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밭이 될 땅을 만나다

딸기밭에서 나는 글을 씁니다 - 2화

by 성장하는 사자


딸기를 심기로 마음먹었다.

그것도 한여름, 고랭지에서.


결심은 단단했지만

현실은 구체적인 질문으로 다가왔다.

“그럼 어디에 심을 건데요?”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나는 땅을 찾아 나섰다.


여름딸기는

한여름에도 아침저녁으로 기온이 떨어지고,

햇빛과 바람의 균형이 잡힌,

그런 특별한 곳이 필요했다.


나는 자연스럽게

강원도 평창을 떠올렸다.


그곳은

내 아버지가 태어나고 자라신 고향이고,

지금도 농사를 짓고 계시는 삶의 터전이다.


평창은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가능성으로 가득한 땅이었다.

기후 변화에 따라

사과 재배지로도 주목받고 있고,

사계절 관광객이 몰려드는 지역이기도 하다.


나는 영동고속도로를 따라

대관령부터 진부, 용평, 봉평까지

지도를 펼쳐놓고 하나씩 점을 찍으며

우리 가족과 함께 발품을 팔았다.


그러던 중,

강원도 용평면의 한마을을 보게 되었다.

해발 650m.

오대산 국립공원 초입

햇살이 깊고 바람이 부드러운 언덕.


거기 서 있으니,

아무것도 없는데 모든 게 보였다.

비닐하우스의 위치,

물길의 방향,

아이들이 뛰어놀 마당.


그곳은,

딸기밭이 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사람이 땅을 선택한다고들 하지만,

어쩌면 땅이 사람을 기다리고 있던 건지도 모르겠다.

그날, 우리는 그 땅과 조용히 마주했고

별다른 말 없이 서로를 알아봤다.


그렇게 지금의

농장의 시작점이 정해졌다.


우리가 그 땅을 본 시기는 겨울이었다.

사람들은 주로 봄이나 가을,

따뜻하고 풍경 좋은 계절에 땅을 보러 다니지만

나는 일부러 눈이 오는 겨울을 택했다.


겨울엔 땅이 정직하다.

나무가 잎을 다 떨구고

경계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햇빛이 어디까지 드는지,

비닐하우스가 어디쯤 들어갈지

현장에서 몸으로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중요한 것.

겨울은, 눈이다.


눈이 오면 그 땅의 접근성이 드러난다.

국도는 제설이 잘 되어 있지만,

조금만 들어간 지방도는 눈이 쌓이고 꽁꽁 얼어

차로 접근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


내가 매입한 땅은

국도 31번선과 바로 맞닿아 있었다.

겨울에도 들어갈 수 있는 농장,

이건 나에게 매우 중요한 조건이었다.


또 하나,

겨울에는 땅을 보러 다니는 사람이 많지 않다.

그 말은 곧,

판매자의 협상력이 낮아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토지는 가격표가 있는 상품이 아니다.

아파트처럼 평당 얼마라고 써 있는 게 아니다.

매도인의 사정과

매수인의 타이밍이 맞아야 하는 시장.


그 겨울,

우리는 운이 좋게도

딱 맞는 타이밍에

딱 맞는 땅을 만났다.


토지를 사는 일은

종이 위에 도장을 찍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건 새로운 삶에 뿌리를 내리는 일이다.

생애 처음으로 내가 선택한 땅,

그 땅 위에서 나의 두 번째 삶이 시작될 거란 걸

나는 그날 직감처럼 느꼈다.


그날 밤,

조용히 혼잣말을 했다.

“이제 정말 시작이구나.”


나는 아직 농부가 아니다.

하지만 땅을 매입하는 순간,

농부로 가는 길목에

첫 발을 디딘 건 분명했다.


이 땅 위에

딸기를 심고, 삶을 심고,

가족의 웃음과 손님의 발자국을 심게 될 것이다.


혹시 지금

당신도 삶의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면,

이 이야기가 작은 단서가 되길 바란다.


이 글이

딱 한 사람에게라도

조용한 나침반이 되어주기를 바라며,

나는 오늘도 글을 쓴다.


딸기밭이 될 땅을 떠올리며.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