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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로잉맘 이다랑 Mar 14. 2016

엄마가 기억해야 할 <관계의 원리>



엄마가 되기전까지 우리는 많은 관계를 경험한다. 그런데 아이와의 관계만큼 어렵고 무거운 것이 없나보다. 이전까지는 그런 관계 문제가 왠만큼 심각하지 않고서야 상담센터까지 오는 일이 드물지만, 아이와의 관계에서 빨간불이 켜지면 다급하게 전문가를 찾아오는 것을 많이 보기 때문이다.

엄마들과 이야기 하다보면, 내 아이라서, '아이'와 나와의 문제라서 유독 심각하고 특별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그럴때마다 나는 아이와의 관계도 여느 다른 관계가 다르지 않다고, 우리 좀 다 심플하게 생각해보자고 권한다.



몸의 거리는 마음의 거리이다


엄마와 아이의 상호작용을 계속 분석하며 놀라는 것중에 하나는 아이와의 스킨쉽이 많지 않고 어색하다 느끼는 엄마가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대부분이 아이와의 신체접촉을 잘 하고 있으면서도,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 전부는 아니지만, 어떤 부부가 손도 안잡고 키스도 안하고 섹스리스 라고 생각해보자. 일반적으로 그들의 정서적 거리가 가깝다고 생각하기가 어렵다.


아이와의 관계도 동일하다. 아이와 놀때 엄마와 아이의 거리가 어떠한지, 스킨쉽이 얼마나 자연스러운지는 엄마와 아이의 관계를 잘 보여준다. 가끔 아이와 사이가 이미 벌어져버린 엄마에게, 그래서 아이가 더 이상 그렇게 사랑스럽지가 않다는 엄마에게 나는 억지로 스킨쉽횟수를 늘리도록 권하고 숙제로 내주기도 한다. 확실한건, 몸이 가까워지면 마음도 가까워진다.



눈맞춤은 가장 강력한 언어이다


엄마와 아이의 관계문제에 따라 조금씩 조언은 달라지만, 공통적인 부분은 '눈맞춤'에 대한 강조이다.


만약 남편이나 혹은 친구가, 당신이 이야기할때 눈을 보지 않고 휴대폰을 보거나 무언가를 하면서 말로만 응응~ 대답한다고 생각해보자. 우리는 상대가 나를 존중하고 좋아한다고 여기기 어렵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엄마와 함께 놀때, 엄마에게 이야기할때, 그 순간 엄마가 내 눈을 봐주는 것은 그 어떤 언어적 반응보다도 효과가 강력하다. 내가 너를 존중하며 잘 듣고 있음을 알리는데 눈맞춤만한 것이 없다.


설겆이를 하고 있을 때 아이가 밑에서 다리를 붙잡고 엄마를 부른다면, 잠시 시선을 아이의 눈으로 돌려 이야기해보자. 설겆이를 하며'엄마 이거 다 하고' 라고 말하기 보다는, 잠시 멈추고 아이의 두 눈을 마주하며 '엄마가 이거 금방하고 들어줄께' 라고 말해보자. 혹시 하던일을 멈추고 아이의 이야기를 먼저 다 들어줄 수 있다면 더 좋고!


상대를 아는 것이 필요하다


남편이나 친구 혹은 직장동료들을 생각해보면 나와 같은 인간은 단 한명도 없다. 취향도 생각하는 방향도 너무 다르다. 그렇다고 우리가 그들에게 나와 똑같이 생각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래서 그들과 관계를 잘 맺기 위해 우리는 상대를 알고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설득할 것은 설득하려하고 져줄 것은 져준다. 그렇게 관계를 만들어간다. 그래서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아이와의 관계에서는 자꾸만 높낮이가 생긴다. 내 기준에서 아이를 보고, 같지 않음에 답답하고 힘들어한다. 같은 것을 보아도 아이와 나는 느끼는 것이 다를 수 있고, 세상에 대한 반응방법도 다를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그것을 차이라고 이해하기 보다는 미숙함이라고 여긴다. 거기에서 갈등이 발생한다.


누군가는 먼저 시작해야한다


우리가 누군가와 관계가 좋지 않다면 우린 그 사람과 완전 끝내버릴까를 고려할 수 있다. 만약 버릴 수 없는 관계라면 방법을 찾고 시작해야 한다. 아이와의 관계는 포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이 어그러진 관계를 변화시킬 방법을 찾고 시작하여, 이 악순환을 누군가가 끊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관계가 변하려면 누군가는 변화를 시작해야 한다.

상담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아이가 좀 변해주길 기대하는 엄마들의 바램이 느껴질 때가 있다. 하지만 미안하게도 이 관계에서는 아이가 먼저 시작하길 기대할 수 없다. 내가 시작해야한다. 내가 먼저 무언가를 시작해야 악순환이 끊기고 새로운 순환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사람은 금방 변하지 않는다



"노력해도 잘 안되네요 선생님, 전 여전히 나쁜 엄마네요."

"이렇게 하는데 왜 아이가 그대로 일까요?"

"혼내도 잠시일뿐 또 그러는 이유가 뭘까요?"

노력하기로 결심한 엄마들은 중간중간 변하지 않는 아이를 보며 답답함을 느낀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우리주변에 그 어떤 사람이 그렇게 금방 바뀐단말인가? 나 자신이 금방 좋은 엄마가 되기 어려운 것도 당연하고, 아이가 금방 좋아지지 않는 것도 당연하다. 우리는 유독 평범한 인간관계의 원리를, 아이와의 관계에서는 잊는다.


아이도 타고난 본성을, 만들어진 나쁜 습관을 당장 버리기가 어렵다. 그렇기에 아이가 금방 변하지 않는것은 당연하다. 서천석씨도 강의에서 이런말을 했다. 부모는 아이를 당장 바꾸는 사람이 아니라, 결국에 바꾸는 사람이라고. 우리에겐 시간과 꾸준함이 필요하다.



아이와의 관계를 너무 특별한 맥락에서 보면,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미지의 세계같아서 막막하고 어렵게 느껴진다. 하지만 엄마와 아이의 관계가운데는 우리가 이미 다른 관계들에서 경험하고 배운 많은 원리들이 있다. 그 당연한 관계의 원리에서 나와 아이를 생각해보면 생각보다 답은 명료해질 수 있다. 우리는 이미 많은 관계를 경험했고 우리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이미 알고 있다.

아이와의 관계로 고민이 될때는 한걸음 물러서서 바라보자. 아주 기본적인 관계의 원리를 생각해보자. 그러면 생각보다 쉽게 방법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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