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나에게 소원을 묻는다면-
계획보다 일이 늦게 끝났다. 정신없이 뛰어 집으로 가는 버스를 잡아탔다. 그래도 일단 버스에 타기만 하면 도착할때까지는 잠시 생각하거나 글을 끄적일 수 있는 소중한 나의 시간이 생기는 것이다.
*상상해본다. 누군가가 엄마인 나에게 소원이 있냐고 묻는다면 난 무엇을 말할까.
단 하루라도 급한 마음으로 집에 가지 않고 마음껏 놀고 싶다고 말할 것 같다. 아무 부담없이 밖에서 천천히 놀다가 집에 들어갈 수 있다면, 저녁 카페에서 혼자 차한잔 하며 밀린 일을 하거나 책을 읽을 수 있다면, 아니면 오랜 친구를 만나 늦도록 수다를 마음껏 떨어볼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고. 몸만 나와있는것 말고, 정말로 나를 기다리는 누군가를 생각하며 미안하거나 불안한 마음이 조금도 없는 상태로 말이다.
아니면 한번쯤 원하는 만큼 푹 자고 싶다고 말할 것 같다. 밤중에 수유해야하는 아가시절은 지났지만 여전히 내 몸은 엄마여서 아이의 작은 뒤척임이나 소리에도 잠에서 깨고 늘 예민하게 센서가 발동해 있다고.. 그래서 한번쯤은 정말로 푹 자보고 싶다고 말이다.
또, 다시 예전처럼 입고 신고 나가고 싶다고 이야기 하고 싶기도하다. 아이를 안아주거나 보살펴야 하는것을 고려하지 않고, 짧은 치마도 높은 구두도 또 길게 늘어뜨린 악세사리도 마음껏 하고 싶다고. 그리고 나서 아이에게 계속 신경쓰느라 코로 들어가는지 눈으로 들어가는지 모르겠는것 말고.. 제대로 음식을 보고 느끼면서 먹고싶다고. 쭈그리고 앉아 물티슈로 레스토랑 바닥을 청소하지 않고 그냥 나오는 일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영화관에 남편과 예전처럼 마음대로 가거나, 책을 첫장부터 마지막장까지 한번에 쭉 읽어내려가는 일, 집에 돌아가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완전히 방에 틀어박혀 혼자 쉬어도 되는 그런 시간을 나는 정말 원한다고 말할 것 같다.
*그런데 하루를 정리하고 잠이 든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니 목구멍까지 차올랐던 억울하고 답답한 마음이 다시 가라앉는다.
그렇다. 누군가가 다시 묻는 다면
아마도 나는,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이 아이의 소중한 순간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내 마음에, 기억에 담고 싶다고..아이와 함께 하는 엄마로서의 행복을 완전히 느끼고 감사하고 싶다고 말할 것 같다.
내 아이에게 완벽하진 않아도 따뜻한 엄마로 기억되고 싶다고, 그러기 위해 내가 더욱 강하고 지혜로워졌으면 좋겠다고 말할 것 같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내 아이가 정말 행복하고 건강한 아이로 자라주는 것이라고. 그렇게 말할 것 같다.
아마.. 나는 정말 그렇게 이야기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