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에서 벗어나는 법
제 이름은 린이에요. 최근에는 책린이였고, 과거에 요린이, 헬린이, 부린이 등으로 불렸죠.
나는 '린'이란 딱지를 떼지 못하고 매번 거기서 멈췄다. 만년 사원만 하고, 이쯤 되면 대리나 과장 정도는 달아야 되는 거 아니야? 사람들이 열광하는 운동이며, 요리, 부자 되기 등은 막상 해보니 재미없고, 힘들어서, 내 길이 아닌 듯하여 금방 흥미를 잃고 또 다른 곳을 기웃거렸다.
두 달 전에 영재에게 퍼즐을 사주었다. 예전에 즐겨하던 첫 퍼즐들은 시시해져서 거들떠보지 않은지 꽤 되었다. 조금 더 어려운 퍼즐을 찾아보는데 내가 봐도 쉬워 보이지 않았다. 시도하다 너무 어려우면 재미없다고, 이후의 퍼즐은 아예 안 하게 될 수도 있었다. 그렇다면 아이가 좋아하는 자동차나 로봇 캐릭터가 있는 걸로 시작해 보면 어떨까?
아이는 새로운 장난감이 생겼다며 좋아했다. 얼른 퍼즐판을 뒤집었다. 자기가 좋아하는 캐릭터들은 조각이 되어 사라졌다. 나는 곁에서 보조가 되었다. 뒤죽박죽으로 섞여 있는 퍼즐들의 색들을 모아주거나 테두리부터 맞춰나가면 쉽다는 조언도 곁들였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그렇다고 내가 판에 직접 퍼즐을 올리는 것도 싫어했다. 웃음기 가득했던 아이 얼굴에 미간 주름이 생기기 시작한다. 그래도 아주 천천히 그림은 완성되어 간다. 마지막 하늘 퍼즐은 나도 한 번에 맞출 수 없는 난이도라 서로 헤맸다. 드디어 완성!
다음날, 아이는 잊지 않고 또 퍼즐판을 신나게 뒤집었다. 내가 알려준 테두리 먼저라는 조언은 무시 당한채, 본인이 알고 있는 캐릭터들 하나씩 맞춰 나간다. 분명 그 자리가 맞는데 안 들어간다며 화를 내기도 한다.
"그럼 반대로 돌려보고, 아니면 또 돌려보고... 맞았네!"
나는 옆에서 꽤나 진지해진 아이의 얼굴을 지켜보다 승리의 순간을 하이파이브로 함께 만끽했다. 매일 특훈을 한 덕분에 아이는 금방 익숙해졌고, 새로운 퍼즐들이 더 집으로 들어왔다.
이제 누가 먼저 완성하는지 가족 대회도 열린다. 처음에는 지는 척도 했는데 나중에는 어림도 없다. 나의 '테두리 먼저' 노하우로 번 시간들은 이 캐릭터나 저 캐릭터나 똑같이 생긴 퍼즐들 사이에 방황하다 끝이 난다. 아이는 나를 여유롭게 이기고 "도와줄까?" 물어온다. "이건 애 머리잖아. 잘 안 맞으면 반대로 해봐." 어느새 퍼즐 맞추기 전문가가 되어 나를 가르쳐준다.
"어떻게 이렇게 잘해?"
"엄마 힘내, 나도 처음엔 어려웠어. 계속하면 되더라고."
나는 재밌을 것 같아, 멋있을 것 같다며 맛만 보다 내 능력 밖인 것 같아, 재미없다고 금세 포기하지 않았던가. 누구에게나 시간이 필요했을 뿐인데. 내가 어렸을 적에 좋아했던 건 무엇이었던가.
이번에 글을 쓰면서 궁금해졌다. 그 '린'이 뭐지? 어디 줄임말일 텐데 초보? 못한다? 어떤 단어일까?, 찾아보니 '어린이'의 줄임말이었다. 어떤 분야에 미숙한 사람을 빗대어 어린이라니, 나는 '그 어린이'에게 퍼즐을 배우고, 인생도 배우고 있는데 말이다. 나도 어린이를 본받아, 이제 초보 딱지를 떼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