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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로잉맘 이다랑 Jan 29. 2016

엄마의 위기는 '기회'다

며칠전 동료선생님을 만나 점심을 먹었어요. 아이둘을 키우며 상담일을 하고 있는.. 사실 동료보다는 엄마로서, 상담사로서  선배같은 분이죠. 가끔 이렇게 만나서 엄마면서 상담사로 사는, 부담스럽기도 외롭기도 한 그런 삶을 나누곤 해요. 고충에 대해 서로 털어놓고 위로하곤 하는데 그러고 나면 숨통도 좀 트이고, 또 몇 걸음 나아갈 힘이 생기는 것 같거든요.

쓸데없이? 사람에 대해 좀 더 공부하고 안다는 이유로 엄마로서의 삶이 몇배는 더 무겁고 고민의 연속인 것 같다고 푸념했지만, 실은 알아도 몰라도 그냥 엄마로 산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도 쉬운일이 아니라고 결론을 내리게 되요.

엄마의 위기!


이야기를 나누다가 우리 둘이 정말 동의하고 공감한 것이 있었어요. 엄마로 사는 모든 순간이 위기일 수도 있겠지만, 정말 중요한 위기가 적어도 3번은 찾아오는 것 같다는 점이었어요.

첫번째는 아이가 태어나고 막 엄마가 된 시점이예요. 너무 기쁘고 신기하지만 무섭고 두렵기도 한 나의 아이. 아이와 단둘이 집에 남겨지는 상황이 정말로 두려웠던 그런 경험이 많은 엄마에게 있을 거예요. 아직 엄마가 되었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생각하거나 고민할 시간은 없고 정신없이 그리고 몽롱하게 살아가는 그 시기말이예요. 내가 엄마인지 아이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그 밀착된 관계가 누군가에게는 우울과 답답함을 주기도 하죠.

두번째 위기는 두돌이 지나면서 미운 네 살이라고 하는 그 시기인것 같아요. 요즘 저의 상황이죠 ㅎㅎ 아이를 내품에 끼고 달려왔는데 어느날부터 이 아이가 내 통제를 벗어나기 시작해요. 자기가 하겠다고 말도 안되는 것을 하겠다고 고집부리기 시작하는 아이를 앞에두고 엄마는 위기를 느끼기 시작하는 것 같아요. 이 아이를 어떻게 훈육해야할까.고민은 하지만 아이와의 관계가 자꾸만 망가지는 것 같고, 아이를 점점 감당하기가 너무 어렵다고 느끼면서 스스로를 나쁜 엄마라 자책하게 되기도 해요.

세번째 위기는 초등학교 1학년인것 같아요. 사실 제가 직접 경험한 위기는 아니지만 엄마들의 많은 고민이 초1부터 새롭게 찾아오는 것 같아요. 그리고 실제로 상담센터에는  4월쯤 되면 초등학교1학년엄마들이 많이 찾아오기도 하구요. 초등학교라는 새로운 세계는 아이에게도 엄마에게도 너무나 낯설고 힘든 변화예요. 이전에 쌓여있던 심리적인 문제가 본격적으로 터지기도 하구요. 부모입장에서는 나름대로 지키려고 했던 육아철학이나 학업에 대한 태도도 외압에 의해 무너져버리는 그런 위기를 겪게 될 수 있어요.

세 번의 위기만 잘 넘어가도 엄마와 아이의 관계는.. 그리고 아이의 성장은 꽤 성공적인 것 같다고. 우리는 그런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위기가 찾아올 때 생각해봐요.
나에게 무엇이 필요한걸까?


여러가지 의미에서 제가 만나는 엄마들은 위기를 만난 엄마들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든가, 너무 지쳤다든가,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고 아이와의 관계가 이미 문제가 생겼거나 혹은 아이에게 행동문제가 나타난 경우이지요.

치료를 시작할 때 엄마들은  저에게 이런이야기를 많이 하세요. 자기가 잘못해서 아이가 이렇게 된 것 같고 자신은 이미 너무 지쳤다구요. 이미 좋은 엄마가 되긴 틀린것 같다구요. 하지만 저는 이렇게 상담을 시작했으니 이제 정말 엄마는 기회를 얻은것이라고 말해드려요. 아이에 대해 알게 되고 배우게 되고 스스로를 챙길 기회를 얻은것이라고 말이예요.



혹시 엄마로서 위기를 느끼고 있다면  그것은 어쩌면 기회일 수 있어요. 이전까진 알아야할 필요를 모르고 지냈지만 위기를 통해 돌아볼 기회를 갖게 된 것이니까요.

엄마는 순간 하고 마는 일이 아니라 오랜시간 계속해야 하는 역할이기에 고비가 찾아올 수 밖에 없어요. 아이가 성장함에 따라 아이에게도 위기가 오고, 엄마의 역할도 달라지기 때문이예요.

만약 지금 엄마로서 위기를 느낀다면 지금 나에게 무엇이 필요한건지 고민해보면 좋겠어요. 그러면 무엇을 채워야하는지 알 수 있을테니까요. 설사 나는 전부다 부족해 라고 해도, 그중에서도 급하게 채워야할 순위가 있을거예요

아이에 대한 앎이 필요한지, 자신감이 필요한건지. 자기비판을 줄여야 하는 건지, 혹은 엄마가 아닌 스스로에 대한 돌봄과 쉼이 필요한 것은 아닌지 말이예요.

위기를 통해 필요한 것을 깨달을 수 있다면, 그것은 엄마와 아이에게 반드시 기회가 될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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