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손으로 인스타그램 타임라인을 밀면서 읽어내려가다가 잠시 멈춘다. 회사를 퇴직하고 나온 엄마의 이야기다. 육아휴직이 일년만 더 있었어도 다닐 수 있었을텐데 라는 아쉬움과 그래도 더 잘한 일이야 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는 마음이 짧은 글에 뒤섞여있다. 이런 글을 마주할때마다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내 마음에도 찌릿하게 무언가가 올라온다.
아이를 낳고 처음 일을 시작했을때 재택근무를 했었다. 한달에 한번 정도만 회의로 모였었는데, 그 반나절의 외출때문에 산후우울감을 견뎠던것 같다. 유일하게 아이와 떨어져서, 가벼운 몸과 가벼운 가방으로 움직이고, 민후엄마가 아닌 내이름 석자로 존재할 수 있었던 시간.
회의는 늘 서울시내에서 있었는데, 내내 집에 있다가 나가면 그렇게 어색할 수가 없었다. 사람들은 바삐움직였고 그런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왠지 나의 시계만 느리게 가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이렇게 지루하고 단조로운데, 다들 바빠보였고 싱그러워보였다.
얼마전 신생아를 키우는 친구가 그랬다. 그래도 너는 좋겠다. 이제 다시 일을 하게 되서.. 글쎄, 맞다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나는 여전히 나의 시계가 천천히 간다고 느낀다. 내 몸은 늘 정신없고 정해진 시간안에서 여러가지를 해내야하지만, 나의 진짜 시계는 여전히 느리다. 이전처럼 욕심껏 빠르게 뛰어가면 결국 아이를 놓치고 가족을 놓치게 되기 때문이다. 내가 나를 위해 쓸 수 있는 시간도 돈도 정해져있기에 모든것을 돌보면서 가려면 다른 사람들 보다 천천히 가는 방법밖에 없다.
나도 더 완벽하게 하고 싶고, 더 많이 더 빨리 하고 싶다. 한참뒤로 밀린 내 경력을 다시쌓으려면 갈길이 멀기만 하다. 그래서 아가씨때 좀 더 해둘 껄 하는 아쉬움도 들고, 가끔, 이 땅에 여자를 하나 더 만들고 싶지않아서 딸은 낳지 않겠어 라는 뼈있는 농담도 해본다.
그래도 멈추지 않았다면, 천천히라도 간다면 잘하고 있는 거라고 내 자신을 토닥여본다. 천천히 가면서 바깥 풍경도 보고, 음악소리도 듣고 바람과 햇살도 느껴보자고, 차라리 천천히 가는 것을 즐겨보자고 생각해본다.
오늘도 특별할 것 하나없는 하루가 지났다. 여전히 일상은 정신없고, 그 안에서 흐르는 엄마의 시계는 느리기만 하다. 그래도 멈추지 않았다면 나는 가고 있다. 어제보다 나는 한걸음 더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