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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로잉맘 이다랑 Mar 07. 2016

엄마의 시계는 느리게 간다


한 손으로 인스타그램 타임라인을 밀면서 읽어내려가다가 잠시 멈춘다. 회사를 퇴직하고 나온 엄마의 이야기다. 육아휴직이 일년만 더 있었어도 다닐 수 있었을텐데 라는 아쉬움과 그래도 더 잘한 일이야 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는 마음이 짧은 글에 뒤섞여있다. 이런 글을 마주할때마다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내 마음에도 찌릿하게 무언가가 올라온다.

아이를 낳고 처음 일을 시작했을때 재택근무를 했었다. 한달에 한번 정도만 회의로 모였었는데, 그 반나절의 외출때문에 산후우울감을 견뎠던것 같다. 유일하게 아이와 떨어져서, 가벼운 몸과 가벼운 가방으로 움직이고, 민후엄마가 아닌 내이름 석자로 존재할 수 있었던 시간.

회의는 늘 서울시내에서 있었는데, 내내 집에 있다가 나가면 그렇게 어색할 수가 없었다. 사람들은 바삐움직였고 그런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왠지 나의 시계만 느리게 가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이렇게 지루하고 단조로운데, 다들 바빠보였고 싱그러워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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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신생아를 키우는 친구가 그랬다. 그래도 너는 좋겠다. 이제 다시 일을 하게 되서.. 글쎄, 맞다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나는 여전히 나의 시계가 천천히 간다고 느낀다. 내 몸은 늘 정신없고 정해진 시간안에서 여러가지를 해내야하지만, 나의 진짜 시계는 여전히 느리다. 이전처럼 욕심껏 빠르게 뛰어가면 결국 아이를 놓치고 가족을 놓치게 되기 때문이다. 내가 나를 위해 쓸 수 있는 시간도 돈도 정해져있기에 모든것을 돌보면서 가려면 다른 사람들 보다 천천히 가는 방법밖에 없다.

나도 더 완벽하게 하고 싶고, 더 많이 더 빨리 하고 싶다. 한참뒤로 밀린 내 경력을 다시쌓으려면 갈길이 멀기만 하다. 그래서 아가씨때 좀 더 해둘 껄 하는 아쉬움도 들고, 가끔, 이 땅에 여자를 하나 더 만들고 싶지않아서 딸은 낳지 않겠어 라는 뼈있는 농담도 해본다.

그래도 멈추지 않았다면, 천천히라도 간다면 잘하고 있는 거라고 내 자신을 토닥여본다. 천천히 가면서 바깥 풍경도 보고, 음악소리도 듣고 바람과 햇살도 느껴보자고, 차라리 천천히 가는 것을 즐겨보자고 생각해본다.

오늘도 특별할 것 하나없는 하루가 지났다. 여전히 일상은 정신없고, 그 안에서 흐르는 엄마의 시계는 느리기만 하다. 그래도 멈추지 않았다면 나는 가고 있다. 어제보다 나는 한걸음 더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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