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오피아에서의 삶을 생각하며
하루종일 사람이 많고 차도 많은 시내에 있는 날이면 머리가 아프고 힘이 빠진다. 아침부터 출근 전쟁을 견뎌내고 나면 하루에 쓸 에너지의 절반을 이미 써버린듯 하다.
이럴때 마다 어김없이 지나가는 에디오피아의 풍경..덜컹덜컹 거리는 버스안에 몸을 기대어 음악을 들으면서 보던 한가로운 풍경들. 그 시간이 또 그리워진다.
어제 밤에 미니멀리즘, 간소하게 사는 삶에 대한 다큐를 보았다. 사실 나는 남편이 인정할 정도로 왠만한 여자와 비교했을때 물건이 없다. 취향때문이지만 옷도, 악세사리도, 가방도 화장품도 별로 없는편.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을 둘러보니 버릴게 정말 많다.
사실 나에게도 간소한 삶이 있었다. 에디오피아에서 지낼때는 남편과 나의 물건을 합쳐서 50개도 안되는 품목으로 살았었다. 어제 다큐를 보며 깨닫기를, 그래서 우리가 그곳에서 없어도 행복했던 것 같다. 같은 옷을 매일 입어도 부끄러울 것이 없었고 다른 사람 신경을 쓰거나 쟁여둔 물건을 관리하느라 힘을 쏟을 필요도 없었다. 이미 가지고 있는 물건을 이리저리 활용하며 살았고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샀을때에 기쁨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가만히 있어도 돈이 모여서 귀국전에는 배낭여행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어느덧 이렇게 물건이 쌓였다. 언제든 바로 털고 이동할 수 있는 삶을 살자고 했지만, 한국에서의 삶은 그것을 허용해주지 않았다. 그런데 물건이 많아질 수록 생각도, 비교하는 마음도 더 많아진 것 같다. 그것이 내 불만족의 이유이며 내가 덜 행복해지면서 더 복잡해진 이유라는 것을 깨달았다.
둘이 살던 삶도 아니고 여기는 에디오피아도 아니라서,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아들의 물건들 때문에 쉽지는 않겠지만.. 지금부터 조금씩 다시 비워내고 심플해지는 삶. 그래서 정말 중요한 본질을 챙기면서 사는 삶을 시작해보고 싶다.
너무 소중한 삶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