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과 속이 다르다는 것

아름다운 정어리 통조림(Casa Oriental Porto)

by 클홍

"와, 여기는 무슨 기념품 가게야? 엄청 화려하네!"

알록달록, 휘황찬란한 물건들이 가게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여기 '정어리 통조림' 가게야..."

"?!?!"




코로나19 시기에 맞물려 국내는 커녕 해외여행을 갈 엄두조차 못냈던 지난 3년이 지났다. 그것이 우리들의 일상을 삼켜버리기 직전 해외여행 계획이 있었던 나는 그때 풀지 못한 한(?)을 최근에야 풀 수 있었다. 목적지는 우리나라에서 지구 정반대편에 위치했다고 볼 수 있는 '포르투갈'이었다. 유럽여행이라면 본디 근처에 간 김에 이 나라, 저 나라 둘러보는 것이라 다들 얘기했지만, 한 곳에 쭉 머물며 그 곳의 정취를 느껴보고 싶었던지라 '포르투갈'에서만 머물게 되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여행일정은 시간의 상대성 이론에 입각하여 한마디로 '순삭'되는 느낌이었다.


좋은 곳에 가면 그 경험을 같이 나누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 아쉬운 마음에 현지에서 유명하거나, 그곳의 느낌이 물씬나는 기념품들을 찾아 헤매던 중 아주 멋진 곳을 발견했다. 족히 수십, 수백가지가 넘어 보이는 양의 무수한 사각의 물건들이 가득한 매장이었다. 매장 내부의 동서남북을 빈틈없이 메우는 것도 모자라 곳곳의 매대 위에도, 빙글빙글 돌아가는 관람차 모형에도 한켠씩 자리를 채우고 있는 그 물건의 정체는 바로 '정어리 통조림'이었다.


알록달록한 물건들과 북적이는 사람들. 특히나 한 두개도 아니고 양손 비닐봉지 가득 담아가는 손님들의 형세로 보았을 때만 하더라도, 그것의 내용물이 바다 물고기일 것이라곤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포르투갈에서 불리는 이름조차 "사르디냐(Sardinha)"로 참 고급스러운 녀석은 알고보니 대서양에 인접한 그 나라에선 너무도 유명하고 일상적인 식자재였다. 매년 6월을 사르디냐의 달, 즉 '정어리의 달'로 지정하고 축제까지 열릴 정도이니 포르투갈 사람들이 정어리에 대해 얼마나 진심인지 엿볼 수 있다.


정어리에 진심인 포르투갈에서는 그 통조림의 디자인에도 굉장히 진심인듯 보였다. 문득 우리나라의 꽁치 통조림이 생각났다. 파란색 계열의 그라데이션 배경에 눈을 부릅 뜬 꽁지의 길다란 꽁치의 모습이 담겨 있었던 걸로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그리고 다시 바라본 포르투갈의 '정어리 통조림'. 뭔가 잘못된 느낌인데 어느 쪽이 잘못된 것인지 감이 잡히질 않았다. 아이러니하다.


아이러니한 것은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겉만 봐서는 진실된 모습이나 마음, 생각을 명확히 알 수 없다. 보이는 모습은 번지르르할 지라도 속으론 시꺼먼 생각을 감춘 채 등 뒤에선 우리를 향해 칼을 겨누고 있는지도 모른다. 또 누군가는 초면에 언행이 차갑고 날이 선 듯한 모습을 보이더라도 사실은 오래 알고 지낸 사람처럼 우리를 생각하는 마음이 깊을지도 모른다. 어느 편에 서서 알 수 없는 그들을 대할지는 우리들 개인의 몫이다. 그렇게 때문에 그 선택에 따른 감정의 흐름 또한 스스로에게 책임이 있다.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선한 마음으로 내 관계적 영역에 발을 들이는 사람들을 대하더라도 그 끝에는 아픔과 후회가 남을 수 있기에, 우리는 적당한 경계심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럴지도 모를 가능성에 애초부터 악한 마음으로 그들을 대할 수는 없기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어느정도의 거리르 두는 적당한 경계심이 아닐까. 이렇게 생각하니 세상은 선하고 착한사람들에게는 생각보다 불공평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고작 '정어리 통조림' 하나에서 인간관계의 허무함과 경계심에 대해 논하자니 조금은 우습기도 하지만, 내가 포르투갈 포르투 현지에서 마주한 그것들은 겉과 속이 다른 사람들의 모습을 꽤나 닮아있었다. 가벼이 시작된 궁금증이 끝내 푸석푸석 숨죽어버린 상념으로 끝나는 바람에 나는 다른 손님들처럼 손에 통조림을 가져나오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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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포르투 현지에서 마주한 겉과 속이 다른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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