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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로잉맘 이다랑 Dec 14. 2015

미안해, 엄마가 너무 빨랐어.

아이를 위해 속도 늦추기

앗, 그게 아니었구나

지난 주말에 아침식사를 준비하고 앉아 밥을 먹고 있었어요. 그때 갑자기 민후가 뽀로... 라고 말했어요. 영상을 보여달라고 하는 것 같았어요. 가끔씩 민후가 식사하면서 영상을 보여달라고 할때가 있거든요.

제가 미디어에 대해 쓴 글을 보셨다면 아시겠지만 저는 절대적으로 금지하고 있지는 않아요. 피할 수 없다면 필요할때는 쓰고, 정해진만큼만 보고 끊는 것을 가르치자는 입장이거든요. 하지만 집에서 식사할때는 보여주지 않고 있기때문에 저는 집에서 밥먹으면서는 뽀로로 보여줄 수 없어. 이만큼 먹은 다음에 보자. 라고 말했어요.

그러자 민후가 고함을 치면서 울기 시작하는 거예요. 뽀야 뽀야~ 하면서 마구 떼를 쓰기 시작했어요. 그렇게는 안되는거라고 이야기하고 무시하기도 하고 했지만, 때쓰는게 점점 심해지더라구요.

그래서 방으로 데려갔어요. 벽에 세우고 한참 훈육을 하는데 민후가 바닥에 떨어져있는 뽀로로 인형에게도 가더니 끌어안고 우는거예요. 순간.. 아차, 싶었어요. 민후가 이야기하는 뽀로로가 인형이었구나.


훈육도 관계도 망칠 뻔 했다.


사실 제가 요 며칠 민후가 영상물을 평소보다 더 많이 보는 것 같아서 신경을 쓰고 있었거든요. 그리고 솔직히 변명을 좀 하자면, 그날 아침에 여러가지로 신경쓰이는 일이 있어서 기분이 별로고 머리도 산만한 상태였어요. 평소같았다면 (그래도 나는 상담사니까 ㅜㅜ) 민후가 왜 그러는지 좀더 생각하고 신경쓰고 훈육하는데 그날은 완전 성급했던거죠. 제 생각이. 제 상상력이. 제 판단이 너무 빨랐던 거예요


민후에게 엄마가 너무 빨랐다고 미안하다고 하니 그제서야 엉엉 울더라구요. 훈육도 관계도 망칠뻔 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이 몹시 쓰라렸어요.

사실 아이가 어릴때 비해 점점 커갈 수록 저도 저만의 생각으로 민후를 판단할때가 많아 지는 것 같아요. 민후에 대해 익숙해졌다고 느끼면서 "이렇게 할것 같아, 틀림없이 이럴꺼야" 라는 저의 예상이 너무 빨라지는거죠. 그런데 이렇게 보란듯이 빗나가는 것을 경험하면서.. 제가 그토록 강조하는 엄마의 속도에 대해서 저 자신도 많이 돌아보고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어요.


엄마가 속도를 늦추도록 노력할께.


"아이의 행동에는 이유가 있다. 반응하는 속도를 늦춰라."


아들에게나, 만나는 아이들에게나 상담하는 엄마들에게나.. 이대로 행하려고 노력하고 마음에 새겼는데 제대로 무너지는 것을 경험하게 되었어요. 그러고 나니 엄마의 생각과 문제가 너무 커서 미처 아이의 것을 보지 못하는, 그래서 혼내고 후회하는 얼룩진 엄마들의 마음도 더욱 이해하게 되었어요. 정말 쉽지 않구나. 그런생각도 들었구요.


엄마도 완벽할 수 없기에 저 역시 이런 실수를 다시는 안하겠다 장담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그래도 아이에게 자꾸만 같은 실수를 해서, 제멋대로 판단하는 엄마라고 찍히지 않기위해서 또 반성하고 노력해야겠다 다짐해봅니다. 휴- 미안하지만 어쩌겠어요. 미안하다 아들아!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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