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09. 03. (수)
연초 무렵부터 두 가지 이유로 글쓰기를 멈췄다. 먼저 3월에 복직을 하면서 바빠졌다. 육아 부담에 신학기의 분주함이 더해졌다. 칼퇴를 하고 아이들에게 집중하려면 정해진 시간 내에 일을 모두 마쳐야 한다. 공강 시간에 커피 한 잔 마시기도 빠듯하다. 물론 아내도 마찬가지다. 둘이 하던 일을 혼자 하려니 그럴 수밖에. 아내는 아이들의 어린이집 등, 하원을 전담하고 집안일을 한다. 게다가 하고 싶었던 공부를 위해 1학기부터 방송대에 편입했으니. 18학점을 수강하는 일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이런 와중에 내가 글을 쓰려면 잠을 쪼개야 하는데 쉽지 않았다. 또 다른 이유는 소재의 부족이다. 휴직 기간에는 아이들과 함께하며 이야깃거리도 많았다. 그런데 복직을 하니 아무래도 육아에 소홀해지고 예전만큼 쓸 거리도 생기지 않는다. 애초에 육아 휴직 이야기로 글쓰기를 시작했는데, 휴직이 끝나 버렸는 걸. 그래서 뜸했다.
5월쯤이었나? 브런치 블로그를 다시 열어 볼 기회가 있었다. 예전 이야기들을 보니 뭔가 새록새록했다. 꼭 육아에 대한 이야기를 써야 하나? 아니 육아 휴직기가 아니라 육아 휴, 복직기를 써볼까? 복직기라면 할 말이 많은데. 그렇게 미적거리다가 여름이 됐다. 갑작스러운 장기 출장과 집안일들로 인해 올해 여름 방학은 유난히 짧았다. 아이들은 부쩍 자라고, 이 시간을 추억할 거리가 사진뿐이라는 게 점점 아쉬워진다. 그러다가 이번 2학기부터 비로소 아내도 복직을 했다. 브런치에 글을 쓴 지 꼭 1년 만이다. 아내에 이어 내가 육아 휴직에 동참하면서 블로그를 시작했는데, 동시 복직이라니. 그럼 이걸 계기로 다시 이야길 써 볼까.
한편으로 올해 초부터 기획한 일이 하나 있다. 마음이 맞는 이들과 함께 인문 교양 미디어 콘텐츠를 만들어 보는 중이다. 팟캐스트 형식으로 하반기에 업로드하는 것이 1차 목표였건만, 생각보다 쉽지 않다. 상반기 동안 읽고 쓰고 떠들었는데 아직도 틀을 정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중이다. 이따금 원고도 만드는 중인데, 매거진을 하나 새로 만들고 거기에 올려볼까도 싶다. 계획대로 진행되지는 않지만 우보천리(牛步千里)라니까. 지난 학기에는 문학, 이번 학기에는 독서 과목을 담당한다. 어쩌다 보니 이번 학기는 실컷 글을 읽게 되었다.
읽는 만큼은 아니더라도 조금이나마 적어 두는 습관을 위해, 다시 시작한다. 바쁜 와중에도 겨를을 내어 조금씩 꾸준히 쌓는 공로의 위력이 대단하니까. 쓰기를 통해 생각과 마음이 소쇄瀟灑해지니까. 다만 잠시라도 내어볼 수 있는 짬이 나기를, 몸과 마음이 지쳐 의욕이 꺾이지 않기를 소망해 본다. 읽고 쓰며 힘이 난다면 바랄 게 없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