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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로잉맘 이다랑 Jan 27. 2016

깊은 만남이 주는 힘

< Grace grove   116.8*80.3cm    acrylic on canvas   2015>이정화


멈춰있던 시간을 함께 보낸 우리.

선생님와 처음만났던 건, 입덧이 끝나고 정신이 들기 시작했던 5년전 1월. 그때 나는 임신이 된 것을 알고 모든것을 강제적으로 멈추어야 했던 때였다. 친정에서 엄마밥먹으며 요양할때였고, 한가롭던 그 동네에 작은 화실이 있었다. 사실 입덧이 끝나고 산책을 할 수 있게 되면서 화실이 거기에 있다는 것을 그제서야 알았다.  

무언가에 이끌리듯이, 정규교육이외에는 붓 한번 들어본적 없던 나는 그 화실로 들어갔다. 그렇게 선생님과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화실로 들어가자 마자 보라색  꽃 그림이 보였고 너무 마음에 들었다. 그 이유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임신기간이었던 그 때, 나는 마치 출산이 내 인생의 끝인것처럼.. 원하면 뭐든지 해보자는 그런 마음으로 살았던 것 같다. 그래서 지금이라면 낼 수 없는 그런 용기가 있었던 것 같다.




나는 일주일에 한번씩 선생님에게 그림을 배웠다. 출산까지 시간이 얼마없었던 나는 제대로 배우기 보단  그리고 싶은 것을 그리고 싶다했다. 처음에는 흰 종이도 두렵고 연필도 붓도 낯설었지만.. 나는 점점 그림그리는 그 시간이 좋아졌다. 그 작던 화실이 정말로 좋아졌다. 그리고 음악도 듣고, 차도 마시며 그렇게 선생님과 나는 친구가 되었다. 열 살이나 차이가 나지만 대화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 때 선생님도 나와같이 억지로 멈추어진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내가 원하는 것은 뭘까, 나는 내가 원하는 자리에 있을 수 있을까. 움직이고 싶지만 두렵고  움추려드는, 그 긴 터널의 한가운데에 나도 있었고 선생님도 있었다. 우리는 한번도 드러내놓고 힘내자는 이야기를 한적도 서로를 위로한 적도 없으나, 우리는 이미 서로를 격려하고 있었고 위로하고 있었다.

출산을 한 이후, 종종 바람을 쐬고 싶을 때 유모차에 민후를 태우고 커피한잔을 사서 화실에 가기도 하고, 한두번은 친정엄마찬스를 써서 선생님을 만나 점심을 먹기도 했다. 결혼을 일찍했기에 친구들은 아직 아가씨라 다들 바빠서 아무도 만날 수 없었던 그때... 임신기간 부터 출산 후 우울한 시간을 보낼때 함께 했던 유일힌 친구였다. 그 때쯤 나는 선생님이 엄청 크게 전시회를 하는 생생한 꿈을 꾸었고, 그 이야기를 전하며 선생님이 다시 작품을 하고 원하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며칠전 아주 오랜만에 선생님을 만나 점심을 먹었다. 작년 내내, 나는 상담하고 강의하고 그로잉맘까지 시작해서 눈코뜰새 없이 바빴고, 선생님 역시 작품하고 아트페어로 여기저기 다니시느라 바빠서 한번도 만나지 못했기에.. 거의 일년만이었다.

나는 우리가 바빠졌음에 진심으로 감사했다. 나와 선생님은 다시 우리에게 주신 달란트대로 움직이게 되었다. 5년전과 오늘 우리는 너무나 다른 자리에, 다른 에너지로 살고 있었다.

깊은 만남이 주는 힘..

선생님을 통해, 나는 깊고 진실된 만남이 주는 힘을 알게 되었다. 소란스럽게 떠들지 않아도 위로하고 서로를 일으키기에 충분한.. 그런 만남을 믿게 되었다. 서로를 성장시키는 만남이라는게 무엇인지 조금은 알게되었다. 그러한 종류의 만남이 정말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나에게 정말 힘을 주었다. 사람을 만나고 사람을 성장시킬 자원을 함께 찾는 그런 일을 하면서도 어쩌면 나는 이것을 제대로 알지 못해서 흔들렸던 것 같기도 하다.

또 누군가에게 그런 깊은 만남의 힘을 알게 해주는 그런 내가 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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