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 시간이 다가온다

시간 약속 잘 지키시나요?

by 달초롱

'띠리리리 띠리리리' 눈 뜨기 전부터 울려 퍼지는 전파탐지기 소리를 시작으로 하루에 다섯 번 이상의 알람이 울린다. 두 번째 알람은 오전 8시. 보통 아이와 밥을 먹고 난 직후이다. 아직 먹고 있다면, 마지막으로 한 수저만 입에 넣는다. 영재가 좋아하는 과일이 있다면 한 움큼 쥐고 일어난다. 아이는 '뭐 재밌는 거 없나?'라는 표정으로 책이나 장난감을 뒤적거리지만 엄마는 이때부터 긴장하기 시작한다. 10분 후에 듣게 될 '놀이시간' 전에는 나갈 준비를 끝내야 하기 때문이다. 양치를 하고, 영재가 골라온 옷을 입기 시작한다. 신발을 신으면서 동시에 엘리베이터를 호출한다. '문만 열면 엘리베이터인데, 현관 옆에 왜 이런 기능이 있지?' 했는데, 이제는 매일 유용하게 이용한다. 같은 시간에 아침을 맞이하는 이웃들을 기다리다 보면 2,3분이 훌쩍 지나간다. 스쿨버스 타는 첫 타자가 시간을 잘 맞춰야 나비효과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간발의 차로 우리가 먼저 도착했다. 노란 버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마음을 쓸어내린다.


다른 사람들과 약속한 시간을 지킨다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알면서도 매번 조금씩 늦게 된다. '아직 한 시간이 남았네, 오늘은 여유 있겠다. 일찍 가서 책을 읽는 것도 좋겠어'라는 생각은 어느새 초조함으로 바뀐다.


'딱히 한 일도 없었던 것 같은데 왜 벌써 시간이 가버린 거지. 아직 해야 할 일도 못했는데!'

'이제 정말 서둘러야 돼. 지금 가면 딱 맞을 것 같아.'

'안돼~ 늦을 것 같아. 뛰어가자!'

'오늘도 늦어버렸네. 이상하다..'

'미안합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회사를 2년쯤 다녔을 때였다. 신입 때는 사무실의 불을 킬 정도로 일찍 출근해서 여유롭게 모니터를 들여다 보고, 직원들과 인사를 나눴다. 어느 순간 '이 차 놓치면 지각인데!' 매일 뛰다 말다, 두근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아슬하게 출근 도장을 찍었다. 상사가 심각한 얼굴로 호출했다. 요즈음 근태가 불량하다며 출근 시간을 보여주는데 한 달 동안 세 번의 지각이 있었다. 1분에서 5분 사이로. 별것도 아닌 걸로 트집이라고 속으로 투덜거렸다.


친구들 모임이 있었다. 언제나처럼 또 늦었다. 가는 길에 5분 정도 늦을 것 같다고 단체 문자를 보냈다. 사실 더 늦을지도 모르지만, 최대한 앞당겨서 이야기했다. 갑자기 너도, 나도 늦었다고 고백을 한다. 결국 5명의 친구 중 한 명 빼고는 시간을 지키지 못했다. 그런데도 누구 한 명 이상하다고 의문하거나 화내는 사람은 없었다.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는 핸드폰이 있어서 그런 걸까. 약속이 무색해지고, 현관문을 나서는 시간이 만나는 시간이 돼버린다. 하지만 늦었다는 걸 통보했을 때는 이미 상대방이 나와 있다는 걸, 기다리고 있다는 건 변하지 않는다. 그 작은 1분이 모여 한 시간이 되고, 인생이 된다.


이제는 흘러가는 시간이 아쉽다. 내 시간도, 타인의 시간도 소중해진다. 매일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알람을 맞춰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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