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발달이론 1. 피아제의 인지발달단계
오늘부터 두편의 포스팅을 통해 아동발달에 대한 세번째 관점인 '인지발달이론'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할께요.
인지발달이론은 그 이름이 의미하듯이, 아이가 세상을 어떻게 배워가는지에 대한 이론이라고 볼 수 있어요. 여기서 절대 빠질 수 없는 학자가 피아제(piaget)인데요, 아마 교육학을 전공한 분들은 물론이고, 나 육아서 좀 봤다~ 하는 엄마들은 한번쯤 꼭 들어보셨을 익숙한 이름일거예요.
앞서 함께 배운 이론들도 중요하고 꼭 필요한 내용이기는 하지만 한편으론 답답하게 느껴질때가 있어요. 정신분석이론을 생각하면, 아이가 마치 이미 정해진 운명의 굴레가운데 갇혀 굴러가는 그림이 그려지고, 행동주의를 생각하면 사전에 철저하게 계획된 프로그램에 따라 만들어지는 아이의 모습이 그려졌기때문이예요. 반면에 인지발달이론을 생각하면, 세상을 향해 열심히 달려가고 그 안에서 활기차게 스스로 배워나가는 아이의 모습이 그려져서 좀 더 마음이 좋다고 해야할까요?^^
아이는 세상을 이렇게 배워요
피아제는 아이는 스스로 환경을 탐색하고 그 안에서 직접 경험하면서 능동적으로 배워간다고 보았어요.
예를 들어 아이가 고양이를 처음 보았다고 상상해볼께요. 아이는 이미 강아지는 그림책에서 보아서 알고 있었어요. 고양이도 강아지처럼 다리가 네개이고 비슷하게 생긴것 같아서 강아지일까? 라고 생각해보게 되요. 이렇게 아이는 새로운 것을 마주하게 되었을때, 그냥 무조건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이미 알고 있는 것을 꺼내어 확인해 보려고해요. 이러한 과정을 동화라고 해요.
그런데 자세히 보니 강아지와는 좀 다르게 생겼네요? 그래서 아이는 다리가 네개 달린 동물중에 강아지 말고 또 다른것이 있음을 알게되요. 고양이라는 존재를 받아들이고 원래 내가 생각했던 생각의 틀을 조금 바꾸어봅니다. 아- 다리가 네개인 동물중에 강아지뿐만 아니라 고양이라는 것도 있구나! 이렇게 새로운 정보를 통해 내가 원래 가지고 있던 틀을 바꿔보는 이러한 과정을 조절이라고 한답니다. 아이는 이런 동화와 조절을 반복하면서 세상을 배워나가게 되고, 환경에 적응해 나가요. 이 모든 과정은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내부에서 스스로 일어나는 과정이지요!
아이가 무언가를 배우는 과정은 평생동안 계속되는 일이기 때문에 어느 한 순간 반짝하고 지나가는 일이 아니라 계속 이루어지는 일이예요. 다만, 아이의 연령에 따라서 아이의 사고에는 어떠한 특징이 있다고 보았어요.
온몸으로 세상을 배우는 <감각운동기>
태어나서 2살무렵까지 아이는 온몸으로 세상을 배워요. 보고 듣고 만지고 경험하는 모든 것이 아이에게는 배움이예요. 처음에는 단순하게 빨거나 잡는 등의 반사적인 행동으로 탐색하지만, 점차 내가 하는 행동이 가져오는 결과가 재미있어서, 혹은 어떠한 것을 얻기 위한 방법을 알아가면서 무언가를 끊임없이 하려고 하게 됩니다. 특히 아이가 기고 걸을 수 있게 되면 엄마들은 참 고달파지죠. 아이가 이것저것 만지고 끌어내리기 때문에 잠시도 다른 곳을 볼 수가 없어요. 엄마에게는 무척 몸이 힘든시기이지만, 아이에게는 그 모든것이 배움이라고 생각하면 정말 중요한 시기랍니다.
요즘은 오감발달을 돕는 여러 프로그램이 있고, 엄마들도 집에서 오감놀이를 많이 해주시는것 같아요. 종종 색다른 재료들을 많이 준비하시고는, 정작 아이가 만지며 탐색하려고 할때 은근히 통제하는 경우를 보곤 하는데요, 그렇게 하면 진정한 의미에서 오감발달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요. 차라리 일상생활에서 아이가 충분히 만지고 경험하는게 더 중요할 수도 있답니다.
아이가 두돌쯤이 되어 다음단계로 넘어갈때 쯤이 되면, 전화하는 시늉을 하거나 누군가의 행동을 모방하는 등의 행동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어떤것을 보고난 후 바로 직후가 아니더라도 한참 시간이 지난후에도 그것을 기억하여 모방하기 시작하지요. 또 이전까지는 무언가를 얻기위해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겪었다면, 이쯤부터는 머리로 그려내어 바로 시행을 할 수 있게 되기도 하구요. 그리고 특별히 이 시기에 얻게되는 중요한 발달중 하나가 바로 '대상영속성'이예요.
-엄마가 눈 앞에서 사라져도, 엄마는 여전히 있어요 : 대상영속성
대상영속성은 어떠한 물건이 눈앞에서 사라져도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되는, 아주 중요한 인지발달이예요.
이전 연구 실험에 의하면, 생후 1-4개월된 아기들을 대상으로 물건을 눈앞에서 보자기로 가리면 아기들은 그 물건이 사라져버린것처럼 흥미를 잃어버리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어요. 즉, 눈에서 사라져도 여전히 물건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아직 모르는 것이지요. 이 대상영속성은 8-12개월 사이에 처음 나타나기 시작하지만 여전히 불안정한 상태이다가 24개월무렵쯤에는 완전히 획득할 수 있게된다고 해요. 이 대상영속성이 완전하게 획득하기 전까지는 아이가 엄마가 보이지 않거나, 사라질때에 분리불안을 느끼게 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겠지요?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는 <전조작기>
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의 아이들은 이전보다는 더 상상할 수 있고 더 깊이 사고 할 수는 있지만, 어른의 눈에서 보았을때는 여전히 어설프고 웃긴 생각을 많이 해요.
이를테면 이 시기의 아이들은 굉장히 자기중심적이예요. 가끔 부모상담을 하다보면, 아이가 너무 이기적이고 엄마의 입장이나 동생의 입장을 생각해주지 못하는 것 같다고 이야기하시는 경우가 있어요. 정도의 차이는 물론 있겠지만, 아이들이 이 시기에 자기중심적인것은 이기적인 성격이어서가 아니라 그것이 이 시기 아이들의 인지적인 한계이기 때문이예요. 아이들은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상대방도 생각한다고 당연하게 믿는 답니다.
예전에 아빠어디가 라는 프로그램에서 배우 이종혁의 둘째아들 준수가 엄마아빠의 선물로 저금통을 깨서 문방구에 가더니 자전거 자물쇠와 장난감 공을 사는 장면을 본적이 있어요. 상대방 입장에서 무엇이 필요할지, 그것을 이미 가지고 있는것은 아닌지 고려하기보다는, 자기가 생각하기에 필요한것을 사는 천진난만한 모습이 바로 전조작기 아이의 인지적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이 시기에 아이들은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기에 내가 가지고 싶은 물건을 당연히 다른 사람도 원한다고 생각하니까요.
게다가 아이가 보는 앞에서 똑같은 물을 다른 모양의 컵에 붓는것을 보여줘도 아이는 물의 양이 같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해요. 또한 세상에 있는 물건들도 나처럼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살아있다고 생각하기도 하죠. 그래서 아이들 그림에는 햇님에도 달님에도 꽃에도 눈코입이 그려지기도 하구요.
아이가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없고, 아이의 인지과정이 우리와는 많이 다르다는것을 분명하게 이해하면, 아이의 행동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어요. 아이에게 너는 왜이렇게 이기적이냐고, 왜 지혜롭게 생각하지 못하냐고 다그칠 일도 줄어들게 되구요. 그래서 발달을 공부하는 것이 엄마에게 중요한 것 같아요.
논리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구체적조작기>
학교에 들어가는 시기쯤 부터 아이는 이전보다 한 단계 더 인지가 성장하게 되요. 이전과는 달리, 다른사람은 나와 다르게 생각할 수 있고, 어떤 형태가 바뀌어도 질량은 똑같을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요. 어떤 문제에 대해서 생각할때도 한가지만 보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가지를 점차 동시에 고려할 수 있게 되구요.
하지만 여전히 눈앞에 실제로 존재하는 것에 대해서만 가능하지, 추상적인 무언가를 생각하는 것은 어려워해요. 그래서 만약 -한다면 이라는 가설을 세워가며 판단하는 높은 기능의 사고는 아직 어려운 것이지요. 청소년기 정도는 되어야 이제 비로소 논리적이면서도 추상적인 사고가 가능해져요. 그런데 심지어 어른중에서도 이 단계까지 다 이르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해요.
아이가 어떻게 세상을 배워가는지, 또 아이의 인지가 연령에 따라 어떠한 한계가 있는지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한것 같아요. 이것을 모르면, 아이에게 적합하지 않은 요구를 하게 되고, 또 아이에게 필요한 도움이나 환경을 줄 수도 없기 때문이예요. 이를테면, 아직 자기중심적인 사고를 하는 하는 전조작기 유아에게 왜 좀 더 다른사람 입장을 생각해서 현명하게 판단하지 못하냐고 다그칠 수도 있고.. 아이의 인지에 맞지 않는 학습을 시켜서 시작도 해보기전에 흥미를 떨어트리게 될 수 도 있으니까요.
-다음 장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