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보는 사회
'○○○님이 나갔습니다.'
'△△△님이 나갔습니다.'
'□□□님이 나갔습니다.'
'...'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나가는 것이 어렵지, 누구하나 물꼬를 터주기만 하면 어느새 극소수의 몇 명 또는 혼자만 덩그러니 남겨진 공간에 남겨져 버린다. 어떤 상황인지 굳이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더라도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 소위 '단톡방'에 관한 이야기란 것을 눈치챌 수 있다. 2023년 오늘, 우리나라 사람 대부분은 타인과 소통하기 위해 이 '노란' 채팅방을 이용하고 있다. 과거 스마트폰이 상용화되기 전 우리는 통화와 문자메시지 등의 기능만 뽐내던 '피처폰'을 사용했었다. 그 당시 피처폰은 상대방과 나, 1:1 소통을 기본으로 하는 구조였다. 그렇다보니 내가 연락을 보낸 상대방에게만 집중하기만 하면 됐지, 남들 눈치를 볼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스마트폰 보급률이 점차 올라가면서 우리의 일상 깊은 곳까지 자리잡은 카카오톡에서는 1:1 소통과 더불어 단톡방을 통해 1:多 소통이 가능해졌고, 그때부터 우리의 눈치싸움은 시작됐다.
대화를 하는 상대방이 한 명이 아닌 다수가 되면서부터 우리는 손가락 대화에 임하는 자세가 남달라졌다. 내가 하는 말이 닿는 범위가 넓어지면서 문장 하나에도 좀 더 신경을 쓰는가 하면 대화에 참과 거짓이 뒤섞이기도 한다. 이런 모습의 변화의 근본적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단톡방이라는 새로운 공간이 생겼을 뿐 그것은 오프라인에서의 만남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무형의 공간 속에서 참여한 우리들은 현실세계에서의 개별적 특성을 그곳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낸다. 말수가 적고 대화에 참여하기 보다 듣는 쪽을 선호하는 사람은 단톡방에서도 읽은 표시 숫자를 줄여주는 역할만을 주로 담당한다. 한편 모임에서 대화단절로 오디오가 비는 꼴을 보지 못하는 사람은 단톡방에서도 적막한 침묵을 깨주는 역할을 한다. 가상의 공간이지만 현실과 다르지 않다보니 우리는 현실에서와 같이 남 눈치를 보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니, 오히려 대면하지 않고 대화가 이루어지는 공간이기 때문에 부정적 측면의 삭막함은 현실보다 더 한 느낌이다.
2023년 5월 카카오는 10일부터 31일까지 약 20일 간 카카오톡 실험실에 채팅방 조용히 나가기 기능을 탑재하여 운영했다. 카카오톡 실험실은 출시 준비 중인 다양한 기능을 정식으로 오픈하기 전 먼저 이용해 볼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카카오에 따르면 대상기간이었던 3주 간 약 200만 명이 넘는 사용자가 이 기능을 사용했다고 전했으며, 한 커뮤니티에서는 사용자들 대부분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거꾸로 해석해보면 '그동안 원치 않는 단톡방에서 다른 사람들 눈치가 보여나오지 못했던 사용자들이 많았다.'는 말이다.
우리는 왜 이토록 다른 사람들 눈치를 보는 것일까?
직접 대면하는 오프라인 공간도 아닌데 말이다.
자신의 주관을 떳떳하게 내비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우리의 삶은 과연 누구의 것일까?
우리는 생각과 언행에 있어 스스로를 중심에 두는 연습을 할 필요가 있다.
'나'를 배제하는 시간은 어쩌면 정말 이 세상에서 '나'를 배제시켜 버릴지도 모른다.
'카카오는 앞으로도 이용자의 스트레스를 줄이는 다양한 기능을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시대의 흐름에 발 맞춰 살아가기 위해,
'소통'이라는 행위에 있어 편의를 누리기 위해
자발적으로 사용하는 것에서 원치 않는 스트레스를 느낀다는
기사의 내용이 왠지 모를 씁쓸함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