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고 또 상담일을 하면서, 관계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되어요. 엄마와 아이의 관계는 뭔가 더 복잡하고 특별하게 생각되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냥 우리가 아는 '관계' 라고 단순하게 생각해볼 수도 있는 것 같아요. 그러면 오히려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들이 명확해지기도 하구요.
얼마전에 아침에 늦었는데 아이가 자꾸만 무엇을 하느라 꾸물거리는 거예요. 솔직히 저는 아이를 등원시키고 처리해야할 일이 많아 마음이 급했어요. 그래서 아이옷을 거칠게 입히며 짜증도 내고 한숨도 푹푹 쉬는데, 아이가 '엄마 민후가 미안해' 그러는거예요. 순간 아이에게 너무 미안하고 부끄러웠어요.
그 순간 생각했어요. 아이가 내 아이가 아니라 타인이라도 내가 이렇게 내 감정대로 행동하거나 표현했을까? 내가 일방적으로 내게만 맞추라고 강요할까?
생각해보면 아니거든요. 만약 내 아이가 타인이라면 그럴 수는 없거든요. 상대의 기분이나 상황도 살피면서 내가 지금 급하다고 좋게 설명을 하거나 부탁하거나 그러겠죠. 어쩌면 어려워서 티도 못내고 기다릴 수도 있구요. 그런데 내가 소중하고 특별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가장 막 대하는 것이 내 아이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과 없이 내 감정을 드러내고 내 계획대로 휘두르면서 말이예요.
그래서 아이에게서 한걸음 물러나서 관계를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부모와 아이라는 관계에만 묶여 그 안에서만 바라보면 보이지 않는 것들이 있으니까요.
아이와 나의 관계를, 사람과 사람의 관계로서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연습한다면 오히려 관계를 건강하게 만들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어요. 아이를 독립적인 인격체로서 존중하는 마음도 조금이라도 더 지킬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구요.
엄마로 사는 매일은 고민이 가득하고 너무 어려운 것 같아요. 그런데 이렇게 한고비 넘겨가며 저도 깨닫고, 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아요. 성숙해질 수 있도록 나에게 엄마라는 이름을 선물해준 아이에게, 내일은 고맙다고 꼭 말할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