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아들이 한 명 더 있어요

아픈 형이 있어

by 달초롱

새로운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할 때이다. 아직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고 있었지만 원에서는 아이가 적응할 때까지 충분히 부모와 함께 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었다. 다른 4명의 학부모도 함께였다. 조심스럽게 방을 탐색하던 아이들은 점차 부모의 품을 떠나기 시작했다. 선생님에게 정을 붙이도록 부모들은 한두 시간 자리를 피해 준다. 아이들보다 더 긴장과 설렘으로 들뜬 부모들이 밖으로 나왔다. 카페에 자리를 잡은 우리들은 서로를 소개했다. "누구 엄마, 아빠입니다"로 시작된 대화는 출산 후기부터, 일을 하는지, 육아 휴직을 썼는지, 이 동네 토박이인지 등으로 이어졌다. 다들 원에 다니는 아이가 첫째였고, 나와 한 엄마의 나이가 가장 많았다.


우리들의 사는 이야기는 제각기 달랐지만 아이들이 한 반에 같이 시작한다는 것만으로 동질감이 형성되었다. 3주의 시간이 흘렀고, 아이들 없이 첫 점심을 밖에서 먹을 수 있었다.


"근데, 영재가 둘째면 첫째는 몇 살이에요?"

"첫째는 5살이요."

"여기 어린이집은 안 다녀요? 그럼 유치원 다니는 거예요?"

"아, 네. 유치원 다녀요."

"어디요? 둘이 다른 곳 보내면, 엄청 바쁘겠네요."

"아니에요. 아이가 좀 아픈데, 친정이랑 선생님이 도와주세요. 주말에 오고요."

"아.... 네"


나는 최대한 담담하게 대답했다. '그래 보였겠지? 목소리가 조금 떨렸던가?' 쉴 새 없이 떠들던 공간에 잠시 침묵이 흐르다 이내 다른 주제로 넘어갔다. '그 뒷 이야기는 안 궁금한가?' 내가 먼저 사정 설명하는 것도 이상해 보였다. 애처롭다는 눈빛을 받고 싶지도 않았다. 나도 그냥 평범한 부모로 봐줬으면 했다. 적당한 어려움과 행복을 맛보고 있는 축복받은 이들 사이에 나만 튀어나와 보였다. 육아 휴직을 할 수 없었던 남편이 갑자기 보고 싶어졌다.


아이들의 적응기가 끝나자 부모들은 일상으로 돌아갔다. 마음 맞은 몇몇은 아이들 빈자리를 수다로 채웠다.


"첫째는 어디가 아파요?"

"태어난 지 얼마 안 됐을 때, 패혈증 걸려서 뇌를 좀 다쳤어요."

"지금은 괜찮아요?"

"괜찮기도 하고, 안 괜찮기도 하고.. 세균은 없어졌는데, 후유증이 좀 있어요."


내가 목소리를 가다듬고 다시 말을 이었다.

"음... 누워만 있어요. 못 움직이고, 목 가누기도 못했요. ㅎㅎ 그래도 신기하게 밥은 떠주면 먹어요."

"힘들었겠다..."

"괜찮아요. 처음엔 힘들었는데 이제 시간이 많이 흘렀으니까요."


지금은 괜찮은 줄 알았다고, 그렇게 아픈 줄 몰랐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처음 아픈 아이가 있다고 했을 때 어떻게 물어봐야 될지 몰라 그냥 넘어갔다는 말도 덧붙였다. 나는 괜찮다고 되뇌었다. 동정 어린 한 엄마의 눈물이 내 눈물이 되어 흐르는 것 같았다.


영재를 하원시키러 갔다. 어린이집 앞에 유모차가 세워져 있었다.

"영재야, 여기 봐. 아가 이쁘지?"

"응. 나도 형 있어. 아픈 형 있어."


걷지 못해 휠체어를 타는 형이 아기처럼 보였나 보다. 이제 형 앞에는 '아픈'이라는 형용사가 자동으로 붙었다. 영재가 해맑게 웃었다. 주저 없이 말하는 영재가 떳떳하고, 당당해 보였다.


나도 더 강해져야겠다. 이제 두 아이의 엄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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