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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로잉맘 이다랑 Feb 18. 2016

사랑하되 거리를 유지하자

소규모로 하는 부모교육은 집단상담이나 수다모임처럼 편안하게 소통할 수 있어서 참 좋다.
마음을 열고 함께 이야기하기 위해 작은 집단에서는 엄마들과 함께 육아그래프를 그려볼 때가 있는데, 아이가 태어나서 지금까지의 아이와의 관계나 내 마음의 상태를 체크해보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지난시간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도 되고 첫 시간의 어색함을 풀기에도 좋은 것 같아서 자주 활용한다.

그러다가 여러 엄마들이 그래프를 보면서 엄마와 아이사이의 ‘거리’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처음에 아이가 태어났을 때 아이는 정말 엄마가 필요하다. 아이는 나 자신과 엄마를 그리고 세상을 명확하게 구분하지 못한다. 내가 곧 엄마고 엄마가 곧 나 이고, 그리고 세상인 것이다. 그런데 반면에 엄마는 출산과 동시에 엄마로서 적응하는 문제를 경험하게 되는 것 같다. 갑자기 몸과 마음이 아이에게 묶여버리지만, 아직 그것을 충분히 받아들이지 못한 그런 상태.. 내가 없어진 것 같고, 내가 아이인지, 아이가 나인지 모르는 이런 밀착된 관계는 처음이다보니 힘든 것이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다 보면 결국 엄마는 아이에게 애착하게 된다. 엄마가 아이에게 애착하듯, 엄마도 아이가 필요해진다. 아이와 붙어 지내는 일상이 힘들지만 그래도 그 관계에 익숙해진다. 그러는 사이 아이는 계속 자란다.



그런데 이제 고비가 오는 것 같다. 아이는 자라면서 알게 되기 때문이다. 나는 나고, 엄마는 엄마라는 것을. 엄마 말고도 내가 알아갈 흥미로운 세계가 더 많다는 것도. 그래서 이제는 내가 하겠다고 주장하게 된다. 내가 원하는대로 엄마를 이끌고 싶어하기도 한다. 그런데 엄마는 그 단계로 자연스럽게 넘어가지 못한다. 엄마에게 아직 아이는 아이인데, 내 아이인데.. 아이가 어느순간부터 원하는대로 따라주지 않는 것이다. 그것이 기특할 때도 있지만, 생활과 부딪히게되면 아이에게 화가 나기도 한다.  

이렇게 엄마와 아이가 각각 원하는 관계의 거리가 자꾸만 어긋난다. 아이는 마음껏 품어지다가 독립해야하는데, 반대로 엄마는 점점 아이에 대한 기대와 욕구가 늘어난다.

나는 상담사이기전에 엄마이기에, 그 거리감이 멀어지는 것에 대한 상실감을 너무나 공감한다. 아이가 어릴때는 붙어있기가 그토록 힘들었고, 지금은 아이가 자라는 것이 아쉽다. 아이가 자기생각이 생겨 튕겨나가는 것을 성장의 과정으로 오롯이 받아들여주기보다는, 나를 힘들게 하는 행동으로 느낄때도 있다. 어느날 아이가 지금보다 더 자라서 나보다 친구를 더 좋아하고, 나와 뽀뽀도 하지 않게 될 날을 생각하면 혼자 울컥하는 감정이 올라오기도 한다.

그래서 아이를 사랑하되 거리를 갖자고 자꾸 다짐해본다. 이것은 아이에게 냉담하게 굴거나 무관심하는것과는 다르다. 아이가 마음이 가장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그 안전한 거리가 어디쯤일까 고민하고 아이가 자람에 따라 필요로 하는 공간을 주기위해 유연해지는 엄마의 태도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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