다고 느끼는 것 자체가 이미 좋은 엄마이기 위해 노력한다는 뜻인 것 같아요. 물론 더 잘하려고 배우고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괜찮다고 스스로를 다독이고 마음이 편해지고 행복해지게 노력하는 것이 요즘 우리 엄마들에겐 더 필요한 일 인 것 같아요.
*그로잉맘 에세이는 육아일러스트 큐스패밀리와 함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