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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로잉맘 이다랑 Feb 28. 2016

내 감정으로 아이를 다그칠때

드라마 한편 제대로 보기 너무 힘드네.

난 티비 보는 것을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그래도 보통 인기있는 걸로 한개정도의 드라마는 보는 편인데, 요즘은 시그널을 본다. 응팔이나 그녀는 예뻤다 처럼 그냥 틀어놓고 보는 거면 모르겠는데, 시그널은 정말 한장면이라도 놓치면 단서가 빠지기 때문에 정말 집중해서 봐야한다. 그런데 엄마가 되고나서는 일주일에 한두번, 드라마를 제대로 보는 것이 사치가 되어버렸다.

오늘도 그랬다. 저녁먹이고 틈틈히 설겆이도 하고, '우유달라 딸기달라 같이놀자' 하는 아이의 요구를 들어주려니 계속 장면이 끊겼다. 게다가 오늘따라 피곤해서 더 칭얼거리는 아이 소리에 대사도 먹혀버리기 일 수. 간신히 끝까지 보고 아이를 씻겨 재우려는데 또 원하는 것이 없다고 징징거리는 아이의 울음섞인 목소리에.. 그만 짜증이 나고 말았다.


아이를 다그치며 그 순간 이미 나는 알고 있었다. 이건 훈육이 아니라 나의 화풀이라는 것을. 이것은 아이의 잘못된 행동에 대한 감정이 아니라순전히 내 감정이라는 것을.

사실 아이를 제대로 훈육할때는 이렇게 찝찝하지 않다. 아이가 상처받지 않았을거라는 확신도 있다. 마음은 좀 아프지만 후회함을 느끼지는 않는다. 그런데 내 감정때문에 쏟아냈을땐 다르다. 울다 잠든 아이 얼굴에 미안함을 느낀다. 혹시 아이가, 내가 자기를 미워한다 여기면 어쩌지 걱정스럽고 후회스럽다.

오늘 아이에게는 칭얼거릴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것이 평소에 훈육을 하던 기준에 어긋나는 것도 아니었다. 단지 내가 이미 짜증이 나 있었고, 그것을 받아줄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물론 나는, 드라마 하나 제대로 못보는 내 상황에 대해 짜증이 났던, 나의 그 유치한 마음 바닥이 잘못된것이라 생각하진 않는다. 엄마가 되기전까지 수많은 시간을 자유롭게 지냈기 때문에, 짜증이 나는 내 자신도 이해되고 측은하다.

그래서 아이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너가 칭얼거려서 엄마도 사실 화가났다고.. 그렇지만 너를 미워하지 않는다고. 우리 내일 아침엔 기분 좋게만나자고.

실수 했을때,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최선인 것 같다. 모든 관계가 그렇듯이. 그리고 당분간 정 안되겠으면 드라마 본방은 좀 포기해야겠다; 그래도 아이가 더 소중하니까. 아. 엄마로 살기 너무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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