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수이자 발레 강사 용기
취미인과 전공생 사이에는 큰 간격이 존재한다. 보편적으로 취미인은 전공생보다 한수 아래라는 편견이 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스펙의 차이일 뿐. 어떤 예술을 사랑하고 향유한다면 '전공생이냐, 취미냐'는 물음은 보잘것 없는 선긋기다.
예전엔 취미가 발레라고 말하기 부끄러웠다. 그땐 발레란 발끝을 세워 꼿꼿하게 일자로 서는 것, 엿가락처럼 몸을 찢는 것, 화려하고 완벽한 동작을 완수해내는 것만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오직 '했다'에 의미를 두는 취미 발레인에게 그건 가닿을 수 없는 목표다. 13년 동안 발레를 향유해 오면서, 발레의 정의는 달라졌다. 음악에 몸을 맡겨 에너지를 만드는 것, 거울에 비치는 수많은 사람 중 나에게 집중하는 것, 근육과 호흡을 음미하는 것, 동료의 동작에 열혈히 박수를 치고 감상하는 것. 정의를 이렇게 바꾸고서야 '나는 발레리나야'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발레가 취미라고 말하면 여러 선입견을 마주한다. 뚱뚱해도, 나이가 많아도, 뻣뻣해도, 몸치여도 발레는 누구나 출 수 있다. 즐기려는 마음만 있다면. 그리고 그런 사람들과 함께 호흡하면서 만들어가는 자유로운 에너지를 경험하면 이 세계에서 헤어 나올 수 없다. 그런 인생을 살고, 그런 공간을 만들어 내고 있는 (나의 발레 선생님이자)용기 무용수, 비브레이브 발레 학원 선생님을 인터뷰했다.
- 용기는 어떤 계기로 발레 무용수 삶을 시작했나요?
21살. 서울의 한 대학교 국문학도였다가 발레학원에 체험수업 들은게 무용수 삶의 첫 시작이에요. 평소에 춤추는 걸 좋아했어요. 군입대를 20일 남기고 홍대의 M2라는 클럽 가려고 줄 서있는데, 바로 앞 취미발레 학원이 있더라고요. 그걸 보고 '현대 무용' 체험 수업을 들으러 갔어요. 수업 끝나고 학원 선생님이 '발레 한번 해봐, 잘하겠네, 좀만 하면 한예종에 입학할 수 있을 거 같은데?', '발레단 입단하면 20일 뒤에 가야 할 군대도 안 갈 수 있어'라고 말했어요. 그땐 선생이 돈 벌려고 그냥 하는 말인 줄 알았어요. 근데 춤추는 걸 워낙 좋아했고, 한번 배워보니깐 하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군대도 미루고, 다시 수능보고 발레입시 준비했어요. 진짜 웃기죠?
- 21살에 정말 이름처럼 '용기'있게 살았네요.
정말 춤추는 게 좋았어요. 시작은 현대무용이었어요. 근데 어느 날, 선생님이 '몸 선이랑 다리 라인을 보니깐 발레 해야겠다'라고 하는 거예요. 그땐 정말 뭘 모르고 춤추는 게 좋고, 힘들게 발레 시작한 만큼 좋은 대학 가고 싶어서 열심히, 선생님이 하라는 데로 했어요. 그렇게 6월 부터 실기 준비 시작해서 4개월 준비해서 한예종에서 합격했고, 세종대, 한성대, 상명대 모두 다 붙었어요.
- 세상에, 드라마에서 본 부잣집 딸인 발레리나가 개인레슨 받고 인생 쉽게 풀리는 일화가 생각나요. 선생님도 혹시 그런건가요?
전혀요. 부모님께 입시 준비하겠다고 했을 때 멀쩡한 학교 안 다니고 춤춘다고 반대했어요. 그래서 부모님 몰래 혼자 준비했어요. 발레 학원에서 카운터 알바하면서 번 돈으로 개인레슨 일주일에 두 번씩 받아서 준비했어요. 그 학원이 통유리로 돼 있었어요. 그래서 남들 수업하면 창 너머로 보면서 따라 연습했어요. 혼자서 플리에(Plie: 발레의 가장 기본동작)부터, 테이블 잡고 바(Bar: 바를 잡고 발레 동작을 하는 것) 연습했어요. 그리고 연습실 비면 또 혼자 연습하고요.
전공생에겐 당연한 거지만, 무용을 시작하고 발레단원 생활을 할 때까지 매일, 24시간을 촘촘히 발레로 채웠어요. 밖에서 하루종일 발레 연습하고, 집에 와서도 동작 천 번씩 연습했어요. 엄마가 '제발 집에서는 하지마'라고 할 정도였어요. 직업 무용수들은 어렸을 적부터 차곡차곡 실력을 쌓았는데, 늦깎이로 시작하다 보니 연습량을 따라잡으려면 그래야 했어요. 발레는 정직해요. 연습한 만큼 실력이 늘었어요. 지금도 학생들에게 연습하면 다 된다고, 백 번 해서 안되면 천 번, 만 번 하면 된다고 해요. 취미 발레라고 해서 못할 건 없어요. 시켜보니깐 다 되던데요? 연습하면 또 되는 게 발레의 재미였어요.
- 말이 백번 천 번이지, 실제로 하면 욕 나오잖아요. 그만두고 싶었을 텐데, 왜 계속 발레를 했어요?
제가 춤추면 모두가 좋아했어요. 그리고 '용기 잘 춘다', '쟨 어쩜 가볍고 가뿐하냐' 이 말 들으면 기분이 좋았어요. 그게 계속 춤추게 하는 동력이었어요. 처음 춤췄을 때, 학원에서 '쟨 합격할 거 같다'라는 말을 많이 듣고, 입시 시험을 보러 갔을 때도 교수님들이 따로 불러서 '너 어디서, 누구한테 배운 얜데 이제야 내 눈에 띈거니?'라고 물었고, 유니버설 발레단에 입단을 위해서 실기장에 들어가서 가장 구석 자리에서 시험 보는 데도 문훈숙 단장님과 다른 심사위원들이 제 앞에 의자를 들고 와서 봤어요. 항상 저는 그냥 춤을 췄는데, 주변에서 좋아했고 확신을 줬어요.
발레 전공하면 예원, 예고, 선화 등 학교 출신을 정말 중요하게 따진다는 말을 많이 듣곤 해요. 늦게 발레를 시작했고, 그런 출신 학교를 내세울 만한 스펙이 없었어요. 동료의 학교 출신, 해외 연수 등 화려한 스펙이 신경 쓰이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지만 막상 거울 앞에 서면 제 몸 선, 다리 라인이 제일 멋지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실력과 체력을 높이기 위해 몰래 연습을 엄청 했어요. 남들 앞에서 가뿐한 척하고, 뒤에서 너무 힘들어서 욕하면서 연습했어요.
- 춤추는 게 행복해서, 마음껏 춤추는 유니버설 발레단원이 됐어요. 발레단 생활은 행복했나요?
안 행복하면서도 행복했어요. 유니버설 발레단에서 3년 넘게 정단원으로 활동하면서 정말 많은 무대에 올랐어요. 연말 '호두깎이 인형'은 2달 동안 100번 정도 하니깐 로봇처럼 계속 춤춰야 해요. 또 어렸을 적부터 차곡차곡 쌓아 춤을 추는 동료와 달리 늦게 시작해서, 한 번에 따라잡으려고 연습양을 몰아서 하니깐 몸에 무리가 많이 갔어요.
근데 또 춤추면서 행복했어요. 발레단 동료들 덕분에 한계를 지우고, 체력과 실력이 계속 성장하는 재미가 있었어요. 학교 다닐 땐, 매일 혼자 한계를 마주했어요. 발레단 입단하려는 사람이 저밖에 없어서 텅 빈 연습실에 혼자 연습했어요. 따라 할 선배도, 힘듦을 나눌 친구도 없고, 혼자서 안 되는 동작을 붙들고 막막했어요. 근데 발레단 가니깐 한계가 사라졌어요. 제가 퇴근할 때도 누군가는 계속 연습을 하니깐, 저도 따라 더 연습하고, 서로 응원하면서 연습했어요. 그런 생활을 하다 보니 점프가 더 높이, 다리가 조금씩 더 들어지고, 몸은 더 가벼워지는 게 느껴졌어요. 연습을 바탕으로 무한대로 성장하는 생활이 즐거웠어요.
- 그런데 발레 단원에서 어쩌다가 발레 학원 선생님이 된 거예요?
17년도에 유니버설 발레단에서 미국의 텍사스 발레단으로 이적했어요. 1년 7개월 정도 미국에서 재밌게 춤을 췄는데, 출근길에 계단에서 굴러 떨어지면서 손목, 발목이 다 부러지는 부상을 겪었어요. 한국에 돌아와서 재활하는 동안 '미국으로 돌아가서 열심히 춤춰야지'라는 생각을 했어요. 빨리 회복하고 싶어서 하루도 쉬지 않고 꾸준히 움직였어요. 그때 쿠팡맨도 3개월 했어요. 하루에 500개씩 상하차 하고 물병 배달하면서 스쿼트 했더니 빨리 회복 했어요.
근데 막상 회복 다 하니 다시, 발레단 시절의 일과를 매일, 열심히 할 엄두가 안 났어요. 무용수가 되면서 365일 24시간 끊임없이 몸을 단련하고, 동작을 반복하고 실패해요. 자기 관리도 철저히 해야돼, 술 한잔도 맘 편히 마신적 없어요. 앞으로 어떡하지 고민할 때, 어머니도 발레로하고 싶은 거 다했으니깐 이젠 평범한 직업을 했으면 좋겠다고 '정말 마지막 부탁'이라 읍소 하더라고요. 그래서 발레단 무용수 삶 대신, 새로운 직업을 탐색했어요. 아시아나 항공사 승무원 합격하고 이것저것 다양한 일을 알아보던 때, 친구가 발레학원에서 레슨을 해줄 수 있냐고 해서 강사 생활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어요. 그때 회원분 20명 가까이 잘 따라줬는데 '선생님 개인 스튜디오 차려요', ' 저희들이 부동산이나, 필요한거 알아봐 주겠다'라고 해서 시작한 게 '삼각지의 비브레이브'의 시작이에요. 지금도 그때 함께한 학생 절반 이상이 배우고 있어요.
- 전문 무용수들 사이에서 화려하고 완벽한 춤만 추다가, 취미 발레인들의 몸짓을 보면 좀 웃길 때도 있죠?
저는 우리 학원 취미 발레인들에게 많은 걸 배우고 또 존경해요. 전공생들보다 취미발레인들이 더 낫다고 생각할 때도 많아요. 우선 결석하지 않아요. 지금 학교에서 전공생에게 강의하는데, 개근이 얼마나 큰 노력이고 성장의 토대인지 알아요. 게다가 본업이 있는데도, 수업에 다 참석하고, 부족한 부분 연습하고 가는 학생이 많아요. 직장인 다 돼서 뒤늦게 처음 발레를 시작하는 것도 큰 용기인데, 꾸준히 출석하고 노력하는 게 기특하죠.
또 고집을 내세우기보다는 선생님의 말에 귀 기울이는 태도를 보면, 정말 프로 무용수 보다 낫다 싶어요. 직업 무용수는 어렸을 적부터 자신이 몸을 풀어오고, 유명한 곳에서 배워왔기 때문에 자신의 스타일이라는 게 있고, 이를 잘 내려놓지 못해요. 자기가 맞다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취미 발레인 들은 처음 배우기도 하고, 선생님이 말하는 데로 해보려고 귀 기울여 줘요. 저도 닮고 싶은 태도예요.
- 선생님은 수업시간에 계속 '질문 있나요?'라고 해요. 발레라는 게 완성된 포즈가 있으니깐 그냥 따라 하면 되는 예술인데 왜 계속 질문하라고 해요?
학생과 계속 소통을 하고 싶어서요. 발레학원에 와서 인사를 하고 나면, 소통할 일이 적어요. 대신 우리가 발레를 하기 위해 만났고, 발레는 서로의 궁금증과 생각을 나눌 수 있는 매개체잖아요. 그래서 질문하라고 해요.
또 발레는 정석이 있는 춤이지만, 사람 몸은 다 달라요. 선생님이 가르쳐주는 동작을 어떻게 나한테 입히느냐에 따라, 고유한 아름다움이 나와요. 그래서 모르겠으면 질문하고 이해해서 몸으로 깨우쳐야 돼요. 안 그러면 그냥 겉핣기에 동작 따라 하기에 머무는 거예요. 학생들이 자기 몸을 만져가면서 정확하게 근육을 쓰려고 하고, 발 끝 좀 더 포인트(Point: 발목과 발가락을 쭉 펼쳐 뻗는 발레동작)하며 집중하는 모습이 되게 멋있어요.
- 얼마 전 취미 발레인들을 위한 공연을 열었어요. 선생님은 주요 발레단에서 완벽한 공연만 하다가, 취미인들의 발레를 보면 어딘가가 어설프고 부족할 텐데 그 공연이 성황리에 잘 마무리 됐어요. 취미 발레단의 매력이 있나요?
발레를 배우는데 필요한 조건은 없어요. 아, 즐기고 싶은 마음이 필요한 전부예요. 발레가 칼군무에 화려해야 한다는 것, 무용수는 키크고 얼굴도 작아야 된다는 것, 모두 편견이에요. 발레도 그렇고, 춤은 그저 즐기면 멋있는 거예요.
지난 7월 2일 우리를 포함해 세 곳의 발레 학원에서 취미 발레인들이 함께 설레발레 발레 페스티벌을 열었어요. 평소에 열심히 하는 학생들이니깐 무대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것들을 경험하게 하고 싶었어요. 모두 비전공생이지만, 귀엽고 사랑스럽고 또 멋졌어요. 물론 전문 발레공연을 평가하는 잣대로 본다면 우당탕탕 발레예요. 하지만 관객도 춤을 하나의 잣대로만 평가하기보다는 즐기는 마음으로 보길 바라면서 공연 중간중간 발레리나들이 어떻게 준비를 했는지 인터뷰 영상을 담았어요.
이 공연을 준비하면서 하나부터 열 가지 생각지도 못한 수많은 일들을 총괄해 정신없었어요. 발레도 가르치고, 인터파크에 티켓 올리는 방법, 포스터 만드는 방법, 조명감독님 섭외, 돈도 마이너스예요. 근데 학원을 차린 유일한 이유는 스튜디오에 온 모든 사람들이 마음껏 즐겁게 춤을 추는 것이에요. 그래서 돈이 마이너스가 돼도, 뿌듯했어요.
- 학원이 돈을 버는 사업이 아닌, 춤을 추고 배우며 노는 공간 같아요.
학생의 입장에선 제 스튜디오가 돈 내고 발레를 배우러 오는 곳이겠지만, 저에게는 집이에요. 작은 것 하나하나 다 직접 가꿨어요. 또 이곳에 온 분들은 손님이잖아요. 어떤 사람이든 간에 감사하고 한 명 한 명 이름도, 강점, 보완점 다 기억하고 하나라도 더 베풀고 싶어요.
주변 사람들은 학원이 잘 된다고 하는데, 사실 수익 계산한 적, 한 번도 없어요. 엑셀로 계산할 능력도 없고요. 근데 발레 단원일 때는 '발레 그만할까' 생각 많이 했는데, 학원을 열고 나서는 '그만할까' 생각 한 번도 안 했어요. 항상 이 공간에 오는 학생들에게 제가 되려 축하받는 느낌이고, 수업하면서 열정에 감동받아요. 그럼 된 거 아닌가요?
- 춤이 선생님에게 알려준 게 있나요?
정성을 들이는 법을 터득해요. 발레는 정성이에요. 발레는 동작, 근육 하나하나 정성 들여야 해요. 그래서 발레를 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바르고 우아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요즘은 공원산책만 가도 비싼 차를 타고, 명품 옷을 입은 사람들이 많잖아요. 근데 저는 매일 티칭 하다 좀 찢어지거나 해진 옷 입고, 시바견 그려진 에코백 매고 여기저기 다니는데요. 한 번도 초라하다고 생각한 적 없고, 명품을 사야겠다 생각한 적 없어요. 저는 지금 이대로 멋져요.
아 그리고 발레 할 때 배추씨처럼 자신감이 부족한 사람들이 많아요. 근데 발레 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자신감이야. 거울 속의 내 모습을 사랑하는 게 중요해요. 그거 간단해요. 학생들이 자신의 근육을 잘 느끼면 돼요. 한 동작 한 동작 정성을 다하면서 계속 연습하면 돼요.
스포츠를 인생에 비유하곤 하는데 여러 운동을 해본 나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운동과 예술의 교집합에 있는 발레는 인생과 꼭 닮아 있다. 그저 '했다'가 목표인 취미 발레인이지만, 선생님들은 짧게는 15년, 길게는 30년 넘게 일생 대부분을 발레로 훈련하며 몸을 다스려온 사람들이라 그런가. 마리오네트 인형처럼 발과 다리만 휘젓는 시간을 흘려보내면, 가르치다 말고 학생들을 불러모아 한 마디씩 하는데 그 말들이 '인생의 지혜'를 담고 있어 울컥할 때가 많다.
나는 지난 4월부터 모던 발레를 배우기 시작했다. 모던 발레는 규칙 없이 마음껏 자유롭게 흐트러지는 것이 아름다웠고, 오래 배운 클래식과는 모든게 반대라 새롭고 재밌었다. 그래서 잘하고 싶었다. 근데 막상 춤을 추면 클래식 발레 때처럼 허리도, 목도 꼿꼿했다. 이도 저도 아닌 몸짓 그리고 거울 속에 비친 엉거주춤한 모습에 춤추기 부끄러웠다. 그때 용기 선생님이 말했다. '모던댄스는 몸을 많이 구겨야 해. 그래야 멋있는 춤이야. 지금 발레리나처럼 꼿꼿해', '모던은 정답이 없어, 그냥 자신 있게 추고 싶은데로 추면 멋진거야'. 돌아가는 길, 선생님이 말한 문장의 '모던'을 '인생'으로 바꿔 머릿속에 새겨 넣었다.
여러 직업을 거치고, 수많은 고민을 하면서 이미 알고 있다. '시행착오가 더 성장의 기회가 된다‘고, '어차피 맘대로 안 되는 인생, 하루하루 마음 가는 일에 정성을 다하면 나중엔 그럴싸해 보인다'는 걸. 근데 다시 까먹고 뒷목 꼿꼿하게 과거의 스펙에 기대서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생기고, '했다가 완전 실패 하면 어떡해?'라는 생각에 소심해서 이상한 춤추고 있었다. 모던발레는 몸을 많이 구부릴수록 아름답다. 수많은 굽이침이 인생의 아름다운 무늬를 만든다.
우리 학원은 어떤 안무든 홀로 사람들 앞에서 해보는 시간이 있다. 모두 관객이 됐다가, 주인공이 됐다가 한다. 주인공이 될때 마다 '나는 정말 바보멍청이야' 생각하면서 엉망진창으로 추지만, 언제나 관객들은 조금씩 나아지는 부분을 기억했다가 손뼉 치면서 말해준다. 처음에는 사람들 앞에서 틀린 춤을 추는 게 너무 싫었다. 근데 요즘은 조금씩 용기를 내고 싶다. 어떻게 무대에 서면 움직이게 되고, 틀린 동작을 하더라도 정성을 들여 다음 안무를 해내면 멋진 춤이 완성된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인생은 어쨌든 몸을 움직여서 사는 일. 13년째, 잘 살기 위해 발레라는 굵은 끈을 붙잡는 이유다.
[용기 선생님 정보 및 SNS]
1. 용기선생님 instagram: https://www.instagram.com/0224_bravek/
2. 용기선생님 비브레이브 발레 스튜디오: https://www.instagram.com/bebrave0225/
3. 용기선생님 발레 블로그: https://blog.naver.com/NBlogTop.naver?isHttpsRedirect=true&blogId=s56399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