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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로잉맘 이다랑 Apr 04. 2016

정말 나는 경단녀인가요?

새롭게 시작하고 싶은 엄마들을 위해..

                                                                                                                                                                                                                                                                                                                                                                                                                                                                                                                                                    

오늘은 나에게 참 특별한 날이었다. 이전까지 10년이 넘도록 오로지 나는 한가지만을 생각하고 공부하면서 지냈다. 아이는 어떻게 자라는지, 엄마는 어떻게 함께 성장하는지. 그러던 내가 처음으로 창업을 준비하는 스타트업 모임에 가게되었다. 

시작은 이랬다. 베이비박스 기저귀 기부에 꾸준히 함께해주는 엄마들이 고마워서 어떻게든 보답하고 싶었는데,  전국 팔도, 심지어 제주도에 사는 엄마들에게 직접 찾아가서 무언가를 해줄 수는 없었기에 고민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엄마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은 무언가를 만들게 되었다. 어떻게 하면 이걸 다른 필요한 엄마들에게도 제공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그 모임에 아이디어를 나열하며 문을 두드렸는데, 마침 그 곳에 함께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내 이야기는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니니, 오늘의 모임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다. 오늘 첫모임의 광경은 정말 놀랍고, 감격스러웠다. 아직 기어다니는 개월 수 밖에 아이들을 업고 안고 와서 강의를 듣고 모임에 참여하는 모습은 정말 감동 그 자체였다. 4시간의 프로그램 중 각각 자기를 소개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그러면서 더 놀란것은 엄마들의 엄청난 과거 이력이었다.


10년차를 훌쩍넘기는 대기업, 외국계기업 경력직들, 개발자부터 마케터, 디자이너, 등등등 외국어까지 유창하게 하는 엄청난 스펙의 엄마들... 하지만 우리의 과거가 각각 어떠했든, 현재의 모습은 거의 비슷했다. 아예 일을 그만두었거나 혹은 육아휴직 상태이거나.. 둘 중 하나였다. 말로 표현한것은 아니지만 사실 나는 좀 슬퍼졌다. 우리가 열심히 아무리 잘나게 살았어도 결국 한 점으로 수렴하는구나.. 그런 서글픈 현실이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엄마들의 성장키워드 에 대한 글을 시리즈로 작성했었는데, 써놓기만 하고 올리지 못한 마지막 키워드가 있다. 그것이 바로 "꿈" 이라는 키워드 였다. "당신의 꿈은 뭔가요?" 라는 질문은 사실 이 시대를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참으로 부담스러운 질문이다. 특히나 엄마들에게도 그런 것 같다. 그래서 쓰기만 하고 올릴 수가 없었다. 내게도 좀 더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열심히 달려왔지만 자의든 타의든 멈출 수 밖에 없었다. 그게 맞다고 생각했고, 또 주변에서도 그게 좋은 선택이라고 했다. 시간이 흘러 이제 다시 나가보고 싶다 생각이 들때쯤엔, 길고 길었던 공백이 자신감을 갉아먹고 있었다. 세상에 다시 나가고 싶지만 두려움이 너무나 커져버렸다. 아니, 좀 더 올라가보자면, 아이를 키우느라 일을 그만둔 것이 마치 우리의 꿈을 포기한것과 동일하게 생각되는 것이 불편하기도 했다. 가정을 돌보는 것, 아이를 키우는 것에 집중하는것이 꿈이 없는 선택도, 어리석은 선택도 아닌데... 그러한 해석도 영 껄끄러웠다. 

그렇게 꿈이라는 주제를 애써 모른 척 하고 살다가, 오늘 모임에서 나는 그 꿈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되었다. 엄마들은 입을 모아 이야기했다. 이 장소에 머물수 있는것 자체가 감격스럽고, 다시 무언가를 하고 싶다고. 

흔히, 엄마들은 경력이 단절 되었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건 경력의 단절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단절이 아닌 새로운 기회이며 경력의 이동이다.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사회에 쓸모있는 일꾼으로 잘 키우는 그런 중요한 역할인 엄마로, 경력을 이동한 것이다. 그리고 엄마됨은 또 다른 경력의 이동을 우리에게 주는 기회일 수 있다. 한번 멈추었기에 오히려 아무것도 없는 밑바닥부터 내가 원하는 것을 시작해볼 기회, 새롭게 다시 시작할 기회일 수 있다.

생각해보면 나 역시, 엄마가 되면서 경력이 단절되었다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엄마라서 그로잉맘이라는 이름으로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나의 경력도 더 이상 단절이 아니라, 경력의 이동이며 기회가 된 것 같다. 

오늘도 엄마의 하루는 정신 없이 흘러가지만, 또 느리게 흘러간다. 세상은 바삐 흘러가는데, 한가운데 서있는 나는 하염없이 멈춰있다. 하지만 멈춰봐야 다시 움직인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는것 같다. 

우리 잠시만 기다리자.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 가치를 부여하자. 우리 다시 움직일 수 있으니 포기하지말자고 이야기 하고 싶다. 정말로 모든 엄마를 응원하며 힘껏 안아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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