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 밭에서 나는 글을 씁니다 - 5화
솔직히 뛰고 싶지 않은 날이 더 많다.
이불 밖 공기는 싫고
오늘도 해야 할 일은 많다.
몸은 무겁고, 마음도 지쳐 있다.
그럼에도 나는 뛰어야만 한다
아니, 뛰지 않으면 살아낼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현재 금융회사의 인사팀장이다.
조직의 맥을 읽고, 사람의 온도를 느끼고,
때로는 리더의 말 한마디와 팀원의 눈빛 사이를 해석하는 자리.
매일 판단하고 조율하고,
한없이 가까우면서도 항상 경계에 서 있어야 하는 결코 쉽지 않은 자리다.
저녁엔 회식이 많다.
보고도 많고, 말도 많고, 복잡한 마음도 많다.
그리고 주말이 오면,
평창 해발 650m의 딸기밭으로 간다.
그곳에서는 또 다른 삶이 펼쳐진다.
그리고 나는
두 아이의 아빠다.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한 삶
그 삶을 감당하게 하는 건 결국
'달리는 시간' 이다.
달리기 전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생각들이
5분쯤 뛰다 보면 하나씩 정리되기 시작한다.
10분이 지나면 마음이 가라앉고,
15분쯤 되면 오늘의 우선순위가 머릿속에 그려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해가 떠오르는 순간,
나는 다시 하루를 살아낸다.
어제는 오랜만에 일찍 퇴근했다.
아이들과 함께 이불속에 누워
같은 시간에 숨을 쉬며 잠이 들었다.
그리고 새벽.
알람도 없이 눈이 떠졌다.
간단히 블로그에 기록을 남기고,
운동화를 꿰어 신고 집을 나섰다.
그리고 올림픽공원 평화의 문 앞에서,
오늘도 나는 달렸다.
5km, 32분 10초.
기록은 중요하지 않았다.
누구보다도 살아 있기 위해 달리는 아빠,
그 한 사람이 거기 있었다.
아무리 바빠도,
가끔은 내가 나를 지켜야 한다.
사람들이 말하길,
“부지런하다”, “열심히 산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나는 단지 버티기 위해, 살아내기 위해 뛰는 것이다.
그리고 그 삶의 틈을 메워주는 사람이 있다.
바로 어미사자.
아내이자 친구이자 동료인 그녀가
보이지 않는 수많은 빈자리를 채워주고 있기에
나는 오늘도, 무너지지 않고 달릴 수 있다.
달리며 나는 오늘 해야 할 보고와 일정을 떠올렸고,
머릿속이 조금씩 정돈되자,
심장이 평온을 되찾았다.
그렇게 하루는 시작되었다.
오늘의 태양을 바라보며,
우리 모두의 하루가 조금 덜 흔들리기를.
오늘도,
달리는 농부는 하루를 살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