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보호 하는 척하기
'천천히 마시면 안되겠어, 또 빨대가 흐물흐물해질거야..'
'아니야, 이제 물에 잘 안젖어서 눅눅해지지 않아!'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를 자주 마셨던 사람들은 아마 이런 기억이 다들 있을 것이다.
언제부턴가 음료 빨대가 종이 재질로 바뀌던 시점말이다.
같은 종이라도 다양한 촉감과 재질, 색감을 가진 종이들이 있지만,
종이빨대의 종이는 마치 '택배 박스' 같은 느낌의 색감과 재질이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플라스틱 빨대에 대한 경험이 월등히 높았던 우리 인류에게
이런 종이 빨대가 주는 첫인상은 그리 좋지 않았다.
입술에 닿는 촉감이며 그 작은 종이 관을 타고 입속으로 들어오는 음료까지 모든게 낯설고
거북함이라기 보다는 어떤 불편함이 느껴졌을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불편한 변화를 어르고 달래며 잠재울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환경보호'라는 일종의 캐치프라이즈 였다.
플라스틱은 '20세기 기적의 소재', '신의 선물' 등으로 불리우며 수십년 동안 수십억톤 가량 생산되며 인류의 삶에 많은 편의를 주었지만, 그만큼 환경적으로는 많은 폐해를 낳았다.
플라스틱은 재활용률이 약 9% 수준으로 낮은 소재로 우리가 사용하고 난 후 쓰레기가 되어버리면 그것의 처리가 쉽지 않다. 그렇게 많은 플라스틱이 바다로 흘러들어갔고 '인공 쓰레기섬'등을 양산하며 지구와 많은 해양생물들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에는 일반 가정에서도 재활용에 대한 인식이 크게 바뀌고 있으며, 개개인의 인식도 많이 변화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재활용 가능한 상품들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가 하면, 카페를 이용할 때 텀블러를 사용하는 모습을 꽤나 쉽게 접할 수 있다. 기업에서도 비재무적인 요소에 해당하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ment)를 의미하는 'ESG 경영'을 점차 강조하고 있다보니 사업활동 전반에서 '친환경'을 무시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이와 같은 배경 아래 세상에 등장한 많은 것들 사이에 '종이 빨대'가 한 켠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소식에 따르면 대형 프랜차이즈에서 사용하는 종이 빨대는 소재 특성상 잘 구부러지고 복원이 어렵다는 점과 음료에 젖으면 사용이 불편하기 때문에 사용자 입장에서 많은 불편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렇게 모두가 불편함에 대해 입을 모으고 있던 찰나에 생각보다 사용이 편해진 종이 빨대가 우리 앞에 나타났다. 정말 언제 바뀐건지도 정확히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불쑥 대체되었던 이 종이 빨대는 이전의 택배박스 같았던 종이 빨대와는 사용에 있어 불편함을 많이 줄여주었다. 더불어, 여전히 종이로 만든 빨대를 사용한다는 인식이 기업에 대한 이미지는 물론 사용자에게도 환경보호를 하고 있다는 의식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그것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었다.
종이를 사용한 빨대라는 사실은 여전히 유효했다. 하지만 사용에 편의를 더하기 위해 종이 빨대는 합성수지로 코팅되어 재활용이 불가능한 전혀 다른 빨대로 변했던 것이다. 나아가 이 코팅 물질은 분해되면서 바닷속에 미세플라스틱을 방출할 수도 있다고 하니, 역설적으로 환경보호도 하지 못하고 불편함은 감수하는 상황이 생겨버린 것이다. 잘 생각해보면 이런 방법으로 어떤 측면으로든 이익을 얻는 것은 기업 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꼭 이런 방법 밖에 없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집 주변 동네의 작은 카페를 가보면 옥수수로 만든 생분해 빨대를 커피와 함께 내어주는 곳이 있다. 그 빨대가 어떤 빨대인지 정확히 알지는 못한다. 하지만 분명 대형 프랜차이즈의 그것과는 색감, 재질, 촉감 모두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잠시 찾아보면 이 빨대는 사용 후 매립하는 과정에서 100% 생분해되어 재원료화 되거나 퇴비화 된다는 장점이 있다고 한다. 더불어 콩기름 잉크를 사용하여 후가공된 제품으로 대형 프랜차이즈의 그것과는 다르다는 특징도 있다. 모르긴 몰라도 미세플라스틱을 배출할 수 있는 종이빨대 보다는 생분해 되는 종이빨대가 조금은 낫지 않을까.
대형 프랜차이즈에 비하면 규모가 작아도 너무 작은 카페에서도 이토록 친환경을 고수하는 시대라면 꼭 빨대를 사용해야만 하는 걸까. 과거엔 없었던 이 시대의 새로운 고민이다.
초등학교 시절에도 '환경보호'라는 슬로건을 보면서 자랐지만, 요즘처럼 인류가 환경에 대한 인식을 공고히 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해양 오염으로 인한 피해나 지구온난화로 인한 무더위, 불편 등이 직접 피부에 와닿는 수준이 되어서 그런 것은 아닐까. 환경보호에 작은 실천을 보태는 것도 좋지만 그에 앞서서 눈에 보이는 것만 믿지 말고 실질적은 현상을 직시할 줄 아는 자세를 먼저 갖춰야 하지 않을까 하는 자조섞인 반성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