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못난 엄마입니다

결국 울려 버렸어

by 달초롱

또 월요일이다. 직장인들만 월요병이 있는 줄 알았는데, 살림을 책임지는 엄마에게도 월요일은 쉽지 않다. 주말 동안 게을러진 몸뚱이를 힘겹게 일으켜본다. 한 주를 시작하는 날은 날씨라도 좀 도와주면 좋으련만 어두움이 짙게 깔린 세상에 비가 추적 내리고 있다. 아직도 영재는 꿈속을 헤매는 듯, 감고 있는 눈동자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5분만 더 재워야겠다.


최근 영재는 어린이집 옆반 친구에게 푹 빠졌다. 보육 중에는 감질나게 함께 시간을 보내서 그런지, 하원 후 해가 질 때까지 놀이터에서 놀고도 "우리 집에 가자, 너희 집에 가자!", 어느새 눈가가 촉촉해져서는 친구의 손을 꼭 잡고 있다. 지난번, 내가 한눈을 판 사이 친구의 손을 잡고 10분 넘게 걸리는 집으로 줄행랑을 친 전적이 있어 예의주시 중이다.


이렇게 종일 비가 와 놀이터가 흠뻑 젖은 날은 난처하다. 월요일부터 친구를 초대할 여유도 없다. 말하지 않아도 마음이 통하는 엄마들이 아이들이 마주치기 전에 서둘러 빠져 나간다. 영재는 우산도 챙기지 않고 놀이터를 서성이며 이미 간 친구를 찾아본다.


"연우는 이미 갔고, 지금 비가 와서 놀 수가 없어."

"그럼, 연우 집에 갈래!"


설명을 해줘도 막무가내다. 나는 집으로 발길을 옮겼다. 영재는 투덜거리며 내 뒤를 따라나선다. 우산을 하나 더 펴서 영재 위로 팔을 뻗었다. 아이의 발걸음이 한없이 느려진다. 작은 물웅덩이를 발견했다. "안돼!" 내가 피하기도 전에, 첨벙 대는 아이의 발구름에 맞춰 흙탕물이 여기저기 튀었다. 험한 말이 나올 것 같은 입을 힘주어 다물고는 빠르게 걸었다. 작은 우산은 접어 버리고, 영재의 패딩에 달린 모자를 올려주는 걸 잊지 않았다.


"같이 가, 같이 가야지!"


내 기분이 어떤지도 모르고, 영재가 짜증 섞인 말투를 이어간다.


"이 노란 선은 밟으면 안 되잖아!"


내가 무슨 잘못을 했던가. 조금이라도 빨리 아이를 하원시키고 싶어서 조바심 나게 저녁을 준비하고, 매번 달려 나간다. 겨울이 다가오는지 눈치도 못 채고 등이 뜨거워져 어린이집에 도착한다. 웃는 얼굴로 맞이하자며 숨 한번 들이키고 아이의 이름을 불렀다. 영재의 눈에 엄마는 보이지 않는다. 걸어오는 내내 친구를 찾는 아이를 달래다, 웃겨주다, 결국 내가 심통이 났다.


'목소리 높여 화를 내면 안 된다.' 분명 책에서 자리를 회피하지 말고, 단호한 말투로 간단하게 설명하고, 반응하지 않은 채 아이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라고 했다. 그랬던 것 같다. 이론은 알겠는데, 도대체 어떻게 하는 거냐? 잘못한 게 없는 억울함과 친구만 찾는 아이에 대한 실망과 배신감이 뒤섞여 끓어오르는 감정을 누를 수가 없다. 아이를 어떻게 대하라고는 읽었는데, 엄마의 기분은 어떻게 하라고 했더라?


이제 영재도 조용한 긴장감을 감지한다. "자, 바로 씻어야지~"라는 말을 들어야 할 차례인데, 말없이 방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는 엄마를 흘깃 한번 보고 돌아간다. 몇 분 간의 정적이 흐른다.


아이가 화장실에서 외친다.

"응가했어요. 응가~"


나는 아직 준비되지 않았어. 너의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아. 그래도 가야겠지. 엉덩이를 닦아주러.


"연우가 엄마보다 좋은 거지? 그럼 연우 집에서 살면 돼. 연우 엄마한테 이야기할 테니까 연우랑 같이 놀고, 같이 자고, 그럼 되겠다. 영재 엄마는 가끔 한 번씩 보면 되겠네."


나는 화난 게 아니라며, 최대한 차분하게 이야기했다. 말투만 상냥했지, 심술이 그득했다. 갈무리되지 않은 감정들이 못된 말이 되어 아이에게 쏟아졌다.


'네가 어디까지 괜찮은가 보자. 근데 정말 친구가 더 좋다고 하면, 나는 어떡하지?'


연우 엄마에게 전화를 거는 척했다. 영재는 태평하게 대꾸한다.


"그럼 연우랑, 영재랑, 영재 엄마랑 있으면 되겠네."


오늘 바로 가면 된다고, 제대로 이해한 게 맞는지 한번 더 설명해 줬다. 아이가 갑자기 울먹거리더니 엉엉 울기 시작한다.


"엄마 보고 싶어. 엄마, 엄마."


애써 괜찮은 척했었구나. 아이를 울리고서야 나의 옹졸한 마음과 마주친다. 참 못난 엄마다. 매질만 안했지, 아이의 마음에 생채기가 나도록 휘둘렀다.


"엄마가 미안해. 엄마도 영재랑 헤어지고 싶지 않아. 하늘만큼 사랑하는 거 알지?"

"나는 달만큼 사랑해."

"엄마는 화성, 토성, 명왕성까지 사랑하는데."

"나는 블랙홀만큼 사랑해."

"우와~ 정말, 고마워."


영재를 꽈악 안아본다. 심장이 아릿하다. 나중에 아이가 크면 엄마가 싫다며 문을 쾅 닫아버리고, 바짓가랑이를 붙잡아도 나가버리겠지.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며 결혼을 하겠지. 그전까지는 우리 서로 상처 주지 말고, 사랑만 하자. 이 소중한 찰나를 기억해야지.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지는 월요일은 유난히 외롭다. 아이와의 한바탕 소동이 잠잠해지고, 저녁밥상이 차려진다. 남편이 숨 가쁘게 도착한다. 따뜻한 식사를 하며 서로의 하루를 나눈다. 밤이 깊어지면 잠깐의 쉼이 주어진다. 곁에 누군가 있음에 위안을 얻는다. 내일은 좀 더 나은 엄마가 되길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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