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 밭에서 나는 글을 씁니다 - 4화
봉평에 함박눈이 내렸을 때,
나는 처음 그분을 찾아갔다.
이효석 문화마을
한겨울에도 비닐하우스 안에
따뜻한 기운이 고요히 맴도는 곳.
봉평메밀딸기 농장.
그곳에서 나는,
칠순이 넘은 한 농부를 만났다.
딸기 한 알에 철학을 담는 분.
누군가에겐 농부지만,
나에게는 스승님이라 부르고 싶은 사람.
그분은 강원도 봉평에서
겨울딸기를 최초로 성공시킨 분이다.
남쪽 지방에서도 결코 쉬지 않다는 겨울딸기를
이 고장, 이 고도에서 해낸 사람.
그리고 나는,
그분을 따라
여름딸기를 시작하려는 사람이다.
사람들이 다 반대했다
사실 나의 결정은
대부분의 사람들로부터 반대를 받았다.
"농사 지어선 못 먹고 산다."
"금융회사 인사팀장으로 잘 나가고 있는데 왜?"
"갑자기 왠 딸기? 망했냐?"
웃는 얼굴로, 가볍게 던지는 말들이
내 마음을 무겁게 눌렀다.
그때 단 한 사람.
그분만이 이렇게 말했다.
“농사 괜찮아. 정직하게, 성실하게 하면 돼.
나중에 잘돼서 나 모른 척이나 하지 마.”
사람들은 나를 말렸고,
그분은 나를 믿어줬다.
그 말 한마디는
지금까지도 내 마음 깊은 곳에 남아 있다.
누군가의 신뢰는,
결심을 지탱하는 가장 단단한 토대라는 걸 나는 그때 배웠다.
성공이라는 단어에 대해
많은 이들이 성공을
통장의 숫자나 외적인 성과로 설명하지만,
나는 봉평에서 그 단어의 진짜 얼굴을 보았다.
성공은,
70이 넘은 나이에 여전히 땅을 밟고,
온실을 살피며,
누군가에게 방향이 되어주는 삶이다.
그분은 육묘를 직접 하신다.
요즘처럼 대부분 외부에서 모종을 들여오는 시대에
그 시작부터 손수 키우는 손길은
노력이라기보다 자부심과 철학 그 자체다.
자주 찾아가는 이유
봉평메밀딸기 농장은
부모님 농장에서 내 농장으로 향하는 길목에 있다.
그렇기에 자주 들리려고 한다.
하지만 단순한 경로 때문만은 아니다.
그 온실을 걷다 보면,
딸기 향을 맡다 보면,
내가 왜 이 길을 택했는지
다시 선명해진다.
그래서 나는, 그런 농부가 되고 싶다
누군가는 내게 묻는다.
"그래서, 지금 잘돼?"
"언제까지 할 건데?"
나는 그런 질문에 별로 대답하고 싶지 않다.
돈을 많이 벌고 싶지만
그게 최우선인 사람이 되고 싶은 게 아니다.
지역사회에서 신뢰받고,
누군가에게 "그 사람처럼 되고 싶다" 는 말을
한 번이라도 듣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그게 내가 꿈꾸는
'그런 농부'다.
성공이란 자주 웃고, 많이 사랑하고,
존경받는 사람의 인정을 받고,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나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가는 것이다
- 랄프 왈도 에머슨 -
나는 그분을 보며,
진짜 성공의 얼굴을 배운다
그리고
나도 언젠가는
그런 농부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