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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추도사 May 18. 2021

체육관에서 배운 커리어 성장의 힌트

'1kg의 무게'가 더해지고 '1번만 더'가 매일 쌓인다면

F45 HIIT work out @Feelgraphy

 백수여서 일까. 운동 하는 게 괜히 눈치 보인다. 지원서 하나 더 써야 할 시간에 놀러 다니는 것처럼 보일까 봐 그렇다. 구직은 기대, 거절, 의심의 연속이다. 채용과정에서 열심히 증명해도 거절당하면 나자신을 의심한다. 이 과정이 매주 반복된다. 특히 첫 이직이자 직무를 확장하려다 보니 막막하다. 백수 5개월 차. 요즘은 그냥 하던 거 계속할까 라는 생각이 든다. 탈락 메일을 받으면 그동안 크고 작게 했던 일을 평가절하 하고 자기 비하로 이어진다. 그럴 때 일단 레깅스를 입고 체육관으로 향한다.


기분전환을 위해 체육관에 가지만 집중을 못한다. 몇 시간 전 받은 탈락 메일을 되뇌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릿속이 아득하다. 익숙한 무게의 덤벨을 들고 운동하는 척 허공을 휘저으면 어김없이 원호 코치가 나타난다. 그는 '1kg의 사나이'다. 애쓰는 척 인상만 지푸리고 팔을 휘젓고 있으면 '운동 오래 하더니 연기력이 늘었어'라고 말하며 쥐고 있는 덤벨보다 딱 1kg 무거운 걸 준다. 등 근육에 집중하고 눈빛을 고정하라고 지시도 한다. 평소보다 무거운 덤밸을 들고 원투 잽을 날린다. 감시 하는 사람이 있으니 탈락 이메일은 자연스레 잊혀진다.  나의 고통은 코치의 기쁨. 뿌듯한 표정을 지은 코치는 "거 봐요 좀 무게를 높여도 충분히 할수 있잖아요"라고 말하며 하이파이브를 한다.


 '한 번만 더'를 외치는 하람 코치도 있다. 그는 꼭 1초가 남았을 때 "한 번만 더!"를 외친다. 내가 하는 HIIT운동은 시간을 채우는 운동이다. 일정 시간 같은 동작을 반복한다. 그런데 1~2초가 남으면 대부분의 사람은 '고작 1초인데' 하면서 미리 동작을 그만둔다. 그 순간 하람 코치는 옆에와 외친다. "아직 1초나 남았어요. 한 번만 더!" 몇 초를 남겨두고 다가오는 그를 모른 체 하고 싶은데, 그럴 수 없다. 내게 할 수있다고 매일 응원을 보내는 사람 중 한명이니깐. 그 응원에 부응하고자 찰나의 시간, 남은 힘을 쥐어짜 두어 번 동작을 더한다. 그럼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마무리했다는 쾌감이 차오른다. 카타르시스는 이 순간에 온다.


  코치들은 알까. 할 수 있다며 힘주어 말하고 마지막 1초까지도 지켜봐 주는 행동이 일상까지 퍼진다는 걸 말이다. 귀한 퇴직금을 까면서 매달 체육관에 등록하는 이유는 백수로 보낸 시간의 내가 맘에 들기 때문이다. 계속 도전을 해도 안되니깐 원래 하던 거 할까라는 생각이 들 때 '딱 1kg만큼의 무게를 얹은 시도'를 해보자고 마음을 다잡는다. 이젠 취직을 해야 할거 같으니깐 일단 어디든 들어갈까 라는 생각을 하다가도 정말 가고 싶은 회사의 채용공고를 보며 이력서를 '한 번만 더' 수정한다. 새로운 운동 동작을 못하겠다는 나를 붙잡고 슬로모션으로 천천히 알려주고, 작은 시도에 '나이스(nice)~'라고 말한 순간을 기억하려고 한다. 그렇게 체육관 밖에서 새로운 IT기술을 공부하고, 낯선 플랫폼에 콘텐츠를 만들어보고, 어색한 영어 문장을 외운다. 그렇게 작심삼일을 여러번 넘겼다.


겨울에 퇴사를 했고, 벌써 여름이다. 무언가 많은 시도를 했는데 이뤄낸  하나 없다고 씁쓸해하며 옷을 갈아입다가 등에 닿은 손끝의 감촉이 낯설었다. 딱딱하다. 겨울에 말랑말랑했던  등이 아니다. 지난겨울, 원호 코치는 1kg  무거운 덤벨을 주며 '이거 들고 펀치를 날리면 등근육이 생겨요'라며 달래가며 운동을 시켰다. 과거의 나는 맨손으로 징징거리며 잽을 날렸는데 지금은 3kg덤벨을 든다. 그때로 돌아가 원호 코치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싶다.


힘듦을 1kg씩 늘리고 1번만 더 시도하다 보면 성장 하나보다. 또 이력서를 고치고, 커리어를 위한 새로운 시도를 하는 요즘. 이런 시도가 훗날 커리어 잔근육이 돼 있으리라. 등근육처럼 말이다. 아, 그리고 오늘만큼은 체육관에 가서 먼저 외쳐야겠다. 한 번 더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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