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에 브랜드를 입히다.

떨기 밭에서 나는 글을 씁니다 - 3화

by 성장하는 사자


‘퀸콩Farm31’은

여름딸기를 키우는 농장의 이름이다.


그런데 처음 들은 사람은 종종 되묻는다.

“이게 무슨 뜻이에요?”


그 이야기를 하려면, 아내부터 소개해야 한다.


내 아내는 17년간 은행원으로 일했다.

정확하고 성실한 숫자의 세계 속에서,

언제나 고객을 먼저 생각하던 사람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조용히 책상을 정리하고 퇴사했다.

모든 걸 내려놓는 듯했지만,

사실은 새로운 세계를 여는 준비였다.


그녀는 자신만의 브랜드, ‘퀸콩월드’를 창업했다.


서울 송파의 작은 사무실 2층.

햇살 드는 창가 한켠, 책상 하나, 노트북 하나,

아직 쓰이지 않은 빈 노트 몇 권.

그곳에서 퀸콩월드는 시작되었다.


스타트업의 정석은 없었다.

감각이 먼저였고, 마음이 앞섰으며,

논리가 천천히 따라왔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았고,

틀림을 창조의 일부로 받아들였다.


나는 그게 참 좋았다.

이 브랜드는 누구도 흉내 낼 수 없겠구나 싶었다.

오로지 내 아내여야만 가능한 세계였다.


‘퀸콩’이라는 이름은

아내의 옛 상사가 지어준 별명에서 시작되었다.


“콩처럼 무럭무럭 자라길 바란다”는 마음이 담긴

'콩'이라는 별명에 아내는 스스로 ‘퀸’을 더했다.


퀸콩.

강인하면서도 따뜻하고,

자그마하지만 단단하며,

사랑받을 준비가 된 이름.


나는 ‘성장하는 사자’로 살아가고,

그녀는 ‘무럭무럭 자라는 퀸콩’으로 살아간다.


그렇게 우리 가족은

함께 자라는 브랜드의 은하계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 은하계의 중심에는 언제나 ‘퀸콩월드’가 있다.

모든 아이디어와 실행, 열정이 이곳에서 시작된다.

우리에게는 태양 같은 존재다.


그 태양 아래에서 아내는 ‘퀸콩Edu’를 펼쳐나갔다.


아이들의 학습 노트를 직접 만들며,

초등학교에서는 늘봄과정 교사로,

문화센터에서는 창의 사고력 수학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퀸콩Edu'는 교실 밖에서 자라는 수업이다.

정답보다 이야기가 먼저이며, 말보다 공감이 앞선다.

지금 이 순간에도 퀸콩Edu는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확장되고 있다.


나는 '퀸콩Farm31'을 준비하고 있다.

그저 딸기를 재배하는 공간이 아니라,

브랜드의 철학을 실제로 구현하는 실험실이라 생각한다.


‘퀸콩’이라는 아내의 브랜드와

‘31번 국도’라는 입지가 만나

‘퀸콩Farm31’이라는 이름이 되었다.


농장은 계방산 국립공원으로 향하는

31번 국도 바로 옆에 자리해 있다.


관광객이 오가고, 햇살과 바람이 지나며

우리의 꿈이 천천히 자라나는 길목.


이곳에서는 흙이 브랜드가 되고,

딸기가 이야기가 된다.


우리는 여기에 이어지는 공간으로

‘퀸스Cafe791’을 구상했다.

퀸스 = 퀸콩 + 스트로베리 + 791번지.


숫자조차 우리만의 우주다.

‘791’이라는 숫자는 우리가 처음 사랑하게 된 주소이며,

가족의 기억이 모여 있는 상징이다.


딸기가 익어갈수록, 우리는 자꾸 묻게 된다.

“이 딸기를, 어떻게 사람들에게 전하지?”


답은 의외로 단순했다.

있는 그대로, 정직하게, 가장 맛있는 순간에.


그 마음을 담아 첫 이름을 붙였다.

'퀸스베리 오리지널'

'퀸콩Farm31'의 여름딸기

우리 농장의 진심을 담은 첫 번째 표현이다.


덥고 지친 오후,

손에 시원한 잔 하나를 들려주고 싶었다.

그때 떠오른 상상이 있었다.

'퀸스베리 스무디'

딸기를 얼리고 갈아,

부드럽게 녹아드는 한 모금의 위로.


어느 날 아내가 말했다.

“딸기랑 커피, 의외로 어울릴 수도 있지 않을까?”

처음엔 웃었지만, 생각할수록 끌렸다.

산미와 쌉쌀함, 상큼함과 깊은 여운.

'퀸스베리 커피'

아직은 실험 중이지만,

언젠가는 우리만의 시그니처가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여름의 정점을 위한 상상.

잘 익은 딸기, 곱게 간 얼음, 손수 만든 연유.

그 그림을 떠올리며 적어둔 이름.

'퀸스베리 빙수'

아직 냉장고 옆 노트에 머물러 있지만,

마음속에서는 이미 손님이 웃으며 그것을 받아든다.


이 모든 딸기 이야기는 아직 상상 속에서 자라고 있다.

그러나 그 상상은 언젠가 실현될 브랜드의 씨앗이다.


우리는 거창한 브랜딩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삶을 담는다.


조용한 오후 창가에서 떠올린 이름,

아이들과 밭을 걷다 문득 흘러나온 단어,

밤늦게까지 사무실에서 웃으며 적은 메모 하나.


그게 퀸콩의 언어이고,

그게 우리의 브랜드다.


세련된 시스템보다,

정직한 손길과 따뜻한 농사,

이야기와 사람.


그것이 퀸콩월드의 세계관이다.


이름에는 이야기가 담긴다.

이야기는 기억을 만들고,

기억은 결국 브랜드를 만든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이름을 부르고,

이야기를 쓰고,

딸기를 심는다.


여기, 퀸콩의 세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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