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지키는 방법
호실술을 배우러 길을 나섰다. 동사무소에서 진행하는 한 시간 반짜리 생활 안전 호신술 수업이었다. 이 짧은 시간 동안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정신이 반쯤 나가 마구잡이로 휘둘러대는 칼날 앞에 다리가 얼어붙어 도망가지도 못하고, 아-악 비명 한번 못 지르고 무기력하게 쓰러질 나를 상상해 본다.
근래 들어 끔찍한 사고 소식들을 많이 접했다. 보복심리나 어떤 목적에 의한 특정인을 해하는 것이 아니라 앞뒤 안 가리고 내 눈에 들어오는 살아있는 모든 것에 대해 분노를 표출하고 해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유 없이, 이별의 준비 없이, 삶을 마감해야 한다는 게 얼마나 억울하고 비통할까. 또 그렇게 밖에 자신을 표출할 수 없었던 미래가 없던 사람들은 어떤 심정이었을까.
일어나지 말아야 하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앉아서 쯧쯧 혀를 차고만 있을 수 없었다. 언젠가 나와 내 가족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 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조금이라도 나를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방법을 알고 싶었다. 그런 게 있다면 말이다.
본격적인 실습에 앞서 몸풀기를 시작했다. 강사님의 시범을 보고 2인 1조로 연습을 해본다. 한 명은 가해자가 되어 도구로 찌르고, 다른 한 명은 가방으로 신체의 중요 부위인 목과 배를 보호한다. 처음에는 조금 낯설어 소극적이었지만 반복 동작으로 자연스럽게 자세를 취하게 됐다. 상대편 수강생이 작은 원형 도구를 휘두를 때는 나름 여유롭게 방어 동작이 나왔는데, 모형 식칼로 이뤄지는 사범님과의 대결은 나도 모르게 움찔거리며 정신이 바짝 들었다.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공포와 심리적 위축감이 정말 심했을 것이다.
항상 가지고 다니는 핸드폰으로 공격하는 방법도 알아봤다. 주차장이나 엘리베이터에서 취해야 하는 예방법도 알려주셨다. 기대했던 것보다 더 많은 걸 알게 되었고, 몸소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론적으로 알고 있어도 막상 그 상황이 되면 잘할 수 있을까 싶지만, 모든 배움이 그렇듯이 한 번에 터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사전에 예방하고 마지막 수단으로 나를 살릴 수 있는 10초의 골든타임을 엿볼 수 있어서 좋았다.
묻지마 범죄 따위가 사라지면 좋겠지만, 감히 대세를 막을 수 없다면 내 몸 하나는 지킬 수 있는 힘을 길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