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무의식적인 소비습관
'와~이거 배달비 무서워서 시켜먹을 수 있겠어?'
'배보다 배꼽이 더 크네...'
3년 전,
무슨 혜성처럼 우리 앞에 등장하여 전세계인들의 삶을 바꿔놓은 녀석이 있었으니,
그 녀석의 이름은 이제 지나가던 초등학생도 알고 있는 '코로나19'
정확히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
직장인들의 회식문화, 필수 패션잡화가 되었던 마스크, 온 국민이 함께한 손소독캠페인까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었던 시간동안 녀석은 참 많은 것을 바꿔놓았다.
그 중 눈에 띄게 변화가 있었던 부분은 단연 '식사'에 관한 것이었다.
외식이라도 한 번 할까 싶으면 확진자 발생에 따른 방역 알림이 스마트폰을 울렸고,
시내 곳곳에는 하얀 보호복을 입은 119 구급대원분들이 열심히 방역활동을 하시다보니
우리의 끼니는 '집 밖'이 아닌 '집 안'에서 해결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집 안에서 뭐라도 해먹으려면 식자재가 필요하고, 식자재를 구매하려면 시장이나 마트를 가야하지만 코로나19가 한창 유행이던 그 때는 그마저 쉽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우리의 고민은 스마트폰 배달앱으로 향하게 되었고, 실제로 배달업계는 코로나19로 최대 특수를 누렸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오토바이들이 거리를 누볐다.
그렇게 배달음식과 밀접했던 3년 동안 배달업체는 하나둘 늘어갔고 우리가 부담하는 배달비도 점차 부담스러운 수준으로 변모해왔다. 배달비를 정액제로 운영하던 업체들이 대부분이었던 예전과는 다르게 거리에 비례하여 배달비를 차등 부과하는 업체도 점점 늘어났다. 사실 이 때부터 우리 소비자들의 미간에는 조금씩 골이 깊어지기 시작했다.
2023년 6월, 정부는 코로나19를 주기적으로 유행하는 감염병으로 위기단계를 하향하고 '엔데믹'을 선언했다. 모두가 과거의 일상으로 회귀하는 것을 잠시나마 어색해했지만, 이내 곧 마스크를 멀리하고 미뤄뒀던 모임에 나가 술잔을 기울이기 바빠졌다. 이 와중에 눈치 없이 계속 정상의 가도를 달리던 배달비는 결국 꾹 참고 있던 소비자들의 콧털을 건드리고 만다.
최근 SK커뮤니케이션즈 시사 폴 서비스 네이트Q가 성인남녀 11,14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적정 배달료 관련 설문에서 응답자의 38%가 적정 배달료를 '0원'으로 선택했다. 뒤이어 1~2천원 35%, 2~3천원 20%로 적정 배달료는 비싸야 3천원 수준이라는 것이 소비자 대다수의 의견이다. 실제로 주변을 둘러보면 배달료가 비싸 포장 주문 후 방문하여 픽업해가는 사례를 자주 찾아볼 수 있다. 통계청 온라인 쇼핑 동향에 따르면 올해 4월 음식서비스 온라인쇼핑 거래액이 전년보다 줄어 10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고 한다. 이는 비싼 배달비 때문에 배당음식을 먹는 평균적인 횟수가 줄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해보아야 할 부분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달음식을 시켜먹는 소비습관이다.
이제 막 결혼을 했거나 준비 중인 20~30대, 그리고 MZ세대들에게 배달음식은 그들의 일상에 생각보다 깊이 뿌리내려져 있다. 대표적으로 결혼 후 집들이를 하게 되면 예전과 다르게 배달음식을 시키는 것에 망설임이 없어졌고, 배달음식 용기로 인한 분리수거 고민은 누구나 한 번 쯤은 해보았을 것이다. MZ세대들의 식사를 제때 챙겨주기 어려운 맞벌이 부모들은 학교나 학원을 마친 아이들의 식사로 배달음식을 집으로 시켜주기도 한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비정상의 정상화가 이루어진 것이다.
배달음식을 먹는 것 자체가 나쁘다고 볼 수는 없지만, 모든 것이 그렇듯 과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 더군다나 이제 막 사회생활에 적응했거나, 사회생활을 준비 또는 시작하려는 세대들에게는 이런 무의식적인 소비습관이 향후 경제적인 측면에서 그들에게도, 우리 사회 전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런 무의식적인 소비습관의 탓일까, 감소하던 배달앱 이용자수 추이는 다시 주춤하는 모습이다. 배달앱 이용자수가 전년 대비 400만명이나 줄어 업계에서 너도나도 할인 경쟁을 펼쳤기 때문이다. 배달의 민족은 매일 1회 10% 할인쿠폰 증정, 요기요는 월 9,900원에 배달비 공짜 혜택의 구독 서비스 제공, 쿠팡이츠는 유료회원의 경우 음식값 최대 10% 할인 혜택 부여 등 우리의 무의식에 자리잡힌 소비습관을 다시금 자극하고 있다. 언론에선 높은 배달료에 관한 이슈를 메인으로 다루지만, 그 이면에 담긴 우리의 소비습관도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이제 곧 배달업게에서 성수기라고 하는 '여름'이다.
특히나 올 여름은 슈퍼 엘리뇨 영향으로 평년보다 높은 기온이 더 빨리 찾아오는가 하면 거의 한 달 내내 비가 올 수도 있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린다.
날은 덥고, 비는 오고, 밖에 나가기는 귀찮고, 밥은 먹어야 한다.
자연스럽게 배달앱을 누르고 있을 것만 같은 우리의 모습이 떠오른다.
배달음식을 아예 먹지 말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단, 소비습관의 '정도(正道)'를 위해
현상을 인지하고 행동하는 합리적인 소비자가 되도록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